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떨며 기도하는 교인들, 그 정성이 고마워서...
조용기·김삼환 목사 만나 전 목사 도우라 요청할 것
과거 뉴라이트운동으로 보수 정권 창출에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진홍 목사(두레수도원 원장)가, 최근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에 연사로 나서는 등 십여 년 만에 본격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지는 김 목사를 만나 그가 이 같은 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과 이유, 그리고 현 시국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현 정권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 규탄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전 목사와 견해를 달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김 목사와의 인터뷰는 15일 오후 동두천 두레수도원 내 김 목사 사택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예전에 뉴라이트 운동을 벌이다가 보수 정권 창출 후 목회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하셨는데, 다시 광장에 나오게 된 이유는?
"보수 정권이 두 차례에 걸쳐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너무 순진했다. 보수가 믿는 가치관과 신념에 대한 명쾌한 준비가 덜 됐고, 그래서 국가 경영이 방만했다.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의 독소들을 신경써서 축출했어야 했는데 방치했다. 그래서 (좌파가) 10년간 잘 준비해서 촛불이라는 합당치 않은 방법으로 정권을 잡았는데, 생각보다 그 결과가 나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와 열린 사회라는 나라의 근본을 흔든다. 이렇게까지 하리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두면 70년을 쌓아 온 자유민주주의 체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내가 세종로에 나가 보니 그 추운데 일반 교인들이 모여서 떨면서 기도하고 있더라. 그들이 누가 나가라 해서 나가겠나. 정부에 대한 분노,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집권자에 대한 분노, 나라에 대한 염려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스스로 모였다. 그 정성이 고맙고 짠해서 나도 좀 일조하려고 나갔다."
전광훈 목사, 우국충정 확실하지만 품위와 여유 필요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 일렀지만 깃발 들었던 것
-전광훈 목사가 보수층의 이목을 집중시킨 첫 계기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이었다. 그에 대해 기독교계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는데, 목사님의 의견은 무엇인가?
"그때만 해도 기독교계는 '하야해야 할 정도가 되겠느냐, 임기를 마치고 정상적으로 정권 교체를 하면 되는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전광훈 목사 발언이 일렀던 감이 있다. 그러나 그가 깃발을 들었기에, 많은 이들이 그 뒤의 여러 과정을 보고 동조하는 흐름이 생겼다."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말과 신성모독 등의 논란이 많은데.
"내가 일부러 가서 몇 번 만났다. 그분의 우국충정과 기독교 신앙은 확실하더라. 성격과 말이 거칠어서, 흥분해서 말하다가 빗나갔다. 실수는 실수로 봐야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서 몰아붙이는 건 동기가 안 좋지 않은가 한다. 실수는 틀림없다. 그 사람도 시인하더라. 절제되지 못한 언어가 그 사람 체질이다. 이해해 주면 좋은데 우리 사회가 그만큼 여유 있는 사회가 아니다. 김동길 교수는 그에게 언어를 순화시키라 하고, 나도 그를 만나면 간접적으로 신앙인의 품위와 여유에 대해 강조한다. 이러한 언행이 교계 전체의 이미지와 관계되니. 잘 받아들이더라."
기독교 정당 절대 반대... 여야 내 건전 세력 돕자
지금 정부는 막무가내... 진짜 뉴라이트운동 할 때
-전광훈 목사는 아마도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기독교 정당 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동참할 의사가 있는가? 기독교 정당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기독교 정당은 절대 반대한다. 기독교가 정당을 따로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도 전략상으로도 좋지 않다. 여야 안에 있는 건전한 민주 세력을 뒷받침해서 질 나쁜 사람들을 낙선시키고, 좋은 크리스천들이 포진해서 뒷받침하는 좋은 정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독교가 정당을 만들면 각 종교가 다 만들고 그러면 갈등이 생긴다. 정당 만드는 건 집권하자는 건데, 기독교 정당이 집권해서 부패하면 치명타다. 그래서 정당을 만들지 말고 뒷받침만 하자고 전 목사에게 몇 번 말했다. 그의 생각이 많이 바뀌는 것 같더라. 황교안 씨 등이 물론 전체적으로 약점도 있겠지만, 보수 애국 세력이 단합해야 한다. 그 사람이 자유한국당 대표이니 그 사람을 밀어서 정권을 교체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
-빈민운동가 김진홍 목사와 뉴라이트운동가 김진홍 목사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는 시선도 있다.
