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목사 (켈러 한인 제일 침례교회 담임)
(Photo : 기독일보) 박진우 목사 (켈러 한인 제일 침례교회 담임)

저는 나름 귀하게 자라서 대학교 들어 갈때까지 소위 손에 물을 묻혀 본적이 없었습니다. 고 3때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 우리 가족들을 전도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에게 변화되어서 삶의 본이 되어야겠다는 부담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설거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번도 집에서 설거지를 해 본적이 없기에 분명 가족들은 제가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고 큰 은혜가 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단한 그 날부터 식사 후에 아무 말없이 부엌에 들어가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이 굉장히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살아오면서 평생 설거지 한 번 해 본적이 없는 제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설거지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가족들은 저에 이러한 변화에 큰 반응을 보였습니다. 마음 속으로 굉장히 기뻤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저녁 늦게 집에 들어왔더니 부엌에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있는 겁니다. 갑자기 마음이 확 상했습니다. '아니 자기 먹은 것은 자기가 설거지를 해야지. 늦게 이렇게 일하고 들어온 나에게 설거지를 맡겨 놓다니, 너무 한 거 아니야!'라고 속으로 원망을 쏟아 놓았습니다. 어느 덧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설거지 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져서 처음에 하던 칭찬도 하지 않을 뿐 더러 이렇게 내가 올때까지 설거지를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게 된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가서 원망을 쏟아 부으려는 순간, 성령께서 조용하게 저의 마음에 말씀하셨습니다. "설거지를 누구 때문에 하는 거니? 정말 나 때문인 거니?" 제가 대답했습니다. "네, 그럼요" 성령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그냥 당연하게 해"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발걸음을 돌려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날처럼 당연하게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으로 찬양을 부르면서 말입니다.

신앙의 성숙은 우리의 삶의 영역에서 "당연함"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하나님에 대한 헌신이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당연하게 여겨져야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헌신을 보고 사람들이 크게 칭찬하고 크게 세워준다면 아직 여러분들은 성숙하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칭찬 받으려는 것을 포기해야지만 진정으로 영적인 성숙한 자로 자라가게 됩니다. 하는 일이 칭찬 받을 일이 아닌 당연한 일로 여겨질 때 우리는 참된 성숙한 자가 되는 겁니다.  

하나님과의 교제가 가장 큰 은혜임을 아는 우리가 오랫동안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칭찬 받으면 안됩니다. 말씀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우리가 날마다 말씀을 붙들고 살려고 몸부림 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이것으로 칭찬 받으면 안됩니다. 하나님만 높이고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가 예배에 빠지지 않고 열심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것으로 칭찬 받으면 안됩니다. 모든 재정이 하나님의 것임을 아는 우리가 물질적으로 헌신하며 사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것으로 칭찬 받으면 안됩니다. 영원한 생명을 값없이 받은 우리가 우리의 생명을 다해 하나님을 섬기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것으로 칭찬 받으면 안됩니다.

어느 순간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당연한 것을 특별한 것처럼 착각하며 교만해저 버리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당연한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가짜 그리스도인들을 판치고 있는 악한 세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우리 믿는 자가 받은 은혜를 바르게 안다면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모든 헌신은 특별할 수가 없습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그 은혜만이 우리에게 특별한 것입니다. 그 놀랍고 특별한 은혜 앞에서는 우리가 받는 고난도, 우리가 하는 헌신도, 심지어 우리의 생명조차도 당연해지는 것이 바로 믿는 자의 삶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들의 헌신을 보고 혹시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려고 하면 이렇게 외치셔야 합니다.

"당연하지!!"

"베드로와 사도들이 대답하여 가로되 사람보다 하나님을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니라"<행 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