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하원의원이 20일 열린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계 이민자로서의 가족사와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함께 강조했다.

스틸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국어 속담인 “고생 끝에 낙이 온다”를 직접 한국어로 언급하며 청문회장을 주목시켰다. 그는 “수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처럼 우리의 이야기는 고난 속에서 시작됐다”며 부모가 6·25전쟁 당시 북한을 떠나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내 부모는 북한에서 공산주의를 피해 남하했고, 한국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며 “3만6천 명 이상의 미국인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기 때문에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생활하던 시절 아버지가 미국을 “희망과 자유, 번영의 등대”로 보며 자신에게 미국 유학을 권했다고 회고했다.

스틸 후보자는 “영어는 내 세 번째 언어”라며 “나와 같은 사람이 지역사회를 섬기고 연방의회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미동맹은 동북아 평화·안보·번영의 핵심축”

스틸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한미동맹을 자신의 대사직 수행의 중심축으로 제시했다. 그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직한 두 임기 동안 국가안보를 강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지키며,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고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일했다”며 “인준된다면 대한민국과의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그 헌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70년 넘게 미국과 대한민국의 동맹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 번영을 지탱하는 핵심축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또 “주한미군 2만8,500명을 중심으로 하고 미국의 확장 핵 억지력으로 강화된 한미 공동방위태세는 여전히 철통 같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 동맹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스틸 후보자는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 사이버 범죄 확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심화 등을 한미 양국이 함께 대응해야 할 주요 과제로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한국·일본의 3국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질의응답에서도 그는 북한 문제를 자신의 가족사와 연결해 설명했다. 스틸 후보자는 “내 부모는 북한 공산주의를 피해 모든 것을 잃고 한국으로 내려왔다”며 “북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 사이의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지 한국을 보호하는 문제가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체를 보호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안보뿐 아니라 경제협력과 무역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스틸 후보자는 한국을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 가운데 하나이자 미국 산업 재건에 중요한 투자국”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미 전략무역·투자 합의와 관련해 한국이 미국 전략산업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수출에 대한 장벽을 줄이기로 한 점을 언급했다. 동시에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도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이 누리는 것과 같은 시장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한국 시장에서 미국 농산물과 디지털 서비스, 기술기업들이 겪는 비관세 장벽과 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스틸 후보자는 인준될 경우 한국 정부와 직접 논의하겠다며 “자유무역은 항상 윈윈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 대체로 우호적 분위기

청문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스틸 후보자의 가족사와 공직 경험, 한국어와 일본어 능력, 연방의회 경험을 언급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공화당 빌 해거티 의원은 방탄소년단(BTS)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고, 민주당 팀 케인 의원은 스틸 후보자가 하원의원 시절 한국계 미국인의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한 법안을 주도한 점을 평가했다. 케인 의원은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스틸 후보자가 이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룰 적임자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공화당 존 커티스 의원도 스틸 후보자의 인품과 근면, 공공서비스 경험을 언급하며 “이 직책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스틸 후보자는 청문회 말미까지 한미동맹의 군사적 기반과 경제적 협력,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함께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가운데 하나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 위대한 동맹의 다음 단계를 지원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틸 후보자는 향후 외교위원회의 표결을 거쳐 본회의에 회부될 경우 상원 전체회의 인준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