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저물어간다. 라디오에서는 연신 크리스마스 케롤을 내 보내면서 성탄이 가까움을 알리고 있다. 성탄절기에는 그 누구에게나 이야기가 있다. 내게는 어렸을적 다녔던 서울 서대문의 충정교회에서의 스쿠리지 연극이다.

그때는 모두 가난한 사람들의 성탄절이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로 기억되는 것은 그들만의 성탄이야기가 담뿍담겨 있는 까닭이다. 맞지도 않는 아버지의 양복을 걸쳐입고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제일먼저 상대역의 꼬마 소녀 박가실이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렁 그렁 눈물이 담긴 호수같은 눈을 가진 예쁜 여선생님도 보고싶다.

당시는 웬일인지 크리스마스 이브에 함박눈도 자주 내렸다. 거리에서 파는 꽈배기 과자를 신문지 봉투에 싸들고 한손에는 큰 주전자에 생강차를 끓여와 자녀들의 연습을 자랑스럽게 보시던 그 부모님들은 이제 이 세상에는 없는 분들이 태반일 것이다. 연습후에는 예외없이 활활타오르는 톱밥난로 곁에 둘러앉아 사치기 사치기 삿보보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이것이 나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이다.

올 겨울에도 워싱턴에는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아마도 그 이야기의 정점은 12월 4일 와싱톤중앙장로교회당에서 있게될 성탄축하 음악예배가 될 것이다. 2001년 27차 교협이 시작한 성탄축하 음악예배가 어느덧 열돌을 맞게 되었다. 10년동안 교협의 중요행사로 자리 매김하면서 워싱턴 일원의 성도들에게 성탄의 기쁨을 안겨준 귀한 모임이 된 것을 축하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부회장으로 섬기던 신동수 목사의 아이디어로 탄생된 첫 성탄 축하음악예배는 루트 7에 있었던 한빛지구촌교회당(담임 장세규목사)에서 있었다. 본 모임의 정신은 워싱턴 교협산하의 교회들과 성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신앙 공동체로서 형제애를 나누자는 것이었다. 짧은 준비기간이었음에도 성탄의 기쁨이 충만한 성공적인 잔치가 된 이면에는 총무로 수고하였던 정영만 목사의 대활약과 임원들의 총력적인 헌신 덕이었다. 그러나 이 귀한 모임을 간절히 고대하던 워싱턴 교협 산하의 모든 교회들과 성도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한달도 못되는 준비기간으로 거사를 치루었다고 생각하면 그 무모한 자신감에 나 자신도 놀랄지경이다.

그 이후 아예 부회장으로 준비위원장을 맡겨 일년여를 준비케 하는 노하우를 전수케 하는 등 성탄축하 음악예배를 탄생케 한 사람중에 하나로 애착과 관심을 늘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이 짧은 단상은 후일에 워싱턴 敎協史의 史料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계속해서 워싱턴 교협을 섬겨 나갈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당부는 워싱턴지역 한인교회협의회의 성탄축하 음악예배의 정신을 잊지 말고 정진해 달라는 것이다. 매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