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인 나성북부교회 부목사, 목회학 박사
(Photo : 기독일보) 김석인 나성북부교회 부목사, 목회학 박사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이야기 하나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언젠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한인 식당에 간 적이 있습니다. 메뉴를 고르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테이블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 소리는 바로 "시끄러워 가만히 있어!"라는 소리가 였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며 고개를 돌려 옆 테이블을 바라봤습니다. 그랬더니 두 분의 어르신과 여자 어린이가 식당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여자어린이는 어르신의 손녀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가만히 들어보니 손녀는 할머니에게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달라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분명 아이는 할머니에게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그 손녀가 할머니로부터 들은 소리는, "시끄러워 가만히 있어" 였습니다. 어쩌면, 이런 일들은 제가 경험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가정에서 자녀와 부모와의 대화 속에서 일상적으로 흔히 경험하며 무의식적으로 서슴없이 튀어 나오는 말 그 말은 바로 "시끄러워 가만히 있어"라는 말일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아이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이가 잘못을 했나요? 아이가 먹고 싶다고 말한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가요? 죄책감을 가져야 할 일인가요? 그렇지 않죠. 아이는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들어야 할 말은, "시끄러워 가만히 있어"였습니다. 풀어서 말하면 너는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겠죠? 하지만 이러한 단어들이 아이의 성장과정에 수치심을 유발 시킨다 라는 것을 아십니까?

여기에 수치심과 죄책감의 차이가 있습니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모두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감정입니다. Brian Lickel에 따르면 "지난 전통적인 감정연구에서 수치심과 죄책감은 다른 것보다 비슷하다고 종종 가정해" 왔다. 그러나 감정 연구가 발전되어지면서 학계에서는 수치심과 죄책감의 감정은 비슷한 감정이 아닌 서로 다른 감정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감정은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동기와 평가에 관련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Fuller 신학교에 교수로 재직하셨던 Lewis Smedes 학자는 수치심과 죄책감의 차이를 이렇게 말합니다. "이론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고,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을 합니다. 정리해보면 죄책감은 어떻게 느끼게 되는 것이죠? 내가 어떠한 도덕적인 기준을 잘못했을 때 그때에 자신이 책임이 있다고 발생하는 감정입니다.

반면에 그런 자신의 잘못된 책임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떤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며 판단될때 자신 스스로가 내 존재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감정이 바로 수치심이라는 감정입니다. 예를 들면 수치심과 죄책감은 이렇게 구분이 됩니다. 수치심은, "나는 나쁜 사람이다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죄책감은, "나는 나쁜 짓을 했다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죄책감은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수치심은 존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이가 자신이 먹고 싶다고 말한 음식을 말한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 되었나요? 아이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가요? 그렇다면 이 아이는 죄책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소리를 듣게 된 것이죠? "시끄러워 가만히 있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죠. 바로 너가 말한 것은 문제가 있는 거야, 너 존재가 잘못된거야라는 소리를 듣게 된 것입니다.

그때 이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어떻게 형성이 될까요? 그것은 내가 말한 것은 잘못된 것이구나, 나는 나쁜 사람이구나, 나는 이것밖에 되지 않는구나, 나라는 사람은 쓸모 없는 사람이구나 라는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머릿속에 계속 맴돌게 되어지면서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며 말하기 보다 아이의 존재를 흔들어 말하게 되면 그 아이의 정신세계는 건강하지 못한 자아가 형성이 되며 결핍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작아짐(Small), 무가치함(Worthlessness), 그리고 무력함(Powerlessness)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할머니가 손녀에게 해주어야 할 답변은 어떤 답변일까요? 여러분은 수치심과 죄책감에 대해서 올바르게 구분되어 사용하고 있나요? 당신의 말에 존재를 흔드는 수치심의 모습은 없나요?

참고자료:

Brian Lickel, Toni Schmader, Mathew Curtis, Marchelle Scarnier, and Daniel R. Ames, "Vicarious Shame and Guilt," Group Processes & Intergroup Relations 8, no. 2 (April 2005): 146.

Kim, Seokin. "Minimizing the Effects of Shame in Korean American Churches." DMin diss., Biola University, 2021.

Lewis B. Smedes, Shame and Grace: Healing the Shame We Don't Deserve (New York, NY: Harper Collins / Zondervan, 199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