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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선택

백승종 | 사우 | 312쪽 

가끔 자려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날 때가 있다. 그날 하루 잘못된 선택이나 결정에 후회가 몰려올 때다. 이미 지나간 결정이지만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 좀처럼 떨쳐버리기 힘들다. 이럴 때는 시간을 되돌려 다른 선택이나 결정을 내리고 싶어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 150가지 이상의 선택을 한다고 한다. 150가지의 선택 중 마음에 드는 선택은 얼마나 될까?

성장한다는 말은 선택의 가지 수가 늘어난다는 말과도 같다. 어린아이보다 어른이 되었을 때, 선택해야 하는 것이 더 많아진다. 혼자보다는 가족이 있을 때 선택의 어려움을 느낀다. 말단 직원보다는 직장 상사가 선택의 책임이 따른다.

늦은 밤 잠에서 깨지 않고 꿀잠을 자고 싶다면, 선택을 잘해야 한다. <세종의 선택>은 우리나라 최고의 성군 혹은 현왕이라 불리는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분석한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 해야 할 선택 앞에서, 조선의 현왕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그 비결을 알면 조금이라도 편한 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은 문제를 깊게 볼 줄 알았다. 세종의 선택에는 확실한 철학이 있다. 세종은 사회적 약자를 잘 배려했다. 여성과 노비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쏟았다. 당시 노비에게 100일간의 출산휴가를 보장해준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본래 그들에게 허용된 출산휴가는 7일이었다.

100일간의 출산휴가를 명령한 세종은 이렇게 말했다. "산모도 아이도 모두 내 백성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의 선택이 아닌, 문제의 본질을 바꾸기 위한 선택을 내렸다.

세종이 다스리기 시작한 초기에는 기근이 유난히 많았다. 백성들은 가난 때문에 어린 자식과 연로한 부모를 버려두고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유이민이 발생한 것이다. 세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원했다.

세종은 기존에 있던 중국에서 만들어진 농업 서적이 우리 현실과 맞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즉시 나라에서 가장 농사를 잘 짓는 농부들에게서 농업기술을 수집했다. 모여진 농업기술을 토대로 <농사직설>이라는 책자를 만들었다.

세종의 선택은 문제의 표면이 아니라, 본질을 깊게 보는 선택이었다. 문제의 표면만 보게 되면 임시방편의 선택밖에 할 수 없다. 결국 문제에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게 된다. 한 번의 선택을 해도 깊이 있게 문제를 관찰하고 본질을 해결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세종대왕

세종은 선택에 앞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줄 알았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종은 세계 최초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왕이기도 했다.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법을 시행하면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이에 세종은 선택을 내리기에 앞서 먼저 백성들의 여론을 광범위하게 물었고, 모인 의견을 토대로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했다. 15세기에 전국 차원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세종은 중요한 선택을 앞서 주변 신하들의 의견을 물을 줄 알았다. 대표적인 사람이 황희 정승이다. 황희는 세종의 의견을 듣고 충언을 아끼지 않았다. 세종도 황희의 말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문제 앞에 서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좋은 선택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그럴 때 의견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마지막 선택은 자신이 내리는 것이지만, 주변의 말을 듣고 문제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세종의 선택 마지막 단계는 심사숙고다. 마음에 결정이 섰다 해도, 쉽게 선택하지 않았다. 신중하게 마지막까지 생각했다. 그 이유는 누구라도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세종은 실용적인 개혁을 추구한 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혁에는 피해가 따라온다. 세종은 아무리 좋은 개혁안이라도 백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끝까지 고민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폐정책이다. 15세기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는 현물 화폐만 사용했다. 현물 화폐는 무겁고 운송하는 수고도 많았다. 세종은 현물 화폐를 동전으로 바꾸려 했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화폐정책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결되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진가를 인정받게 되지만, 그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세종도 인간이기에 실수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를 선택해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문제를 깊게 보고 주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했다. 그 결과 후회되는 선택보다 잘한 선택을 더 많이 한 왕으로 남게 되었다.

결정 선택 경로 도 옳고 그름
▲ⓒ픽사베이

인생에는 중요한 선택의 기회가 몇 번 찾아온다.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을 내려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선택을 돕기 위해서 성령님을 보내 주셨다. 성령님은 우리가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는 힘을 주신다. 우리 내면에 감동을 주시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도하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하셔서 섣부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신다.

후회 없는 선택으로 더 이상 잠에서 깨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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