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위에 - 도한호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제 이름 석 자 새겨놓고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제 자랑 늘어놓고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학위 가운 걸어놓고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자기 고난 걸어놓았네

그러나 그대들은 십자가에
오직 예수의 공로만 걸라
그 밖의 것은 모두 그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

도한호 시인
도한호 시인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역임)

이 시는 한국 침례신학대학교 총장을 지낸 도한호 박사의 시입니다. 1939년생인 도한호 총장은 1962년부터 시를 쓴 것으로 알려집니다. 도한호 시인은 1962년부터 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며 활발한 시작 활동(詩作 活動)을 했습니다. 그러나 등단은 아주 늦었습니다. 1983년 '월간문학'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정식 등단하였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외출>, <감격시대'>, <좋은 시절> 등의 시집을 출판하며 시인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런 공로로 그는 대전시문화상, 한남문인상 운문 대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아울러 도한호 시인은 국제펜클럽에서 활동하였고 국제펜클럼대전지부 회장을 지냈습니다. 대학교 교수로 연구와 강의를 계속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시인은 꾸준한 시작 활동을 했고, <찬물에 대아여>, <나무를 심으며> 등등 수 권의 시집을 출판하며 왕성한 문학 활동을 했습니다.

   시인은 경북 경주시에서 출생하여 경주와 목단 강성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경북 영주시에서 소년 시절과 학창시절을 지냈다고 합니다. 그는 한남대학교와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했고, 침례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도미하여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미드-아메리카 침례신학대학원(Mid-America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귀국하여 한국 침신대학교 교수로 오래 봉직했고 총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 시는 시인이 목회자와 선교사를 배출하는 신학교 교수로 제자들에게 십자가에 대한 바른 자세를 가르치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시는 목적시입니다. 이 <십자가 위에>는 분명한 메시지 즉, 십자가의 의미를 왜곡하지 말라는 뜻이 명확하게 담겨 있습니다. 십자가를 곡해하고 십자가를 사사로운 욕심에 이용하는 사람들을 향한 질타가 담겨 있습니다.

   목적시에 반대되는 시가 순수시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순수시는 없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하나로 알려진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걸출한 시인입니다. 그는 시의 목적은 고백이 아니라 설득이라고 했습니다. 파블로 데루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인은 이 시를 통해서 제자들에게 십자가를 대하는 참된 태도에 대하여 설득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1연에서 십자가를 이용하는 세태를 탄식합니다.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제 이름 석 자 새겨놓고/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제 자랑 늘어놓고” 시인은 십자가 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고 자기가 영광을 받는 흉한 세태를 탄식합니다. 개탄스럽게도 이들은 십자가의 의미를 잘 안다는 사람들입니다. 알만한 사람들이 십자가를 이용하는 불경스러운 행태를 보입니다.

   2연도 계속해서 십자가를 왜곡하고 십자가를 이용하는 무리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학위 가운 걸어놓고/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자기 고난 걸어놓았네” 2연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십자가를 적당하게 활용하면서 자신의 명예를 높이는 무리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십자가를 자신의 학문을 자랑하고 자신의 고생스러운 삶을 미화하는 도구로 삼아 버립니다.

   3연은 이 시를 읽는 독자들,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제자에게 주는 권면입니다. 십자가를 왜곡하는 세태를 꾸중한 시인은 “그러나 그대들은 십자가에/ 오직 예수의 공로만 걸라/ 그 밖의 것은 모두 그를/욕되게 하는 것이라!”라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그대들은”에서 독자를 향한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독자에게 세대를 본받지 않는 강력한 존재가 되라고 요청합니다.

   3연의 마지막 부분이 이 시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십자가에 오직 예수의 공로만 걸어놓고 예수의 공로만 찬양하라고 요청합니다. 십자가에 오직 예수님의 공로만 걸어 놓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보혈의 공로 외에 십자가에 걸려 있는 모든 것은 예수님을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시인에 의하면 십자가 위에 자기 이름을 새겨놓은 사람도, 십자가에 제 자랑을 늘어놓은 사람도, 십자가 위에 학위 가운을 걸어 놓은 사람도, 십자가에 자기 고난을 걸어 놓은 사람도 모두 예수를 욕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십자가로 자신의 명예를 높이고 자신의 영광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욕되게 하지 말라!”라고 엄히 책망합니다. 시인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부탁하는 메시지를 통해 이 세태를 엄히 꾸짖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준엄한 책망을 듣습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대표, 시인 수필가)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대표,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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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WORLD SHARE USA ) WORLD SHARE USA 사순절 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