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워싱턴주 기념사업회(회장 주완식 목사)가 주최한 시국강연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크리스천이자 철학과 교수, 문학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김형석 교수는 '우리는 무엇을 선택했는가?' 강연을 통해 역사적 흐름을 조망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해방 후 이승만 박사를 통해 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이 역사의 한 방향을 설정했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적인 기반을 닦게 된 것이 큰 기초가 됐다"며 강연을 시작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선출되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선택한 것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졌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진보냐, 보수냐 하는 진영의 문제지만 역사의 흐름에서 봐야할 것은 '개방사회'인가 '폐쇄사회'인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자유의 길로 가는 것이 발전하는 길"이라며 "교리가 아닌 진리를 원하는 세상에게 진리를 주고,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연회는 금란감리교회에서 12일 오전 11시부터 시작했으며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강의 후 현재 고국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상황들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1.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고 개방이냐 폐쇄냐?

한국에서 가장 큰 이슈는 '내가 보수, 진보 어느 진영에 속해있는 것인가?'하는 문제다. 젊은이들이 보수라고 말하기는 창피하고, 진보라고 말하기는 친북 반미 좌파에 속하는 것 같아 어느 쪽이라고 말할지를 꺼려하고 있다. 노인들도 그렇다. 늙었으니 보수라는 소리를 들으면 쫓겨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진보도 아니고, 이래저래 혼란스럽다. 사상적으로 어느 쪽이든 선택하지 않으면 혼란에 빠지고 같은 고민을 계속 하게 될 것이다. '보수와 진보' 선택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러나 선진국은 이념 선택 문제가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보수나 진보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한 나무에서 자란 가지들이다. 그러므로 보수나 진보는 정책의 차이에 따라 갈릴 뿐이다. 한국의 경우, 50년전까지 극에 달했던 '냉전체제 아래서의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각각 보수와 진보가 됐다. 한 나무가 될 수 없는,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인 보수와 진보, 이것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치적인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세계에서 이 문제로 고민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개방된 열린 사회로 가는 쪽은 진보요, 폐쇄된 사회로 가는 쪽이 보수다. 폐쇄된 사회로 가는 나라는 후퇴의 길을 걸어왔다. 전세계 중 유일하게 폐쇄국가로 남아있는 곳이 북한이다. 소련이 붕괴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폐쇄사회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문을 닫아놓고 있었다면 망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등소평이 경제의 문을 열었고 이후에 사상도 개방했다. 중국은 여전히 문제를 갖고있지만 전진하고 있다.

21세기는 다원사회다. 많은 민족이 다양한 문화를 갖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다. 미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먼저 개방했다. 미국의 가장 큰 힘은 ‘다원사회’라는 데 있다. 제2의 다원사회는 EU다. 앞으로 EU는 미국 사회와 동등하게 자랄 것이다. 다원사회를 이루고 있는 또 하나의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내에는 많은 민족이 섞여 살고 있으며 언어와 문화도 다양하다. 일본은 타민족, 타국가에 대해 배타적이다.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풍요롭게 살 수는 있으나 세계를 이끌어갈 수는 없다.

지금 한국은 일부 386세대가 북한의 폐쇄정책을 받아들이고 있다. 폐쇄정책은 자체로도 지속될 수 없고, 민족과 국가도 발전시키지 못한다.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 입성한 386세대들은 노동조합현장, 언론사, 교육계에 들어가 대한민국을 폐쇄사회로 이끌고 있다.

2. 사회와 역사의 근거를 '자유'에 둬야

역사가 시작된 후 인류는 지금까지 '자유'를 우선해야 하는가 '평등'을 우선해야 하는가를 논해왔다. 자유와 평등이 둘 다 무너지면 전쟁 또는 혁명이 일어난다.

