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軒鏡 최윤환]그리그 피아노 컨체르트와 무소로그스키의 전람회 그림

현란한 행진곡 풍
베르리오즈 벤베누토 체리니 서곡이 펼쳐지다
오케스트라 백 명 가까이의 무대 위의 협주 악
흘러내리는 음악 물살로
水波 유유히 펼쳐 퍼지는 大河

山間 비끼는 도시風 바람 타고 돌아 돌아
인간사 질고 넘어, 넘어서
삶 껴안고서 흐르는 무언의 騷音,
바닥으로 소화되는 두터운 물무늬가
너와 나의 사연 다 묻고
비벼져 유연하게 훑어 내리고 있는
묵직한 뱀 오색 등줄기여

章은 바뀌고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가라앉는 듯.. 되살아 튀어 오르는
비탈 진 음계 계단의
반짝이는 흑백 건반

노르웨이 베르겐 마을
유유히 솟구쳐 오른 피어로드
氷河 타고 녹아 쏟아 내리는
연綠의 계곡 물줄기 흐름 흘러라

작은 색깔 박은 집들이
숲속 언덕에 동화를 엮어 내어
그림 속 스튜디오 비탈 방에서
시름들 부여잡으며, 어느 새
어우러지게 무지개를 그리더니
밟아 디뎌온 旅程에서
음악으로 비틀어지는
깊은 山間 사이사이 속으로 메아리 쳐
淸雅 하도록 인간의 바닥 다 들처나는데,

무소로그스키의 전람회 그림이 펼쳐지며
트럼펫 청청이 울리고
드럼과 색소폰이 가슴 끌어서 저미는데
감싸면서 비집어 끌려 나오는 여운(餘韻)
그리도 시린 맘 속내, 깊은 아픔이 되었나

폐허된 옛 성곽 안으로
<리모주>장터 사연들마저 조각 조각
저마다 튀어 올라와
呼訴의 뼈아픈 페이소스 화폭(畵幅)으로 터지어
그칠 줄을 모르는
마음 나눌 이야기의 밤

로린 마젤 할아버지의
솟구쳐 올랐다 유연히
떨어지는 지휘봉에서
우리의 새 세상 전체가
지금 여기 틔어, 열어져 오는 가부다.


지난 10월 29일(2011) 깊은 가을, 토요일 밤, 펼쳐지는 케네디 음악당에 찾아 갔습니다. 이날밤, 우리 앞에 펼쳐진 레퍼토리는 (1)베르리오즈의 벤베누토 체리니 서곡. (2)싸이몬 트르페체스키 피아노로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 피어로드의- <그리그>의 고향-노르웨이 氷河의 계곡 물줄기 폭포수를 배경삼은 山間 湖. 그리고 (3)무소로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었습니다. 음악의 가을 밤 가득한 잔치 선물이었습니다. 이제는 老지휘자가 된 세계적 로린 마젤 명 지휘. 그의 팔 휘저음에는 이젠 약간의 노색이 짙게 비쳐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따금 찾아 가고 싶어지는 가슴 가득 벅찬 음악의 향연, 쉽진 않아도, 티켓료를 일부러 쏟아 부어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되곤 하였습니다. 걸글하게 쌓여진 마음 찌꺼기들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 해맑아지는 저의 어쩌다 가의 하루 밤저녁이 되곤 합니다. 특히 나에게는, 위의 펼친 이 세 곡목은 조국에서부터도 오랜 동안 마음 구석에 담아 둔, 음반으로 만의 새겨 놓았던 곡들이었습니다. 특히 여간 해, 오케스트라 무대에는 쉽게는 끼어 오르지 못하는, 색소폰의 가슴 긁어 저며 끄는 여운은, 그 연주자마저 억지로 오케스트라에 끼어 붙은 듯이, 자리를 좀 비껴 앉아 있어, 더욱 가슴 깊게 흘러내린 아름다운 가을 속에 젖은, 그날의 오케스트라 저녁 밤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