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 <오징어 게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지옥 같은 현실과 전적 부패한 인간에 해답 없다는 것
희망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 더 강렬하게 느껴져

이정훈 교수가 페이스북에 이어 유튜브에서도 드라마 <오징어 게임> 현상을 놓고, 크리스천이 이러한 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미디어 자체를 거부하면, 세상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지난 12일 '크리스천 법학교수의 오징어 게임 비평'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기본적으로 <오징어 게임> 감독이 인문학적, 사회과학적으로 굉장히 예리한 통찰력과 시각을 갖고 있다고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며 "<오징어 게임>은 게임판 자체가 글로벌 자본이라는 거대 권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에, 그 안에서는 법치나 공정이 의미가 없고 인간의 존엄성이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사 중 '야, 바깥은 여기랑 다르냐?'는 게 있다. 굉장히 예리한 질문이다. 바깥도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인간이 노력해서 유토피아를 만들자고 하지만, 게임판 같은 세상 자체를 뒤엎자는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정훈 교수는 "<오징어 게임>에는 인간성을 상실시키고 극한 경쟁을 시키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도 물론 담겨 있지만, 감독이 좀 더 주력하고자 했던 초점은 제가 볼 때 '인간의 악' 자체다. 체제 자체보다 개인의 문제"라며 "선동이 됐든 속았든 우리는 체제를 비판하지만, 감독은 예리하게도 게임판의 악한 체제를 각 개인들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포인트 또는 사회과학적 비평이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오징어 게임
▲게임이 거듭될수록 456명이던 참가자들은 줄어들고, 상금은 쌓여간다. ⓒ넷플릭스

이 교수는 "만약 제가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만든다면,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굉장히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체제의 문제보다, 인간의 악과 인간이 스스로 선택한 체제들이 얼마나 악한지 드러나는 것"이라며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전셋값이 올라서 살 수가 없다지만, 그 문재인을 누가 뽑았는가. 그런 문제들이 <오징어 게임> 안에 그대로 담겨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결말에서 설계자가 선행에 대한 게임을 제안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이 희망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주인공도 돈 때문에 친구를 죽이려다 양심 때문에 멈춘다"며 "감독은 인간 자체가 가진 양심과 이를 통한 변화 가능성, 윤리적 행위를 선택하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지옥 같은 현실과 전적으로 부패한 인간에게는 아무런 해답이 없고, 오직 희망은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뿐이구나 하는 것을 더 강렬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기독교적 등장인물에 대해선 "저도 보면서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나쁘게 그려진다"며 "가장 몸서리쳤던 부분은 징검다리 게임에서 한 남성이 건너가기 전에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456억 원을 받고 부자가 되느냐, 아니면 죽느냐의 갈림길에서 기도를 한다. 이것이 가장 충격적이었고, 저 외에 많은 기독교인들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
▲지영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기독교 비하를 위한 목적으로 소비되는 캐릭터, 244번 기독교인 참가자.

이에 대해 "그러나 교회 안에 존 리 대표이사를 초대해 주식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잘못된 신앙이 바로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투자 수준을 넘는 걸 알지만 '여기 투자하면 대박일까요 쪽박일까요'를 놓고 기도하고, 대박이 나면 하나님 은혜요 쪽박을 차면 하나님의 징계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이 우리 주위에는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파나 보수를 지지한다는 기독교인들 중에서,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것이 마치 참 그리스도인인 것처럼 잘못 가르치는 교회와 성도들이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며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성경대로 살다 보니 자본주의 발전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분석이지, 자본의 논리를 따르라는 것이 아니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세상 속에 들어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지, 세상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주식을 다루는 금융회사에 다닐 수도 있고, 투자회사의 직원일 수도 있다. 그 안에 있으면서도 자본의 논리에 물들지 않는 금융과 투자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드라마를 통해 생각해야 한다. 세상과 구별돼야지, 세상과 분리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훈 교수는 "인간의 악함으로 악해진 자본주의가 습격할 때, 정말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주님이시라면 그 <오징어 게임> 같은 게임판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감독에게 기독교 혐오적 시각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 드라마에서 표현한 기독교인들 모습은 정말 혐오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오징어게임
▲지영의 죽음은 <오징어 게임>의 편향적인 기독교 비하 의도를 보여준다. 이는 결국 서사의 개연성과 설득력, 그리고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악수로 작용한다.

이 교수는 "놀란 것은 기독교인의 범죄가 보도되면 과거에는 사람들이 놀랐지만, 지금 <오징어 게임> 속 기독교인들의 모습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저는 여기서 놀랐다"며 "기독교인 입장에서 표현 방식에 있어 억울한 면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모습들이 교회의 진실이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너무 나간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교회의 순기능이 이렇게 많은데 왜 표현하지 않고, 기독교 혐오적 이미지만 만들어 내는가'라고 한다"며 "저는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나는가를 말하기보다, 우리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첫째로는 이웃을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통해 이 악한 시대를 극복해 나가야 하고, 둘째로는 제대로 된 성경적 세계관을 탑재해서 해당 콘텐츠의 한계와 여러 문제점들을 탁월하게 설명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하는 문화적 사명과 비전이 아닐까"라고 제안했다.

성경적 세계관을 표현한 콘텐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예수님이 직접 나오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기독교적 가치나 성경적 세계관을 갖춘 콘텐츠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불교계에 있을 때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가 나왔는데, 대번에 기독교 선교 영화임을 간파했다. 기독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성경이 가르치는 세계관을 얼마든지 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엘정책연구원 이정훈 교수 (울산대)
▲엘정책연구원 이정훈 교수(울산대).

이정훈 교수는 "기독교인들은 인간의 행위와 선악의 문제 등 여러 차원에서 깊이 있게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며 "바울서신에서 전하는 진리가 스며든 영화나 문학 작품들도 있다. C. S. 루이스는 영어권에서 문학을 통해 성경적 가치관을 펼치고, 지식인들이 그의 영향을 받아 예수님을 믿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멜 깁슨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만들었는데, 그가 있는 곳은 음란과 마약 등 온갖 문제들이 판치는 헐리우드였다. 그가 그런 헐리우드를 견디지 못했다면, 그런 영화를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크리스천의 본질은 세상에서 분리돼 수도원에 들어가 일체의 문명과 미디어를 멀리 하고 숨어지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정작 죄 문제는 그렇게 한다 해서 해결되지도 않는다. 거꾸로 세상에 들어가서 성경적 세계관을 영화와 문학, 학문 등 여러 분야에서 펼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오징어 게임>도 절대 봐선 안 되고, 음모론에 빠져 거대한 악의 세력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들에 따르면 현실 세계는 이미 마귀가 장악했는데, 그렇다면 아예 이 세상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 세상에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이 세상을 하나님이 통치하고 계신다는 전제를 가져야 한다.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통치의 섭리를 믿고, 악의 창궐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성경을 통해 깊이 묵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오징어 게임>이 마귀적인 것이니 보지 말라면서 미디어 자체를 거부하면, 세상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전락할 뿐"이라며 "미디어나 문화 비평을 무시해선 안 된다. 이를 통해 성경적 세계관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작이 있을 때, 비평을 하면서 그런 작업도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정훈 교수는 "청년들에게 '신앙은 단지 심리적 위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전 인격을 바꾸고, 세상을 보는 관점과 태도도 변화시킨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인도해야 한다"며 "'보라/보지 마라'보다 한 차원 높게, 딱딱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의 수준에서 문화도 즐기면서 사명을 감당하고 비평해야 한다. 복음은 축복인데, 자꾸 금지나 정죄로 저주가 되게 하지 말고, 은혜와 빛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