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이영훈·김정석·김은호 목사도 나설 예정
평소 '시위'와 거리 멀었던 그들... 왜 나섰나
"포괄적 차별금지법, 그 만큼 악법이라는 것"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한 마음이 됐다. 최근 매주 목요일 아침 국회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1인 시위'에 유명 목회자들이 나섰고, 앞으로도 나설 예정이다. 그간 교계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해 왔던 이들은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이 같은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 시작을 알린 건 영락교회를 담임하는 김운성 목사였다. 그는 지난 9월 29일 아침 이 시위에 나서 국회를 출입하는 국회의원 등에게 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 목사는 교계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는 '진평연'이라는 단체의 대표회장도 맡고 있다.

당시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은 신앙의 연장선 차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오늘 여기 나오게 되었다"고 했다.

김 목사 이후 지금까지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등이 시위에 동참했다. 특히 이재훈 목사와 이찬수 목사의 시위 영상은 온라인에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앞으로도 다수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이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12월에는 이기용 목사(신길성결교회, 1일),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15일), 김정석 목사(광림교회, 29일)가 나서고, 내년 1월에는 김은호 목사(오륜교회, 12일), 주승중 목사(주안교회, 26일)가 나선다.

이들의 이 같은 행보는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간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시위'에는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로 교회 안에서 목회에만 전념한다'는 것이 교계 안팎에서 그들을 보는 시각이었다. 여기에는 논란을 만들지 않고 '이미지를 관리한다'는 부정적인 관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 마디로 '몸을 사린다'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것.

그런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주변 시선을 무릅쓰고 교회를 벗어나 거리로 나서 차별금지법 반대 1인 시위에 동참하자, 매우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그 만큼 용납할 수 없는 '악법'임을 이번 대형교회 목회자 릴레이 시위가 보여주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들을 움직이게 한 건, 결국 차별금지법안이 차별금지 사유로 들고 있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주민·권인숙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평등법)안이 계류돼 있다.

4개 법안 모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하고 있으며, '성별'을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하기 어려운 성"(장혜영 의원안은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교계를 중심으로 이 법이 제정되면 이것이 동성애나 성전환 등에 대한 비판을 제한함으로써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아침 1인 시위에 나선 고명진 목사는 "지금은 아마 성경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나오고 싶을 것"이라며 "저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그런 목사다. 성경에 반하는 가치관을 입법화해서 온 세상 사람들에게 그걸 적용하겠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길원평 교수(한동대 석좌, 진평연 집행위원장)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차별금지법 반대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나서기 어려운데 용기를 내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니까 큰 힘이 된다"며 "이 분들이 앞장서서 하시기 때문에 다른 목사님들도 용기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길 교수는 또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시위 현장에) 오시면 (교회가 있는) 그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차별금지법을 실질적으로 막는데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