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읽을만한 책들

오는 19일로 예정된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신앙을 가진 이들이라면 성경적 가치관으로 나라를 섬길 후보가 누구인지, 종교편향과 안티기독교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선교의 자유를 보장해 줄 후보가 누구인지, 북한 주민의 인권과 신앙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면서 나아가 통일 시대까지 생각하고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한 번쯤 고민해 볼 때가 됐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최근 몇 년간 기독 출판계에 등장한 관련 도서들을 읽어 보면서, ‘하나님 마음에 합한’ 후보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 진보와 보수란 이분법을 넘어서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은 <진보 보수 기독교인(Republocrat·지평서원)>이다. 역사신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저자 칼 트루먼은 정통 개혁신학 관점에서 미국 복음주의 교회들이 보수적 정당정치와 기독교적 충성을 너무 밀접하게 연결시킴으로써 젊은이들이 교회를 등지는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그리스도인들이 강력한 정치적 입장들을 취한다면, 입장이 다른 이들을 품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진보주의자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낙태와 동성애에서 보듯 성경적 가치관과 거리가 먼 진보 정치에 낭만적인 신뢰를 보내는 기독교인들에게도 비판적이다.

애국심은 훌륭한 덕목이며 그리스도인은 선량한 시민이 돼야 하지만, 하나님의 뜻을 정치에 대입시키는 행동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

“복음은 죄에 대한 회개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요구할 뿐, 특정 국가의 정책들에 찬동할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를 요구한다면 세속적인 사고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자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개신교와 자본주의 윤리의 유사성을 밝힌 막스 베버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각 정당이 양 극단에서 차이점을 부각시킬 때 그리스도인들은 한쪽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감안하고 성경적 가치관으로 무장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적합하게 참여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기독교의 자유는 우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서 있든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데서 펼쳐져 나옵니다.”

로저 올슨은 <보수와 자유를 넘어 21세기 복음주의로(죠이선교회)>에서 사회적·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예수를 사랑하고 섬기는 복음주의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통보다 성경, 도덕주의보다 성품, 민족주의보다 나라 사랑을 외치면서, 사회주의가 아닌 부의 재분배, 가볍지 않은 예배의 현대화, 신학을 포용하는 상대화도 주장한다.

복음주의는 ‘혁신’의 종교이며 영적 태도와 마음의 습관이고 성경 말씀을 지키는 것이므로, ‘보수’와 ‘자유’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자는 것이다.

복음주의자라면 ‘죄인은 사랑해도 죄는 미워한다’고 하지 말고, 예수님처럼 조건 없이 죄인들을 용납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혼이나 동성애, 알콜중독 등 성경이 금하는 것들을 행하는 사람들도 말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정치적 보수주의자와 전통주의자들에서 벗어나 ‘탈보수적인 복음주의’로 진입해야 한다. 복음주의자가 보수적이어야 할 때가 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득권에 휘감긴 전통의 경우 ‘급진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태와 동성애, 인권과 민주주의 등 첨예한 이슈들 바라보기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IVP)> 등을 쓴 로날드 사이더는 <복음주의 정치 스캔들(홍성사)>에서 복음주의자들이 정치계로 대거 몰려간 지난 30년간 효과가 있었지만 한계도 드러났으니, 이 ‘비참한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기독교 정치철학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은 지혜로우면서도 성경 말씀에 입각한 정치에 대해 고심하고, 성경적·규범적인 비전과 사회연구를 접목하여 신중하고 효과적으로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안들에서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낙태’에 대해 저자는 많은 국가들이 폭넓은 정황으로 이를 합법화한 현실에서,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의 입장 간의 딜레마를 설명한다.

여기에는 낙태 찬성론자들의 ‘태아는 인간이 아니다’란 주장이 남지만, 저자는 성경 어디에도 태아가 인간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고 과학적으로도 임신 시점부터 태아는 인간임이 인정됐다고 반박한다. 국가는 보통 상반된 견해에 중립적 입장을 취해야 하지만, 인간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면 그래선 안 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낙태 제한법을 만들도록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미혼모 문제나 입양법 개선 등으로 낙태가 사람들의 마음을 끌지 않도록 입법 활동이나 시민사회 활동을 할 수 있다.

안락사나 유전공학, 사형제도나 전쟁 등 생명과 관련한 사안도 이와 동일하게 풀어가야 한다. 저자는 “성경에 바탕을 둔 균형잡힌 정치 의제들을 포용하고, 적합한 공공정책을 형성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며 “또 성경에서 겸손과 자신감을 겸비하는 법을 배워 신실한 정치참여로 이웃사랑을 실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물론, 정치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고, 복음을 전하고 예배드리는 일이 우선해야 한다.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최근 펴낸 <그리스도인의 정치색깔(우리시대)>에서 ‘좌우의 색깔이 아니라 성경이 보여주는 색깔’이 우리를 지배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 목사는 낙태나 동성애 등 민감한 문제보다는 최근 한국적 이슈인 경제나 복지, 환경과 사법정의, 평화와 통일 등을 놓고 해당 성경구절을 제시하면서 나름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낸다.

그는 “건강한 기독 시민의식은 미숙한 신앙을 벗어나는 데서 시작한다”며 “공적인 예의와 정직, 책임의식과 배려심을 함양하여 성경적 세계관을 세워가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이밖에 <정치하는 교회 투표하는 그리스도인(새물결플러스)>,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IVP)>, <정치하는 그리스도인(SFC)> 등도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기독 서적들은 성경적 세계관 확립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은 사회나 정치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책들을 먼저 손에 집어드는 것도 큰 손해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