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정통 성공회 운동인 전세계성공회미래회의(Global Anglican Futures Conference, 이하 GAFCON·가프콘)가 최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열린 회의에서 새로운 수장을 임명하지 않고, 대신 세계성공회위원회(Global Anglican Council)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이는 영국성공회의 자유주의적 방향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교단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의 영적 지도력을 사실상 거부하는 행보로 평가된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8년 창립 이후 가프콘을 이끌어 온 가프콘대주교위원회(Gafcon Primates Council)는 해산되며, 앞으로는 세계성공회위원회가 공동체 운영을 맡게 된다. 위원회는 주교, 성직자, 평신도 가운데 선출된 대주교와 자문위원, 보증인으로 구성되며,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투표권을 갖는다.

로랑 음반다(Laurent Mbanda) 대주교가 만장일치로 초대 의장, 미겔 우초아(Miguel Uchoa) 대주교가 부의장, 폴 도니슨(Paul Donison) 주교가 사무총장으로 각각 선출됐다. 이들의 임기는 2028년 아테네에서 열릴 다음 주요 가프콘 회의까지다.

도니슨 주교는 "옛것과의 단절이 필요했다"며 이번 결정을 "역사적인 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부분의 조직이 권력과 권위를 유지하는 데 몰두하는 세상에서, 가프콘은 권위를 평신도와 성직자에게까지 공유하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세계성공회위원회는 낡은 구조를 넘어서려면 낡은 직함 또한 버려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위원회 의장은 대주교가 맡지만 '동등한 자들 중 으뜸(primus inter pares)'의 지위는 갖지 않는다. 이는 기존 성공회 구조와 차별화되는 점으로, 가프콘은 "현재의 친교의 도구들이 더 이상 전 세계 대다수 성공회 신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공의회적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취재한 조지 콩거(Anglican Ink)는 "예고 없이 이뤄진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가 대의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경쟁 조직을 설립하지 않음으로써, 캔터베리 대주교 및 영국성공회와의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변화는 가프콘이 단순히 보수적 신학을 고수하는 집단을 넘어, 세계 성공회 내 새로운 권위 구조를 실험하는 운동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전환이 향후 성공회 내 분열을 완화하거나, 반대로 새로운 균열을 낳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