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자살을 억제하고 암세포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원인이 '유전자 조절 단백질간의 상호작용'임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이에따라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아 암세포가 자살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0일 성명을 내고 "허강민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세포의 자살을 막아 암세포를 키우는 원인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세포에는 세포가 죽지 않게 하는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세포가 죽지 않게 하는 유전자 조절 단백질인 'NF-kB(kappa B)'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냈다.
 이 단백질에 세포 내 신호 전달과정에서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인산기'가 붙으면 세포사멸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 떨어지면비활성화되는데 이처럼 활성화와 비활성화를 반복하면서 세포 성장과 사멸이 적정 수준으로 조절된다는 것이다. 

NF-KB(kappa B): 세포사멸을 억제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는 전사조절인자. 인산기가 붙으면 활성을 띠고 인산기가 떨어져 나가면 활성을 잃는 방식으로 활성이 조절된다. 유방암, 림프종 및 다발성 골수종과 같은 악성종양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

* 인산기(phosphate group) : 인산과 산소로 이뤄진 화학구조로 단백질에 결합하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켜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시키는 등 신호전달에서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특정 원인으로 인산기가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어 있으면 세포 사멸을 막는 유전자를 계속 활성화시켜 암이나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암세포에서 NF-KB(유전자 조절 단백질)가 과다하게 활성을 띠는 원인을알아내 이를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NF-kB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원인으로 '면역단백질 PHF20(전사조절인자)'이 NF-kB와 결합해  NF-KB에 붙어 있는 인산기를 떼어내는 역할을 하는 탈인산화효소(PP2A)가 NF-kB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것이다.

즉, NF-kB에 인산기가 계속 붙어 있음으로써, 암세포의 자살을 막는 유전자를 계속해서 자극해 결국 암세포의 자살이 둔화되고,결국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가 촉진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 PP2A: 단백질에 결합한 인산기를 떼어주는 탈인산화효소로 NF-KB에 붙은 인산기를 떼어냄으로써, NF-KB를 비활성화시킨다.

결과적으로 PHF20과 PP2A가 서로 경쟁하면서 NF-KB와 결합하는 관계이며, 세포가 암세포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PHF20가NF-KB와 지속적으로 결합함으로 PP2A를 견제하고, 이에 NF-KB의 활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뇌암이 진행될수록 PHF20이 많이 만들어지고, 인산기가 붙어서 활성화된 NF-kB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뇌암 진행 정도에 따른 생물학적 표지로의 활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또한,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있어서 PHF20과 NF-kB의 결합을 조절하는 물질이 새로운 타겟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