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의 다섯 후손(엘람, 앗수르, 아르박삿, 룻, 아람) 가운데 아브라함은 아르박삿의 후손이다. 아브라함은 사라 말고도 첩들이 있었다. 그 중 그두라 사이에서 난 여섯 아들(시므란, 욕산, 므단, 미디안, 이스박, 수아) 가운데 욕산의 두 자녀 스바와 드단 중 드단의 자손 가운데 앗수르 족속(Asshurim)이 있었다(창 25장 참조). 이들 앗수르 족속은 창세기 10장의 셈의 후손 앗수르와는 분명 다른 족속이었다.
구스의 후손 가운데 라아마의 아들 이름도 스바와 드단이었다. 당대 잘 알려진 인물의 이름을 좇아 이름을 짓던 당시 풍습의 영향이라 여겨진다. 셈 계열이 아닌 함 계열 구스의 후손들 이름을 따랐다는 점에서 그두라 후손들의 신앙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들 그두라 후손 여섯 아들은 팔레스틴 동쪽으로 이동하여 아랍 사람이 되고(창 25:4-6) 아브라함은 '열국의 아비'(창 17:4)가 되었다.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앗수르, 아브라함과 그두라의 후손 앗수르 족속일까?
북 왕국 이스라엘의 마지막 왕 호세아는 어리석게도 애굽에게 도움을 청하다가(왕하 17:4) 앗수르의 살만에셀 5세에게 사로잡히고 이스라엘 땅은 유린을 당한다. 그리고 2년 뒤 사마리아 성은 함락(주전21-722) 당하고 만다. 이 앗수르는 앗수르 왕국이므로 아브라함과 그두라의 후손 앗수르가 아닌 셈의 후손 앗수르 족속이 북이스라엘을 멸망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팔레스틴 동편으로 간 그두라의 자녀 드단(앗수르족의 조상)은 대상(隊商)이 되어 아라비아 수풀에 거주(사 21:13)한 것으로 보아 앗수르 제국이 아닌 아라비아의 한 민족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앗수르 제국
바벨론이 바벨론과 지금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등 메소포타미아 남부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 하류에 위치한 반면 아숫르는 상류에 위치하여 일찌감치 문명을 일구었다. 앗수르 제국의 도시들인 앗술, 니느웨, 칼라 등에서는 아브라함 이전인 주전 5000~3000 년경의 선사 시대 토기들이 꾸준히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아브라함 이전에 이미 문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앗수르의 영역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지역이었으므로 종교(萬神)와 언어(아카드어)에 있어 수메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앗수르 족속은 구스(함족) 니므롯의 후손인 앗수르 남부(바벨론 영역)과의 빈번한 교류 속에서 제국을 형성하였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벨론보다 먼저 제국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하게 된다. 즉 북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앗수르는 아브라함의 후손 앗수르족이 아닌, 아브라함 이전부터 문명을 형성한 셈의 후손 앗수르의 후손들이었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