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통해 만난다.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한 사람이라 해도 책을 통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해준다. 이번에 소개할 책도 그렇다.

시인이자 산호세지역 이민교회 목회자인 우동은 목사(주사랑장로교회)가 이번에는 시집 '사랑하는 이야기' 를 냈다. 이민목회의 쓰라림과 아픔을 특유의 위트로 풀어낸 '우동목사와 짬봉교회', '종이배에 띄우는 하얀 쪽지' 이후 세번째 나오는 책이다. 주옥같은 시 중에 몇 편의 시를 소개해본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먼저, <님의 침묵 - '사랑에 미쳐버리다'>에 눈길이 갔다.


<님의 침묵 - '사랑에 미쳐버리다'>
(전략)...

당신의 침묵 앞에
지쳐가는 인생들 앞에 한마디 던지소서

'내가 사랑에 미쳐서 그렇다고'

너희같은 변덕쟁이들 살리려고
내 아들 십자가에 죽던 날 침묵하다
참다... 견디다...
내가 해야 하는 그 사랑에
그만 미쳐버렸다고...

...(후략)


'왜 이렇게 내게 응답하지 않습니까'라는 우리의 항변. 이 원망섞인 소리에 주님은 짧은 대답을 던지신다. '내가 사랑에 미쳐서 그렇다고'. '너희같은 변덕쟁이들 살리려고 그랬다고'. '내 아들 십자가에 죽던 날 침묵하다..참다.. 견디다..'.

저자는 원망하는 수많은 크리스천들에게 아마 이 말을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의 항변에 하나님은 절대로 침묵하지 않으셨다고. 침묵할 수 밖에 없으셨던 아들의 죽음 앞에,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 있었다고.


<무화과나무 아래서>

(전략)...

우리 주님
주리셔서 저주했던 무화가나무가
이 교회 목사 부부 옥토 같은 성품마냥
가지를 찢으며 열매 맺었더라면...

내가 오늘 그 열매 움켜쥐며
손가락 들러붙는 끈적함에
뭉클해진 가슴 안고 오열하듯
주님도 기뻐하셨을 터인데

...(후략)

저자는 우연히 친구 목사님의 교회뒷마당에 저자는 무화과나무를 본 것 같다. 그런데, 거기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셨던 예수님 이야기가 떠올랐던 것 같다.

'주님께서 주리셨다'는 대목에서 만감이 교차된다. 주님께서 주리심가운데 그토록 고대했지만, 결국 열매맺지 못한 무화과나무. 신앙인의 삶을 돌아보게 해준다. 비록 초라한 모습이었다 해도 주님을 기쁘시게 했더라면, 열매맺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낮은 자리의 속삭임>

(전략)...

사랑하는 자여
너도 나와 이 자리에
내려와 앉지 않으련?

주님!
바닥이 아니었군요
제자리가...
용서하소서 이 우둔함을...


갑자기 마지막 부분에 뜻하지 않은 반전이 있어 눈길이 갔다. 내가 그래도 낮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 모습이 빗나가고 있었음을, 내 모습이 주님원하시는 길이 아니었음을, 내 모습이 어느새 처음 시작과 멀어져있음을, 저자는 가슴아프게, 또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심방 다녀오는 길>

먼 여행길에 지친 갈매기 날개처럼
물에 젖어 바람에 절어 곤고해진
교우들의 가정을 심방하고 돌아올 때면
마지막 석양에
검은 물들지 않으려 발버둥 하는
주홍빛 구름 한 점처럼
가슴이 먹먹해진다

...(후략)


심방다녀오고 난후에 있던 수많은 이민교회 목회자의 무거운 발걸음을 표현했다. 양들의 근심어린 눈빛보다 더 무겁게 목자를 짓누르는 것은 없다. 자신이 겪는 것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양때를 진정 사랑했던 목회자이기 때문이리라.


<동반자>

(전략)...

당신이
동반자로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음을
삶의 여정 어느 끝에서
한 번쯤은 고백해야 할텐데...

동반자 돼 주어
고맙다고...


짧은 한마디가 여러 말보다 오히려 진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사실 많이 하다보면 오히려 퇴색해버리기도 한다. 한 마디라의 말이라도 솔직한 말이었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녹여낸다. 저자의 말처럼 말이다.

*저자 소개

서울에서 출생해서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인도로 주님을 영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글 쓰는 삶에 취해 문학을 하고 싶은 열망을 갖고 살았지만 부르심의 소명 앞에 무릎을 끓고 목사가 되었다.

중동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안양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도미하여 미주장로회신학대학원 (KPCA Presbyterian Theological Seminary)과 아주사 신학대학원(Azusa Pacific University)에서 M. Div(목회학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산호세주사랑교회를 섬기며 성도들과 이웃들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시로 노래하며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칼럼집 《우동목사와 짬뽕교회》와 《종이배에 띄우는 하얀 쪽지》가 있다.

산호세주사랑교회(www.sjsarang.org)
E-mail: pastorwo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