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럴웨이 중앙장로교회 장홍석 목사
(Photo : 기독일보) 훼드럴웨이 중앙장로교회 장홍석 목사

"미국에 눈 폭탄이 내렸다는데 너는 괜찮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습니다. 1992년 미국으로 유학을 온 이후, 어머니는 미국에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저에게 전화를 하셔서 늘 걱정스런 목소리로 그렇게 묻곤 하셨습니다. LA 폭동이 났을 때도, 이런 저런 총기 사고가 났을 때도, 이번처럼 기상 이변으로 많은 희생자가 났을 때도 저는 어머니께 늘 근심이 되었습니다.

 

폭설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30일 현재 최소 64명이 사망했고, 버팔로에서만 3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동안에는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가 힘들었었지만 쌓였던 눈을 치우면서, 눈 속에서 두려움 가운데 죽어간 사람들의 시신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눈 속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에 있으면서도 난방이 되지 않아 동사한 사람들이 있고, 또 차량에 고립되어 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24일 버팔로 근교에서 20대의 한 여성이 팔짱을 끼고 두 다리를 자신의 차량 대시보드에 올려 놓은 채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23일 병원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변을 당한 것입니다. 폭설에 고립되어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얼마나 난처했을까요? 911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지만 악천후로 인해 구조대가 오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그녀는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그럴 때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꽁꽁 얼어버리는 것 같은 추운 시절을 만날 때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런 때를 만났음에도, 자기에게 다가온 마지막 때를 잘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은 잠든 것처럼 편안하게 팔짱을 끼고 대시보드에 발을 올린 채 누워있었다. 평화롭게 떠났다"라고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정말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해서 그렇게 평안한 모습으로 죽어갔던 것일까요? 그런 거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좀 더 기다리면 구조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쌓인 눈으로 인해 차량 배기구가 막히게 되었고, 일산화탄소가 차량 안으로 들어오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자정이 되도 구조대가 오지 않으면 차를 버리고 가겠다"는 문자를 볼 때, 구조대를 기다리다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시 147:10 이하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여호와는 말의 힘이 세다 하여 기뻐하지 아니하시며 사람의 다리가 억세다 하여 기뻐하지 아니하시고 여호와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과 그의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들을 기뻐하시는도다"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은 보통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을 의지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힘센 말을 의지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하나님보다 자신의 민첩한 다리를 의지합니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것은, 절대절명의 순간을 만나면 그 힘센 말과 민첩한 다리가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당황하고, 그래서 더욱 절망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보이는 세상을 의지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직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믿음으로 그분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직 하나님께 소망을 두실 때 하나님이 더욱 우리를 기뻐하시고, 더욱 우리와 함께 하실 줄 믿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