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못박혀 숨진 택시운전사 김모 씨를 처음 발견했으며, 김씨가 가입한 종교 관련 인터넷 카페의 운영자인 전직 목사 주모 씨가 카페를 통해 입을 열었다.

주씨는 5일 ‘십자가에 달린 사람-발견 과정에 대해’와 6일 ‘나도 알고싶다… 그 사람에 대하여’ 등 두 차례 글을 올렸으며,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 하다. 카페에서 주씨의 대화명은 ‘屍解仙(시해선)’으로, “시체가 그 죽음에서 해방돼 신선이 된다는 뜻이며, 개인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5일 글에서 주씨의 설명은 이렇다. 청원에서 벌을 많이 하는 유명한 사람이 찾아와 병치료나 우량종의 벌을 실험해볼 마땅한 장소를 물었고, 있는 곳에서 산길을 따라 5km 정도 떨어진 석재광산이 생각나 2년만에 그곳으로 함께 출발했다. 해발 6-700미터에 이르니 흰색 코란도가 서 있었고, 더 올라가 절벽쪽을 바라보니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서 있었다. 교회 사람 중 누가 기도하려 제단을 만들었나 생각하고 가 보니 마네킹 같은 사람이 매달려 있었고, 더 가까이 갔는데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발견 모습에 대해 주씨는 “그대는 왜 이러한 모습인가? 다 부패하고 타락한 이 세상의 모든 죄를 다시 한번 짊어지고 싶었는가? 그대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아야 할 만큼의 신앙심은 어느 것이며 무엇인가?”라는 감상을 적었다. “제3자 개입없이 혼자서 자기 몸을 십자가에 못박을 수 있는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았다”고도 했다.

6일 글에서 주씨는 김씨를 만난 사실에 대해 “경찰조사를 받다가 김씨가 사이트 회원임을 알게 됐다”며 “2008년 가을쯤인가 방문을 하겠다고 전화가 와서 오라고 했고, 조금 특이한 이야기를 해 대화를 중단하고 화제를 돌려 그 주제에서 벗어났다”고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그 사람과 영혼이 정죄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것을 내가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하고 정죄할 수 있는가. 섣부르게 말하여 온 세상 사람의 조롱과 비웃음과 판단 정죄를 하게 만들겠는가”라며 함구했다.

그는 “이곳에서 나는 사람의 마음이나 의식, 정신과 자아, 인간의 내면세계를 말하고 있다”며 “그 사람이 그렇게 행하고자 하려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 아니고 가슴에서 마음, 또는 의식, 생각이라는 어떤 상태”라고 덧붙였다.

죽음에 대해서는 “사람이 한강에 뛰어내려 죽으러 갔는데, 난간에 서서 뛰어내리려다 아래를 보고 두렵고 무서워지는 것이 그 무서운 마음이 뛰어내리려는 의식보다 커지면 포기하게 된다”며 “그 사람이 그렇게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그 산으로 갔을 것”이라는 다소 긍정적 시각으로 계속해서 언급했다.

또 “십자가를 세우고, 무릎을 꿇고, 망치를 들고 대못을 자기 발에 내리쳐 박을 때 신경을 통해 느껴지는 고통이라는 것이 어떠할까? 나는 상상이 안 간다. 그래서 그 고통이라 말하는 느낌의 의식을 모른다. 그런데 그는 그 고통의 의식을 이기고 계속 실행을 한다”고도 했다.

주씨는 “그 사람에 대해 이상한 사람이니, 광적이니 등등 매도하지도 않았고 판단받게 말하지 않았다”며 “이런 희대의 사건에 엮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엮이는 것이 싫다면 그 사람에 대해 비난, 비판, 정죄를 하고 신앙적으로 잘못된 이런이런 사람이라 말했을 것이다. 내가 불똥이 튀는 것을 피하자고 하면 말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러나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그 사람의 믿음, 신앙은 나는 모른다. 감히 말할 수도 없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고 누가 스스로 그랬다는 소리도 못 들었기 때문에 그저 모른다. 그래서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그 무엇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지 나도 알고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렇게 행하게 하는 그 어떤 것이 무엇인지 진정 궁금하다. 벌통 앞에서 종일 그 생각 속에 머물러 있다. 그 의식이 무엇이었을까”라 적기도 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주씨는 “희한하고 전례가 없는 사건이니 언론 방송사가 다퉈 취재를 하여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그들의 마땅한 몫이다. 그래서 이틀동안 내가 목격하고 알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모두에게 똑같이 입이 닳아 없어지도록 수없이 반복해서 말해줬다”며 “그렇지만 그 결과는 참혹하다. 이미 정해지고 자신들이 알고 말하고 싶은 부분으로 기사는 쓰여지고 확대 재생산되어 이 나라를 거짓으로 오염시키는 언론 방송사에 대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현장을 최초로 목격한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고 또다른 한 명이 있는데, 언론은 나 혼자만 본 것으로 대부분 보도하고 그 사람에 대한 인터뷰는 없으니 참 이상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숨진 김씨의 신변정리 흔적 뚜렷이 발견돼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북지방경찰청은 김씨가 신변 정리를 한 흔적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말 자신이 직접 구입한 차를 몰고 창원에서 문경으로 왔으며, 문제의 폐채석장 부근에 천막을 치고 생활해 왔다.

김씨가 십자가에 사용된 나무를 직접 구입한 것도 밝혀졌다. 지난달 13일 김해의 한 제재소에 직접 가서 나무를 구입한 것. 다음날인 14일 문경시내 한 소매점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상주의 한 우체국에 들러 적금을 해지하고 현금 900만여원을 찾아 형 앞으로 송금하고 나머지 85000원은 불우이웃돕기 성금함에 넣었다.

이와 함께 지난달 11일과 14일에는 사용하던 갤럭시탭과 휴대전화를 해지했다. 김씨는 갤럭시탭으로 ‘예수의 죽음’과 관련된 블로그에 접속한 기록도 나타났다.

숨진 김씨는 지난 1990년대에 이혼했고, 자녀가 두 명 있으나 연락을 끊고 지내왔다. 경찰은 DNA 검사 결과가 나오면 수사에 큰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