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이병규(39·등번호 9)가 삼성 라이온즈와의 살얼음판 승부에서 귀중한 투런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캡틴'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LG 트윈스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삼성을 4-2로 꺾었다. 그야말로 이병규의 존재감이 뜨겁게 빛난 경기였다. 이병규는 1-0으로 앞선 6회 2사 1루에서 결정적인 투런포를 쳤다. 볼카운트 1B에서 차우찬의 2구째 낮은쪽 가운데로 몰린 112km 커브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넘긴 비거리 110m 투런 홈런이었다. 시즌 5호. 팀이 3-0으로 달아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LG가 낳은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는 199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 프로에 입문하자마자 그해 타율 3할(0.305)을 넘겼다. 99년엔 LG 선수 중 최초로 30홈런-30도루(192안타)를 달성했다. 2002년에는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기쁨도 누렸고, 2005년엔 타격-최다안타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2007년 일본 주니치로 진출한 이병규는 2010년 LG로 복귀했다.

이병규는 평소 후배들에게 '즐기는 야구'를 강조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2년 이후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경기를 하는 3시간을 즐기자"는 말을 수차례 내뱉은 바 있다. 앞선 경기에서도 "평소엔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즐기는 것이라면 오늘은 '놀자'는 느낌이다"고 말한 그는, MVP에 대해선 "정말 즐길 줄 아는 놈이 받는 것 같다"는 어록을 남겨 이목을 끌었다.

그의 이러한 '즐기는 야구' 철학은 이번 잠실구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선배로서의 '품위'를 잊은 채 경기 전 걸그룹 크레용팝의 '빠빠빠' 멜로디에 맞춰 춤을 춘 것. 1위 삼성과의 승부에 대한 부담감으로 잔뜩 얼어있는 후배들을 위한 나름의 '배려'였다. 결국 이날 후배들은 이 같은 캡틴 덕에 2만5천여명의 많은 관중 앞에서도 당당히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