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평신도 원로들이 '한국사회를 향한 교회의 신년소망'을 나눴다. 19일 오후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화평홀에서 열린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2020년 신년포럼에서다.
먼저 원장 김영한 박사가 '문재인 정부는 좌편향적 국가주의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에 입각해 국가를 운영하라'는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적 안보 확고히 지켜야"
김영한 박사는 "2020년 대한민국은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여, 자유국가의 이념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법치로 사회정의를 세워 사회통합을 이루며, 창의성을 실현하여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선진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먼저 '북한 우선이 아니라, 국가의 자유민주 체제적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오늘날 대한민국은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오늘날 경직된 좌파 이념으로 경직된 정치 지도자들의 교만과 아집에 의해 수 년간 심각한 내면 갈등과 발전 정체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미 관계 개선보다 '북한 우선' 대북 관계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비핵화 전제 없이도 접경 지역 협력과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 도쿄 올림픽 단일팀,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을 거론했다"며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은 유엔 주도의 대북 제재 위반 여지가 있다. '북한 우선'보다 중요한 것은 70년간 지켜온 자유민주 사회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로 '한국교회는 신앙의 자유의 전제인 자유민주 사회를 지키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의 보루가 되어 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월 광화문 시위는 기독교가 주도한 구국 운동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지키기 위한 것이 핵심이었다"며 "오늘날 종북 친중 세력에 의해 국가 정체성이 상실되는 이때, 한국교회는 3.1정신으로 각성해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수호해 나가도록 기도하고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 △삼권분립의 민주 체제: 국민 기본권 보장, 검찰의 중립성 보장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운영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뤄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이 아닌, 기업 주도의 창의적 경제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 발전으로 매진 등을 언급했다.
김영한 박사는 "북한과의 체제 경쟁은 끝났다. 우리는 통일을 원하지만, 연방제 통일 같은 정치공학적 급진 통일을 원치는 않는다"며 "북한 주민과 정권은 구별돼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기도와 관심의 대상이나, 북한 정권은 이념적으로 우리의 적이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비핵화라는 목표를 갖고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상호주의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화 체제를 확고히 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제도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고, 정의롭고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첨단 신기술로 경제 선진화를 이루면 통일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안정된 사회에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이 이러한 사회가 되도록 기도하고 평화적 자유민주화 체제 지키기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자칫하면 대한민국이 소멸될 수 있는 상황"
이후 '한국교회의 관점'에서 발표한 문창극 장로(전 중앙일보 주필)는 "제 주변에서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나라 걱정을 하시는 분들은 '이제 한국 사회의 유일한 소망은 교회뿐'이라고 하신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며 "그러나 그 분들 말씀은 현 시국에서 교회가 좀 더 적극적 자세로 임해주지 못해 안타깝다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문창극 장로는 "이런 문제는 '교회와 정치'라는 보다 근본적 질문과 연관되고, 한국사회의 현상을 어떤 눈으로 보느냐와도 결부돼 있다"며 "종교와 정치, 교회와 권력은 기본적으로 분리돼야 한다. 기독교도 중세 시절까지는 종교가 권력이었다. 가톨릭은 절대 종교 권력을 쥐었다. 이에 저항한 것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그 핵심은 '기독교와 자유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장로는 "광화문 집회를 반대하는 크리스천들이 많다. 왜 교회가 정치에 간섭하려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자유를 위해 생겨났다"며 "궁극적으로 교회와 권력, 종교와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 하지만 광화문 집회는 권력을 쥐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지 않나. 자칫하면 대한민국이 소멸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고, 그러면 신앙의 자유를 빼앗긴다. 그럴 경우 교회의 존립이 어려워진다는 생각 때문에, 제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고 연단에 선 것"이라며 "집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의 태도와 말이 이렇다 저렇다 비평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으로 종교의 자유,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창극 장로는 "기독교는 이 땅의 개화기부터 오늘날 번영까지를 이끌었다. 그리고 반공, 공산주의에 저항해 왔다. 지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도 그런 흐름의 일환 아니었느냐"며 "이 나라는 이미 많이 기울어졌지만, 올해 4월 총선이 남아있다. 한국교회가 좀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권면했다.
