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직 취학하기 전 프리스쿨에 다니고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아이를 픽업 갔는데, 자동차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주려고 하다가 아들 녀석의 행동이 평소와 다름을 느꼈습니다.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무엇인가를 손으로 꼭 쥐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여겨 물었습니다.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이니?” 대답을 선뜻 하지 못하고, 꺼내어 보여주지도 않고 계속 쥐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들이 무엇인가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강제로 꺼내어 보니 조그만 사람 모양의 장난감이였습니다. 정색을 하고 물었습니다. 어디서 가져왔느냐? 누구의 것이냐? 녀석은 저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친구가 준 것이라고...

저는 그날의 일을 생각만 하면 지금도 후회스럽습니다. 사실 제 자신도 어려서 그렇게 완벽하게 자라지 못했으면서 제 아이만큼은 정직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 그 어린 것을 때렸습니다. 아마 많이 아팠을 것입니다. 그 아픔의 기억이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도록 징벌을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들을 껴안고 반복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예수님 제가 잘못했어요. 남의 것 가져온 것도 잘못했고 거짓말 한 것도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이와 같은 짓을 안 할께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들 녀석이 기도를 따라하면서 얼마나 통곡하며 우는지 저도 함께 껴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 날 제가 처음으로 체험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린 아들의 영혼 속에도 성령이 계심을 알았습니다. 회개의 영이 어린 아들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다음 날 친구에게 돌려주도록 지시하고 저는 아들을 데리고 곧 바로 장남감 가게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것을 찾고 보니 ‘레고’였습니다. 제가 무지하여 ‘레고’를 몰랐었지요. 사랑하는 아들에게 처음으로 ‘레고’를 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제법 장성할 때까지 ‘레고’를 많이 사주었습니다. ‘레고’는 다른 장난감에 비해 비싸 저희 형편으로 때론 무리할 때도 있었지만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고, 동생과도 싸우지 않고 칭찬할 만한 일을 할 때 마다 ‘레고’로 보상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큰 상자로 가득 보관해 오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있으면 아들이 결혼하고 손자를 갖게 되면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입니다. 왜냐하면 아들과 저 사이에 특별한 아픔의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어린 날 그와 같은 아픔의 경험을 하고난 후로 지금까지 참 바르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들이 자라면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항상 저를 무서워하였기 때문 입니다. 저의 성격이 학교 규율선생 같이 엄격하고 완벽주의인데다 목소리까지 커서 가끔 목청을 높여 부르거나 말을 하면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무슨 일이 생기나 하는 두려움이 있어 보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집을 떠날 때, 제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알고 쾌히 허락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입사하던 날, 필요한 짐을 옮겨 주고 컴퓨터도 연결해 주고 헤어지면서 아들을 껴안고 기도해 주고 나왔습니다. 파킹랏 차안에서 떠나지 못하고 그 녀석 방을 바라보며 울고, 집으로 돌아와 밥상 앞에서 아들이 밥은 먹는지 생각하며 울곤 했습니다.

솔직한 저의 마음은 아들에게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생각할수록 제 마음이 아팠던 것입니다. 언젠가 집에 다니러 왔을 때, 조용히 대화하면서 아들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유진아 아빠를 용서해다오. 내 욕심 때문에 너를 너무 힘들게 했던 지난 일들을... ” 긴 시간을 지나고 보니 그렇게까지 엄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왜 그렇게 내 성격대로 아들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제 스스로에게 참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표현이 지나쳐 오히려 아들을 아프게 했던 일들을 하나님께 회개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머리도 영리하고 공부도 잘하고 재주도 많은 아이였는데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능력과 잠재력과 창조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자유롭게 발휘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제가 깨달은 지 불과 몇 년 전이었습니다. 때 늦은 후회지만 다 성장한 아들을 위해 이제 기도하는 것은 주안에서 치유되고 앞으로의 생애를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