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가 ‘미국’의 오랜 이슈 중 하나인 이민자 통합을 두고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바비 진달 주지사(루이지애나, 공화당)의 견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자행한 프랑스 파리 만행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유럽사회가 무슬림 이민자들을 잘 통합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진달 주지사는 유럽사회에 통합하지 않은 무슬림 이민자들이 문제라는 상반된 시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데이빗 카메론 영국 총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큰 장점은 미국 내 무슬림들이 자신을 미국인이라고 느끼는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 전통의 일부인 (이민자들) 통합과 동화의 놀라운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은데 이것이 아마도 유럽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며 “유럽은 철퇴와 법, 무력으로 대응하기보다 무슬림 커뮤니티의 사회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고 지적했다.
유럽에서 급증하고 있는 무슬림 이민자들을 어떻게 유럽사회의 일부로 통합시킬 것인지는 핫 이슈다. 유럽국가들은 그동안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해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에 기초한 이른바 ‘샐러드 보울’(Salad Bowl) 접근법을 취해왔다.
샐러드 접시 위에 야채와 과일이 본연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함께 놓여져 있는 것처럼 이민자들이 고유한 문화와 가치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공존’하자는 입장이다.(위 그림) 하지만 이 접근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수상은 2010년 다문화주의에 기초해 이민자들을 독일사회에 통합시키려는 노력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메르켈 수상은 1960년대 독일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기 위해 ‘게스트 워커’(guest worker)로 들어와 250만명까지 늘어난 독일 내 터키인들에 대해 “우리가 단순히 같이 살면서 서로 행복하면 된다는 식의 다문화주적 접근을 취해왔지만 이것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인들은 독일사회에 통합되지 않았고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고립되어 왔다”며 “우리 사회에 참여하려는 이민자들은 우리의 법 뿐 아니라 우리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내 터키인들은 독일어를 배우거나 독일 문화를 익히지 않아 독일인이라기보다 독일에 사는 터키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을 방문한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가 이들에게 액센트없이 독일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부하라고 독려할 정도다.
이렇게 실패한 다문화주의 접근으로 유럽 내 무슬림 인구들은 기존 유럽사회에 통합되지 않은채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일부 지역에는 비무슬림은들어갈 수 없고 이슬람법인 샤리아로 통치되는 이른바 ‘No-go zone’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비 진달 주지사는 유럽에 ‘No-go zone’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처럼 이민을 왔으면서도 이민 온 사회에 참여하고 통합하지 않는 이민자들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이민 온 사회의 가치와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문화와 가치만을 고집하면 그것은 이민이 아니라 침략이라고 비판했다.
인도 이민자의 아들인 진달 주지사는 45년 전 미국으로 이민올 때 미국인(American)이 되기 위해 왔다는 부모님의 말을 인용하며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은 미국사회의 가치와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일부가 되는 ‘멜팅 팟’(Melting pot) 접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멜팅 팟 접근은 이민자들의 출신 문화와 특징들이 용광로에서 기존 미국의 특성과 함께 녹아 새로운 ‘합금’이 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아래그림)
그는 미국에 온 이민자들이 이런 태도를 갖지 않으면 미국에도 유럽에서 보는 비슷한 ‘No-go zone’이 등장할 것이라며 이민자들이 자신을 출신 국가를 하이픈(-)을 매개로 American 앞에 붙이는 하이픈 아메리칸(아이리쉬-아메리칸, 코리안-아메리칸 등)이 아니라 그냥 아메리칸(American)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사회는 유럽과 달리 이민자들이 자신을 미국인으로 인식하는 멜팅 팟 접근이 가능한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민자통합 전문가인 맨하탄 연구소의 피터 샐리슨 선임연구원은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을 막고 시민합법성을 부여하는 미국 정치시스템, 재능과 노력에 따라 보상을 받는 미국의 시장자본주의, 이민자들의 지역사회 참여와 동화를 돕는 미국의 수많은 단체들, 새로운 변화에 수용적인 미국인들의 태도를 그 조건으로 들고 있다.
샐리슨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이런 기초가 든든해 이민자들은 결국 자신을 미국인으로 느끼기 시작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사회에서 이민자들은 언어와 문화 차이 등으로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며 ‘끼리끼리’ 모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110여년의 미국 이민역사를 가진 한인 이민사회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한인들이 미국사회에서 남이 아니라 이른바 미국 주류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미국인이 될 것인지가 여전히 숙제다.
여기에 포용(tolerance), 다양성(diversity)이 미국사회 규범으로 자리잡으면서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가 부상, 멜팅 팟 접근이 힘을 잃으며 기존의 미국 가치가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슬람 등 타종교를 포용하면서 미국 건국의 근간인 기독교 가치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 파리 참사는 논란이 계속되는 불법 이민자 못지 않게 합법 이민자들을 어떻게 미국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미국시민이 되도록 만드느냐가 더 시급한 이슈라는 것을 미국사회에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사 및 사진 : 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