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으로 충격에 빠진 아이티를 돕기 위한 모금이 기독교 구호단체들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번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 액수가 미국 한 영화배우의 그것과 같아 논란이 된 가운데서도 국민들은 민간단체들을 통해 활발히 모금에 참여하고 있는 것.
▲월드비전 직원들이 부상을 입은 아동들을 치료하고 있다. 이곳 병원은 지진으로 인해 심각하게 무너져 내렸으며, 피해를 입은 수백 명의 환자들은 병원 밖 주차장과 정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속 어린이는 Lorvencia Beneto Celestin(6세, 여). 어머니가 장을 보러 나간 사이에 집을 지키고 있던 도중 지진이 일어났다. ⓒ월드비전 제공

10만달러 모금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한 월드비전이 15일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이를 달성해 목표를 50만달러로 상향 조정하는가 하면, 굿네이버스도 지진피해 이재민돕기 긴급모금 캠페인 시작부터 24시간도 되지 않은 15일 오후 1시 30분 2300여명의 후원자들이 앞다퉈 성금을 내 1억원을 돌파했다.

월드비전 박종삼 회장은 “슬픔과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아이티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정성을 모아 하루만에 큰 금액이 모아졌다”며 “모금액을 신속히 전달해 현지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이 1차 지원한 10만달러는 급한 의료품과 담요, 식수, 위생용품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굿네이버스 긴급상황실 김중곤 본부장은 “아이티 지진피해를 위해 써 달라는 후원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굿네이버스는 14일 5명으로 구성된 1진을 급파해 이동 중이며, 이들은 16일 아이티에 도착해 현장조사와 긴급구호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현장에 도착하는대로 식수와 식량, 의약품 공급과 쉘터 등을 긴급 지원하고, 특히 어린이들이 많은 지역을 선정해 아동대상 영양공급 프로그램, 산모 및 신생아를 위한 영양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긴급 의료진을 추가 파견한다.

기아대책도 아이티를 위해 15일 현지로 긴급구호팀을 파견했다. 지진 직후인 13일 피해지역 긴급구호 상황을 선포한 기아대책은 미국 기아대책을 통해 음식과 의료세트 등을 1차 발송했고, 인근 도미니카공화국 기아봉사단원과 함께 현지로 의료 및 긴급구호팀을 추가 파견할 예정이다. 기아대책은 13일 기아대책 국제연대(FHIF) 회원단체 협력을 요청, 미국을 통해 구호물품을 보냈으며 4만달러를 추가 지원키로 약속받았다. 기아대책 장종순 국제사업본부장은 “현지 미국 기아대책 소속 스텝들이 본부와 연락하면서 현지 구호활동을 펴고 있다”며 “최대 피해지역인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기존 해 오던 에이즈 및 아동재활 등 장기지원 프로그램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굿피플도 상황 접수 후 15일 미국 지부에서 현장 조사를 위해 긴급구호팀을 구성해 현장에 급파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여진의 공포와 오염된 환경으로 2·3차 전염병 위험 속에 있으며, 굿피플은 국내에서 의료·방역 구호 활동을 위한 전문 의료진들을 추가 파견한다. 굿피플은 전염병 예방을 위해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라이프스트로우(빨대형 정수기)와 담요·칫솔·치약·비누·수건·기본의약품·물·정수약 등으로 구성된 긴급구호 키트를 함께 전달한다. 굿피플은 불어 능통자와 해외 전문자원봉사 경험자를 중심으로 자원봉사단도 모집 중이다.

▲지진으로 무너져내린 건물들 사이로 생존자들이 텐트를 치고 가재도구들을 모아 삶의 터전을 만들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피해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구호활동에 착수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다른 23개 회원국과 함께 연맹 차원에서 총 150만달러(약 17억원)를 1차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세이브더칠드런 긴급구호 90년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라고 한다.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사무실은 NGO단체들 중 비교적 손상이 적어 다른 기관 긴급구호 담당자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 보호와 이산가족 찾기에 주력하고 있으며, 길거리의 붕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기 위해 함께 힘쓰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미국 CEO 찰스 맥코맥은 “어린이들의 건강이 심각히 염려된다”며 “현지 구호작업은 시작에 불과하고, 향후 5년간은 진행돼야 하는 장기적인 피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1억원 모금을 목표로 홈페이지 및 포털사이트, SMS 등에서 모금을 진행 중이다.

아이티에 230개 어린이센터를 두고 6만 5천명을 결연 후원하고 있는 컴패션도 긴급모금에 나섰다. 이들 중 6천여명이 지진 발생지인 수도 포르토프랭스 어린이센터에 속해 있다고 한다. 또 통신시설 파괴로 현지와 연락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컴패션 차원의 위기대책을 현지에 파견했으며, 후원어린이에게 피해가 있을 경우 후원자에게 직접 연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컴패션은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호소하면서 기금 모금 및 결연자 모집에 나섰다.

이외에도 많은 단체들이 아이티를 위한 긴급모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웃사랑의 대명사’ 구세군도 자선냄비 활동기간이 끝났지만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1950년부터 아이티에서 학교와 병원, 고아원, 급식지원 등을 펼치고 있는 구세군은 국제본영 지휘 아래 미국 4개 군국이 인력을 파견,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세군은 국제적으로 4만 4천파운드의 식량을 긴급 수송했고, 76만달러를 모금해 구호현장을 지원 중이다. 구세군 긴급구호 책임자인 밥 포프는 “주변 신음소리와 부르짖음으로 많은 이웃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특히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어린이들이 하루속히 예전처럼 행복하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