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가톨릭 지도자가 낙태 찬성론자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교회에 해악”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미국에서 낙태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인 찰스 채풋(Chaput) 덴버 대주교는 지난 주말 여성 가톨릭 지도자들과의 만찬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이번 대선에서 진보 성향의 가톨릭 교인들이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채풋 대주교는 이날 ‘작은 살인(Little Murders)’이라는 제목의 연설 중 오바마 후보를 “낙태 권리를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일해 온 후보”라고 부르며 “가톨릭 교인으로서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자기 기만, 도덕적 혼란, 혹은 더 나쁜 것을 필요로 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대주교는 또 “진보 가톨릭 교인들의 이같은 지지는 가톨릭의 가르침의 우선순위에 반하는 것이며 악(惡)을 다른 중대한, 그러나 생명보다는 덜 중대한 사회적 가치들을 위해 상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바마 진영은 진보 가톨릭 교인들의 지지에 대해 성명에서 “오바마 후보는 신실한 가톨릭 교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는 언제나 낙태와 같은 까다로운 문제들에 관해 예컨대 청소년들에게 책임감과 자아존중감을 심어 주고, 여성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해답을 우리에게 제시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진영은 또한 가톨릭 법학자이자 레이건 정부 시절 법률고문을 담당했던 더글라스 크미엑 교수가 오바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하자, 이를 가톨릭 교인을 대상으로 한 선거 유세에 적극 활용해 왔다. 크미엑 교수는 오바마 후보가 가톨릭의 가족, 빈곤, 외교, 전쟁 등에 관한 시각을 정책에 가장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진보 가톨릭 교인들은 앞선 2004년 대선에서도 독자적 세력을 결성, 가톨릭 교인이자 낙태 찬성론자인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오바마 후보는 최근 진보 가톨릭 교인층 외에도, 중도 또는 진보 성향의 개신교인층에서 높은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많은 이들 집단은 보수 성향의 교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태나 또 다른 도덕적 이슈인 동성결혼 문제에 더 자유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