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회의 사랑으로 시작
성도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성장
전도와 교육의 사명에 충실
타코마 한인이민 역사와 함께 해온 타코마제일침례교회가 창립 45주년을 맞았다. 교회는 지난 1일, 창립을 기념해 교회 역사를 되돌아보며 앞으로도 지역 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향해 나아가는 교회가 될 것을 다짐했다.
이날 "주님이 세우신 교회"(마16:18)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타코마 제일침례교회 문창선 원로목사는 교회 창립부터 지금껏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돌아보면서 45년 동안 교회를 통해 이루신 하나님의 놀라운 사역들을 회고했다.
문 목사는 "우리는 매우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우리들을 통해 놀라운 일들을 이뤄가셨다"며 ""성령 충만한 교회, 성령 충만한 성도가 되어, 새로운 꿈을 꾸며 교회에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자"고 권면했다.
그는 또 "타코마제일침례교회 45주년을 맞이하면서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돌아보고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시간을 가길 원한다"며 "한번 뿐인 인생인데 주를 위해 헌신하고 이웃을 위해 땀을 흘리는 교회가 되길 원한다. 하나님의 뜻과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성도가 되자"고 전했다.
문 목사의 설교를 통해 타코마제일침례교회의 역사를 돌아본다.
타코마제일침례교회는 1975년 11월 2일 주일에 첫 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 많이 미주 한인이민교회들이 대개 한인교회를 세우기로 결정하고 미국 교회 예배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며 시작한데 반해, 타코마제일침례교회는 미국 교회 내 한어부로 시작했다.
요즘은 다민족교회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면서 미국 교회 내 한어부가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다소 있지만 한인들의 인구가 많지 않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지금도 루이스 매커드라는 대규모 육군과 공군의 군사기지가 있을 만큼 1970년대 타코마는 미국인 남편과 국제 결혼한 한국인 자매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레이크우드 제일침례교회 놀먼 포드 목사는 남편을 따라 교회에 출석하던 한국인 부인들을 보면서 '그들의 모국어로 하나님을 찬송하고 기도하며 설교를 들을 수 없을까?'를 놓고 기도하던 중 남침례회 국내 선교부로 연락을 취했다.
국내선교부는 LA 한인침례교회(현 새누리교회)를 담임하던 김동명 목사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영어와 한국어가 가능한 목회자 청빙을 부탁했다. 김동명 목사는 캐나다에서 수학한 조기선 목사를 추천했고 레이크우드 제일침례교회는 조기선 목사의 이사비용과 사역비를 지원하며 한어부를 신설했다. 그렇게 타코마 제일침례교회는 미국 교회 내 한어부로 시작됐다.
문창선 목사는 "레이크우드 침례교회는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에서 온 한국 자매들을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대했다"며 "타코마 제일침례교회는 미국 성도들의 사랑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타코마제일침례교회는 1980년 9월 문창선 목사가 2대 담임 목사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장신대와 숭실대를 거쳐 골든케이트 침례신학교를 졸업하고 플로리다에서 단독 목회를 하던 문창선 목사는 부임 후 3개월 만에 미국 교회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해 교회를 건축하는 등 한인교회로 성장하도록 이끌었다.
레이크우드 침례교회는 타코마제일침례교회가 한인교회로의 독립하는 것을 무척이나 섭섭해 했다. 5년 동안 재정을 지원하며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한어부가 그들의 사랑을 저버린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코마제일침례교회는 자녀가 성장하면 부모를 떠나 독립을 하듯 레이크우드 교회를 모교회로 여기며 성장했다. 미국 교회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던 타코마제일침례교회는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미국 교회에 당시로서는 적지 않았던 매달 1만 달러의 헌금을 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인 인구가 많지 않았던 그 때는 교회가 한인 이민자들의 삶의 중심에 있었다. 예배 후 커피와 도넛을 먹으면서 소식과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했다.
문창선 목사는 "한인교회로 모인 성도들은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나누며 예배 후에도 교회를 떠날 줄 몰랐다"며 "예배 후에는 친교실이 없어 주차장에서 커피를 마셨고, 비가 올 때는 처마 밑에서 커피를 마셨다"고 회고했다.
