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 앞에 서 있지 마세요. 거기서 울지 마세요. 저는 거기에 없습니다. 저는 죽은 게 아닙니다. 거기에 잠들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천(千)의 바람이 되어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1월 도쿄 신오쿠보 전철역. 술에 취해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한 한국청년이 달리는 지하철로 뛰어들었다. 그는 음악을 좋아하고 운동을 즐기고, 또 이웃나라 일본의 문화를 조금 더 알고 싶었던 평범한 한국청년 이수현이었다.

당시 그의 희생은 일본 열도를 감동시켰고 7년이 지난 2008년, 그를 추모하는 영화 <너를 잊지 않을거야>(원제: 26 year's diary)가 오는 30일 개봉한다.

영화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故 이수현의 일상생활을 청춘영화와 같은 형식으로 전개해나간다. 군 제대 후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던 대학생 이수현(이태성 役)은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하던 중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일본인 소녀 유리(오나가 마키 役)를 만나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부모님의 불화로 인해 고통을 겪던 유리에게 이수현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며 순수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록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더욱 가까워진 이들은 서로 간에 사랑을 약속하지만 이수현은 결국 도쿄의 한 전철역에서 생을 마감한다.

영화 속에는 실제로 故 이수현이 다니던 고려대학교 서클활동, 가수 출신의 재일동포 여자친구, 산악자전거를 이용한 후지산 등반, 사건이 일어났던 신오쿠보 역에서 촬영한 마지막 장면 등 많은 부분이 실제 이수현의 삶과 흡사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이수현이 철로에서 7초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전차를 막아서다 죽음을 맞이했던 장면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姑 이수현의 어머니 신윤찬 씨는 “사건이 일어난 당시에도 나는 ‘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키웠다면 우리 아들이 지금도 살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면서도 “아들의 꿈은 한국과 일본을 잇는 외교관이었다. 어떤 일본인이 ‘100명의 외교관보다 더한 업적을 남겼다’는 말을 해줘 기쁘다”며 눈물을 보였다.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하나 밖에 없는 귀한 목숨을 던져 26년의 짧은 생을 마쳤던 청년 이수현은 진정 이 시대의 의인이었다. 자기희생적인 그의 죽음 속에서 2천년 전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한 분이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