문 장로는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도도 해야 하지만, 골방에서 기도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하나님을 두려워해야지, 사람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복음으로 통일을 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자유 통일이어야 한다. 우리는 공산주의 반대를 넘어, 공산주의를 이기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그것이 한국교회에 대한 제 신년 소망"이라고 역설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기독교 사상에 뿌리"
'사회통합을 위한 제언'에 나선 안창호 장로(전 헌법재판소 법관)는 "헌법 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존중은 기독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서 자율성과 자유를 갖고 있다"며 "개인은 '무연고적 자아(unencumbered self)'가 아니라, 국가·사회·가정 공동체에 귀속돼 생명과 자유, 안전과 행복을 보호받고 인격 형성과 발현의 그루터기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안 장로는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에서 심각한 발전 장애를 겪고 있다. 강대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음에도, 정치적 이념 대립, 경제적 양극화, 지역과 세대의 갈등으로 사회가 분열돼 있다"며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사회통합을 이루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구현되고 국가 발전의 길이 모색돼야 한다. 이럴 위해서는 시민적 덕성 함양, 공정한 공동체를 위한 개혁, 협치를 위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적 덕성의 함양을 위해 자유와 공공성, 자율과 연대, 권리와 의무 등을 추구하는 '공화주의'를, 공정한 공동체를 위한 개혁을 위해 '투명성 원칙, 숙의민주주의, 법치주의'를, 협치를 위한 정치개혁을 위해 '권력 공유형 분권제'를 각각 제안했다.
안창호 장로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은 진리와 정직에 기초한 도덕률과 공화주의에 입각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며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고, 공정이 하수같이 흐르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작동돼야 한다. 또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는 투명한 절차 속에서 공동체 구성원의 숙의와 소통을 통해 민주적으로 조율되고 법치주의 원리가 관철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교회와 정치, 분리된 게 아니라 구분된 것"
마지막으로 '개혁교회 전통에서 본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해 정성구 박사는 "아브라함 카이퍼에 따르면, 칼빈주의는 인간의 죄 때문에 국가 제도와 정치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한다. 칼빈주의자로서 카이퍼는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정치 체제이지만, 그렇다고 다수가 항상 옳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라며 "그는 정부를 '하나님의 일반은총의 도구'로 보고, 칼빈의 <사무엘서 주석>을 인용해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방법이 최선임을 인정했다"고 했다.
정성구 박사는 "카이퍼는 대학 총장 취임 연설에서 우주의 모든 권력이 하나님의 소유이나, 그 권력이 땅 위에 구체화될 때 한 사람 또는 기관에 독점될 수 없고, 삶의 모든 영역에 분산돼 행사된다는 '영역주권 사상'을 설파했다"며 "그의 기본적 전제는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그리스도의 왕권'이 기초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정 박사는 "그러므로 교회와 국가는 분리가 아니라 구분될 뿐이다. 하나님의 주권은 교회당 울타리 안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작동하고 있다"며 "성직자도 정치에 뜻이 있다면 그 성직을 사임하고 얼마든지 정치에 참여할 수 있고, 기독교 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세울 때 이윤영 의원에게 기도하게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날 국가 정책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버리고 사회주의로 기울어지는 시점에서, 목회자들이 정교분리라는 도그마에 갇혀 아무 말도 못하고 벙어리 흉내를 내는 것이 옳은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며 "로마서 13장 1절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는 말씀은 권세자가 바로 섰을 때이지, 주권자가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정권이 부패하고 하나님 없는 반윤리·반도덕적으로 갈 때는 얼마든지 항거·항명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세상에는 중립이란 없다. 진리 아니면 비진리이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사상은 비성경적이다. 진리냐 비진리냐, 성경적이냐 비성경적이냐를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며 "개혁주의 입장에서 보면, 교회와 정부 중 어느 쪽이 상위라는 개념은 옳지 않다. 그 둘은 모두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고, 그리스도의 왕권을 인정하고 순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