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신자들, 특히 수니파 이슬람 신자들의 5대 의무 가운데 하나인 성지순례(Haji)가 17일(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코란에 의하면 이슬람 신자들은 생전에 메카의 카바신전을 한번 이상 순례해야 하며, 이슬람력 12월이 시작된 후 10일 이내에 이뤄진다.

관행상 12월 10일이 지나기 전 8-10 일 사이에 절정을 이루는 데 이는 올해 12월 17-19일에 해당한다. 현지 소식통들은 올해에도 사우디 현지인을 포함하여 160개 국으로부터 160 만 명 가량이 모여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성지순례 도중 발이 보이는 슬리퍼만을 신을 수 있고, 남성은 바느질 하지 않은 두 조각의 흰 천으로 된 순례 복을 입어야 한다. 또 여성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는 하얀 통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 전통이다.

성지순례 과정 가운데 자갈을 주워 사탄을 상징하는 기둥에 던지는 과정이 있는 데, 가능하면 ‘가까운 곳에서 던져 기둥을 맞추려고 자리 싸움을 하다가 큰 압사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또 수 백만 명의 순례 객들이 양을 희생으로 바친 뒤 삼등분하여 이웃에게 나누는 풍습이 있다 보니 ‘양의 값이 폭등’하기도 한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압사사고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005년의 경우 미나 계곡에서 ‘364명이 숨졌고, 작년에도 202명이 사망’했으며, 순례 객이 묵던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올해는 성지순례 시즌에 즈음하여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발생해 사우디 정부는 가금류 350만 마리를 처분하는 등 압사와 전염병 발생까지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