미국 교회로부터 재정 독립을 이룬 한인교회 성도들은 문 목사가 부임 후 5년이 지나자 자체 교회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고 싶은 소원이 커졌다. 그렇게 건축을 위한 헌금이 시작됐고 국제 결혼한 가정의 부인들은 어렵게 모은 돈을 교회 건축을 위해 내어놓았다. 헌금에 동참하고 싶지만 재정적으로 여의치 않았던 성도들은 타코마와 레이크우드를 돌며 알루미늄 캔을 수거해왔다. 매주일 수북하게 쌓인 맥주 캔으로 교회에 술 냄새가 가득하기도 했다. 남편이 제대하면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가겠다던 여인은 고국 방문을 포기하고 모아뒀던 4천5백 달러를 가져오기도 했다.
본격적인 건축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창선 목사와 당회원들은 먼저 교회 부지 요건에 대한 기준을 세웠다. 교통이 편리하도록 I-5 고속도로와 근접하면서도 3에이커 이상의 부지로 차들이 오가며 교회를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여야 했다. 당시 한인교회로서는 매우 큰 건축구상이었다. 그렇게 교회는 교통의 요충지에 자리를 잡았고 성도들의 희생적인 참여와 헌신으로 현재 안디옥 성전을 건축했다.
문 목사는 "처음으로 성전에서 금요기도회로 모였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설교했고 그날 성도들의 기쁨과 눈물, 감격과 환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성전에 들어온 1년 동안은 성도들이 예배 후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 일부러 불을 끄면서 내보내야 할 정도"회고 했다.
타코마제일침례교회는 10년 동안 네 차례의 공사를 통해 6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교회건물을 건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회 건축은 타코마제일침례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교회를 건축하고 초교파로 북미주한인목회자 부부 250여 명을 초대해 수양회를 섬기고 서북미침례회 주총회, 남침례회 국제선교부 IMB 파송예배, 국내선교부 NAMB 파송예배 등이 열렸고 지역 사회를 향해 문을 활짝 열었다.
타코마제일침례교회는 교회를 건축하는 동안에도 사람을 세우는 일에 열심을 냈다. 문창선 목사는 교회의 사명은 '전도와 교육'이라 믿고 말씀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힘썼다. 특히 교회는 장년 주일학교를 개설하고 어린아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교회에 오면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주위에서는 '서리집사들이 뭘 안다고 장년부 주일학교 교사를 하냐?'며 따지기도 했다. 그러나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자매가 문 목사도 감탄할 정도로 성경을 가르치는 것을 보면서 평신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성경공부 열풍은 교회와 성도를 말씀으로 가득차게 했다. 청년부 이상 성경공부반이 무려 33개나 됐다.
주변의 목회자들은 교인들이 성경을 많이 알면 문제를 일으키고 목회자를 힘들게 한다는 반대소리도 냈다. 그러나 문 목사는 교인들이 성경을 모르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지, 성경을 제대로 알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성경공부를 지속했다.
평신도 교육은 중국 선교에서 빛을 발했다. 1995년 시작된 중국선교는 집사들이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중국교회 교인들의 성경공부를 인도했다. 중국 공안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성령 충만한 교인들은 복음을 가감 없이 전했다. 중국 선교에 이어 영어권 형제들을 통해 필리핀과 중남미 선교의 문을 열었다.
2010년 3대 최성은 목사(현 지구촌교회 담임)가 부임하면서 다음세대와 지역 사회를 향해 더욱 크게 문을 열었고 다민족 사역을 다채롭게 진행했다.
최성은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복음으로 무너진 세대를 연결하고, 다른 민족들을 화합하며, 교회와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아, 잃어버린 영혼들을 구원한다"는 교회의 새로운 비전을 세웠다. 새로운 비전에 따라 여름성경학교와 하베스트 나잇, 크리스마스 뮤지컬 등으로 지역 사회의 다음세대를 섬겼다. 힐링 153 의료 선교 사역, M52 오병이어 구제 사역, 지역 경찰관 및 소방관 자녀를 초대하여 장학금 수여 사역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며 지역 사회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최성은 목사는 6.25 참전 용사들을 초대해 감사를 전하고 복음을 전하는 뜻 깊은 사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미주남침례교한인 총회를 타코마제일침례교회에서 개최하고, 선교대회를 통해 해외선교사를 초청하여 위로하고 격려했으며, 서북미 작은교회 살리기 운동과 목회자 및 선교사 자녀에게 장학금을 수여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를 돕는 등 교계 안팎으로도 많은 선한 영향을 끼쳤다.
타코마 제일침례교회는 현재 공석인 담임 목사 청빙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산불 피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성도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고, 지역 사회 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향한 발걸음을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