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훈 목사 "청탁 없었다" 해명...특검 수사 정당성 공방 이어져
"임 전 사단장과 직접 접촉 없었다" 반박
특검 "법 적용, 성직자도 예외 아냐"... "법적 조사 문제 안돼"
종교인의 정치 관여 논란 재점화... 목회자 역할의 경계 다시 주목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특별검사 수사가 종교계로까지 확산되며, 개신교 주요 인사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자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최근 자택과 교회 당회장실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데 대해 "청탁은 없었다"며 전면 부인했다. 반면 특별검사팀은 "누구든 법 앞에 예외일 수 없다"며 정당한 절차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영훈 목사의 정치권과의 관계, 그리고 개신교 지도자들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종교인의 역할과 공적 영역 간 경계에 대한 재조명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영훈 목사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직자에게 어떠한 언급이나 청탁도 한 일이 없다"며 "기도 부탁조차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이 자신의 휴대전화와 교회 당회장실을 압수수색한 사실을 공개하며, 해당 압수물은 포렌식 후 관련 없다는 판단으로 반환됐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이 구명로비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보수 개신교 인사들을 활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영훈 목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접촉 창구로 의심된다는 시각이다. 2022년 윤 전 대통령이 김장환 목사와 함께 이 목사를 면담했던 사실도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 목사는 지난 25일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개관 기자간담회에서도 "임 전 사단장과는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다"며 "단지 군선교위원장 A목사를 통해 10~20초간 통화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2023년 케냐 방문 당시 엑스포 유치 지지를 받은 사실을 윤 전 대통령에게 문자로 보고한 일이 있지만, 그것이 의심받는 이유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한 특검의 수사 기법을 두고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교계 인사들은 압수수색 자체에 반대한 것은 아니지만, 수사 대상이 특정 종교 지도자라는 이유로 언론에 노출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고 지적했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명예훼손 우려 없이 신중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에 대해 "성직자라 해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영훈 목사를 비롯해 김장환 목사, 군종목사 백명규 목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같은 날 단행됐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이들을 통해 윤 전 대통령 측과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번 사안은 한국사회에서 종교와 정치, 그리고 법의 영역이 어떻게 구분되어야 하는지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교회학자 안광문 박사는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지만 본보기 형식으로 수사하는 것은 많은 오해와 오류를 낳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만일) 목회자와 교회가 깨끗하다면 상호 비방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하나님과 성도 앞에서 무죄함과 무관함을 입증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정치인과 공적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신도들에게 신뢰받는 지도자 본연의 역할과 정치적 영향력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교회이며, 종교적 영향력이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특검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종교계의 상징성과 수사의 공정성 사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필요한 의혹이나 과도한 노출이 반복될 경우 수사 자체의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결론난다 해도, 그 여파는 특정 종교기관과 지도자, 나아가 사회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특검은 철저한 수사를 이어가되, 조사 방식과 공개 절차에서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종교적 자유와 법치주의가 공존하는 민주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균형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