한동대학교는 지난해 5월 24일 국내 대학 최초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기독교 대학'이라는 정체성이 분명한 대학이었음을 감안해도 다소 파격적 행보였다. 그리고 약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 15일, 한동대는 또 한 번 관심의 대상이 됐다. 당시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 때문이다. 진앙지와 멀지 않았던 한동대 건물 일부가 파손됐다. 대부분 언론들이 이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또 최근에는 학내에서 있었던 소위 '페미니즘 강연'으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성(性)을 다른 상품처럼 사고 팔 수 있다거나 폴리아모리(비독점 다자연애) 등을 거론했던 강연이다. 관련자에 대해 학교 측이 징계 절차를 밟으면서 논란이 됐다.
"학생들 바로 지도하는 게 대학의 역할"
"우물쭈물하다간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지난 2014년 처음 한동대 총장이 돼 4년의 임기를 마치고 재선임 돼 다시 4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장순흥 총장을 최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첫 4년 임기를 마친 소감을 묻자 "사실 금새 지났는데, 마지막 3개월이 정말 어려웠다"고 했다.
-지진 피해도 입었고, 페미니즘 논란도 겹치면서 그랬나?
"맞다. 얼마 전 퇴임하는 교수님이 그러시더라. '재직했던 20년보다 지난 3개월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정말 바빴고 정신이 없었다."
-잘 수습되고 있나?
"지진 피해 복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오는 6월이면 1차적으로 마무리 될 것 같다. 페미니즘 강연에 대한 징계 절차는 아직도 진행 중인 걸로 안다."
-페미니즘 강연 내용에 대한 입장과는 별개로, 그 관련자를 꼭 징계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있다.
"징계라기보다 지도다. 학생들이 길을 잃고 헤맬 때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성(性)에 대한 한동대의 입장만큼은 분명하다는 건가?
"그렇다. 우리는 기독교 대학으로서 성에도 창조의 질서가 있다고 믿는다. 지난해 5월 발표한 선언문도 그런 차원이었다. 나 역시 취임 첫해부터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동성애·동성결혼 반대 선언문은 어떻게 발표하게 됐나?
"지난해 4월 기독교 대학 총장들의 조찬 모임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 기독교 대학들이 합동으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선언을 하면 어떨까 하는. 그런데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의외로 신학대도 그렇더라. 그래서 일단 우리(한동대)부터 하자고 했던 거다."
-그렇게 단독으로 발표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있었나?
"꼭 무슨 일이 있어서 그랬다기보다, 오늘날 동성애 물결이 기독교를 위협하고 있기에 이를 선제적으로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그랬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 가령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같은, 복음 전도를 위해 미션스쿨로 시작했던 대학들이 세속화 되지 않았나?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동대만은 성경의 가치를 지켜야겠다 생각했다. 대학뿐만 아니다. 미국에서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고, PCUSA처럼 현지 교단이 동성애를 받아들이면서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걸 보면서 느꼈다. '미리 막지 않으면 안 되는 구나, 우물쭈물하다간 걷잡을 수 없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포스트모더니즘, 그러나 절대 진리는 있다"
"청소년 복음화율 3% 정도... 정말이지 큰일"
-선언문을 발표한 뒤 반응은 어땠나?
"불편해 하거나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응원해줬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때 우리가 선언문을 발표하고 나서 다른 대학들에서도 그런 선언문이 좀 나와주길 바랐는데 그게 아직은 없다는 거다. 그래도 몇몇 신학교는 할 줄 알았다."
-아무래도 많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최근 학내 페미니즘 논란에도 대부분 언론들이 '학문과 사상의 자유 침해'라는 시각으로 접근했으니까.
"바야흐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다. 절대 가치는 없고 모든 게 상대화 된다. 다양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것에도 선이 있다. 자유에 책임이 따르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절대 진리가 있다고 믿는다. 성경은 동성애가 창조 질서에 어긋나는 죄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바로 성경이 무너지는 거다. 진화가 당연시 되면 단지 창조만이 위태해지는 게 아니다. 기독교와 성경이 설 자리를 잃는다. 동성애도 그렇다. 그것이 합법화 되면 결국 성경은 그 권위를 잃게 된다. 그럼 교회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 단, 동성애 자체에 대한 반대이지 동성애자들을 미워하는 건 아니다."
-진화, 동성애... 참으로 기독교 진리를 말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교회가 문화적 박해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시대가 너무 잘못 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 기독교 가치로 대학을 운영하기가 어렵지는 않은가?
"힘은 들지만, 그래서 더 바른 방향으로 가려고 애쓰고 있다. 갈수록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그리고 아시아 기독교에서 한국의 역할이 막중하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있는 아시아에서 기독교 국가라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그런 한국마저 복음을 버리면 정말 희망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 청소년 복음화율이 3% 정도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지켜야 한다. 한동대 총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 많던 기독교 대학들은 왜 세속화 됐을까?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 싫어했기 때문 아니겠나? 시대에 휩쓸린 것이다. 한동대도 그렇게 될까봐, 한동대만은 그런 길을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려면 절대 양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난해 5월 동성애·동성결혼 반대 선언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지진... 기도할 수 있게 된 계기"
"한동대 학생들, 받기보다 주었으면"
-다시 지진 얘기를 해보고 싶은데, 돌아보면 어떤가?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규모 2 이상 여진만 97번이 왔다. 북핵보다 지진이 더 무섭더라(웃음). 건물 외부도 그렇지만 내부도 여러 군데 무너졌다. 그런데 이번 지진을 겪으면서 힘든 것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기도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우리보고 깨어 있으라는 하나님의 신호 같았다. 맹자가 '우환이 있으면 살고 안락하면 죽는다'는 참 역설적인 말을 했는데, 우리 기독교인에게도 적용되는 말 같다. 오히려 어려움이 닥칠 때 하나님을 더 붙들고 기도하기 때문이다."
-지진 피해 복구에 교회의 도움이 컸다고 들었다. 그 만큼 한동대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은데.
"여러 도움을 받았다. 이번 일도 그렇고 동성애·동성결혼 반대 선언 때나 얼마 전 페미니즘 강연 논란 때도 많은 분들의 격려가 있었다. 그러면서 '아, 비록 드러나진 않지만 동성애와 같은 지금의 문화적 흐름에 반대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구나'하는 걸 느꼈다."
-흔히 젊은이들을 가리켜 '통일 세대'라고 부른다. 기독교인은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할까?
"어떤 정치적인 입장보다 우선 종교의 자유를 말해야 하지 않을까? 북한 인권에 있어서도 이것이 가장 큰 부분이라고 본다. 지금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게 아마 기독교일 거다. 수용소에 오랫동안 갇혀 있는 이들도 기독교인들일테고. 개인적으로 자유의 핵심은 종교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요즘 출산률 감소로 많은 대학들이 입학 정원 감소를 고민한다. 한동대는 어떤가?
"마찬가지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앞서 말했듯이, 청소년 복음화율이 낮다는 것도 기독교 대학인 우리의 고민 중 하나다."
-끝으로 이 땅의 교회와 다른 기독교 대학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의 이성적 판단과 지식을 너무 앞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대신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을지를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고 함께 생각하고 기도했으면 한다. 한동대 학생들에게도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받기보다 주는 사람이 되라는 거다. 출세하는 것 좋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이 목적이 되어선 곤란하다. 왜 출세하고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그걸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가장 많이 베풀고 주는 우리 한동대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