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국내외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어려운 이웃을 섬겨온 한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0월 3일 중앙보훈병원에서 김축복(59) 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간과 양쪽 신장, 양쪽 안구를 기증해 총 다섯 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최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9월 19일 식사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료진의 노력에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끝까지 회복을 바라고 기도했지만 상태가 악화되자, 김 씨의 뜻을 따라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그녀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길을 선택했다.
서울에서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씨는 어릴 때부터 조용하고 성실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매일 일기를 쓰며 하루를 성찰했고, 꽃을 좋아해 여러 화분을 가꾸는 것을 즐겼다. 틈이 날 때면 십자수를 놓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결혼 후에는 분식집을 운영하며 1남 2녀를 키웠고, 교회 목사의 권유로 10년 전부터 선교사로 헌신했다. 그는 식사를 거르는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전하고, 어려운 이웃과 보육원에 물품과 후원금을 전달하며 사랑을 실천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조용하지만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돌보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딸 한은혜 씨는 "엄마가 9월 초에 만나자고 하셨는데, 바빠서 미루다 결국 보지 못했어요. 마지막 인사를 하려 하셨던 건지 모르겠지만 평생 그리움이 남을 것 같아요. 하늘에서도 우리를 늘 지켜봐 주세요.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생명 나눔을 실천한 고(故) 김축복 씨와 유가족의 숭고한 결단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이러한 사랑의 선택이 우리 사회에 생명의 소중함과 나눔의 가치를 널리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씨는 생전 이웃을 위해 헌신한 선교사의 삶을 살았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을 나눈 '생명의 선교사'로 기억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