냉전시대가 시작되면서 미국은 자유, 소련은 평등을 주장했다. 평등을 주장하는 쪽은 평등을 지키는 것이 정의(正義)가 된다. 평등→정의→또 다른 평등. 이런 구조가 형성된다. 자유를 주장하는 쪽은 자유를 지키는 것이 정의가 된다. 자유→정의→평등이라는 구조가 형성된다.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미국의 선택이 옳다는 것이 드러났다. 미국이 가진 정의 속에는 '기독교 정신'이라는 큰 힘이 있다. 기독교 정신은 인간에 대한 책임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휴머니즘, 인간애다. 미국의 평등은 자유→정의→인간애, 그리고 평등이다.

기독교 국가들이 선진국이 된 것은 인간애 때문이다. 교회에 성도가 얼마나 모이느냐? 헌금이 얼마 걷히는가? 인구 중 크리스천의 비율은 얼마인가? 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회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생명을 얻고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교회가 뒷받침했느냐?'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요새 교회들은 교회만 잘되면 된다는 '교회주의'에 빠졌다. 구약에는 좋은 교회, 훌륭한 교회 만들라는 말은 없다. 예수님께서 오셔서 좋은 교회를 만들어살자고 말하지 않으셨다. 그 분은 오직 하늘 나라, 하나님 나라만 말했다.

교회는 민족과 역사를 책임져야 한다. 기독교는 역사를 구원할 수 있다. 그러나 '내 교회만 잘된다'는 생각으로는 하나님 나라를 건설할 수 없다. 교회는 하늘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민족과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을 때 존재한다. 기독교는 큰 사랑의 나무에 자유와 평등이라는 열매를 맺는 것이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는 이제 교육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학'은 교육의 국제적 수준을 말하는 지표다. 우수한 대학을 가진 사회가 성공한다. 미국은 사립대학의 역사가 국가의 역사보다 앞선 나라며 사립대학과 공립대학이 경쟁을 통해 함께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평등 정책으로 교육도 평준화되고 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의 사상의 기틀을 마련한 강만길 교수의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이제 중고등학교 평준화는 성공했다. 앞으로 남은 것은 국립대 평준화다. 최종적으로는 사립대 평준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하더라. 이 말은 한국 교육을 모두 평준화시켜 북한식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노무현 정권을 걱정하고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이 평등정책 때문이다.

역사에서 창조적 소수가 끊어지면 발전을 멈춘다. 창조적 소수가 발전을 이뤄놓으면 다수는 그것을 모방해 또 다른 발전을 이뤄갈 수 있다. 그러나 자유가 없고 모두가 평등해지면 창조적 소수는 끊어진다.

‘자유’에서 시작해 휴머니즘을 통해 발전을 이뤄온 것, 그것이 미국이 역사에서 승리한 비결이다.

3.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대화

사회는 계속 갈등을 일으키게 되어있다. 갈등을 이겨낸 사회가 발전한다. 갈등을 해결하는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대화, 둘째, 토론, 셋째, 투쟁이다. 미국은 실용주의적 사고를 한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질문과 답,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합리주의적 사고를 한다. 대화보다 강한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개선보다 큰 변화, 개혁이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합리주의적 방법을 사용하는 데까지 왔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이든 투쟁으로 해결을 보고자 한다. '싸워서 이기자'는 것이다. 이제는 싸워서 이기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버리고 합리주의 사회로 토론해서 가야한다. 대화로 개선할 수 있을 때 고통을 겪지 않는다.

지금까지 3가지 문제를 제시했다.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데는 휴머니즘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내지 않으면 후진사회가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부터는 더 나은 사회로 가야한다. 친북반미세력은 몇년 간 더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조용히 지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이 싸우거나 동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단순히 크리스천이 많아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교회가 책임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교회는 교리를 갖고 산다. 그러나 세상은 교리가 아닌 진리를 원한다. 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도록 교회가 진리를 주어야한다. 그 때 비로소 교회가 하나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다. 한국이 정권을 바꾸었다. 심겨진 것을 잘 키워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