"뉴라이트에 대한 오해다. 뉴라이트는 정당정치운동 아니고, 시민정치운동이다. 바른 정치가 안 돼서 소득과 분배의 불균형이 생기면 빈민촌이 만들어진다. 뉴라이트는 정치운동이 아니고, 시민들에게 바른 가치관·시국관·역사관을 갖게 하는 것이다. 내가 이명박 씨가 대통령 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으나 (그 정권에서) 통반장도 하지 않았다. 권하는 자리가 있더라. 그러나 그렇게 하려고 (뉴라이트운동을) 한 게 아니다. 웃으면서 '목사가 장로 위에 있어야지, 장로 대통령 밑에 장관 하면 되겠느냐'고 답했다.
-뉴라이트 운동을 재개할 계획이 있는가?
"요즘 반성하는 것은, 뉴라이트운동은 그때가 아닌 지금이 진짜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때는 정부가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고, 여야가 기본적인 선을 지켰다. 지금 여당은 판 벌이고 막무가내다. 그러나 내가 앞장서서 다시 하기엔 나이로 보나 뭘로 보나 다 (때가) 지나갔다. 다만 지금이라도 직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할 것이다."
지나친 반일, 취지 수상... 김일성 '갓끈이론' 주의해야
좋은 국가 세우는 건 선교의 연장... 과감히 기여해야
-뉴라이트 운동이 친일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이에 대해 반박하신다면.
"쓸데없는 비약이다. 소위 말하는 '매국노적 친일 사상'을 가진 이들이 대한민국에 있는가? 뉴라이트에 두 흐름이 있는데, 우리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전혀 친일과 관계 없다. 한 대학 교수가 일본이 지배하는 동안에도 산업이 발전됐다는 주장을 했던 것 때문에 논란이 됐던 것인데, 그것은 좌파 세력이 뉴라이트운동을 매도하려 만든 일종의 언론 조작이다.
지금 일본과 사이가 안 좋은 건 우리나라에게 전략상 대단히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과거 북한 김일성이 '갓끈이론'을 주장했는데, 이는 '남조선은 친미와 친일이라는 두 끈을 묶은 갓을 쓴 선비이니, 그 끈 중 하나만 끊으면 갓이 날아간다'는 내용이다. (그 이론대로 되지 않도록)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지금의 일본은 군국주의 일본이 아니고 우리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다. 우리가 동맹을 굳건히 해서 적에게 대항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반일하는 것은 그 취지가 수상하다. 잘못되면 갓끈이론으로 연결돼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걸 보수가 확실히 짚어줘야 하는데, 한국당은 효과적으로 대처를 못하고 순발력이 떨어진다."
-한국 기독교계는 현 시국과 정치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보는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와 열린 사회는 성경적 가치관·진리관·세계관과 일치한다. 반면 공산주의·사회주의·전체주의는 비기독교적이다. 교회가 민주주의의 가치관이 주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헌금도 거기에 써야 한다. 교회엔 사회선교의 의무가 있고, 좋은 국가 세우는 건 선교의 연장이니 과감히 기여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 실현하는 바른 정부 세우자
-광화문 집회에 대형교회들의 참여가 저조한데.
"나서는 교회들 중 큰 교회는 없는 셈이다. 전광훈 목사가 논란이 되는 것도 그가 큰 교단이나 큰 교회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비주류라서 외로울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의 취지가 좋으니 큰 교회 작은 교회 가리지 말고 공동 전선을 펴야 한다.
한 가지, 큰 교회들은 지금 세대 교체 이뤄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새로 들어선 당회장들이 뿌리 못 내리는 과도기다. 그러나 조만간 참여할 것이라고 본다. 누군가 유도해야 한다. 조만간 조용기 목사와 김삼환 목사 등을 만나 전 목사를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볼 생각이다.
앞장선 전광훈 목사도 고칠 것은 고치고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예를 들어 청와대 앞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는 것은 좋지 않다. 주일에는 각자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토요일에 크게 모이자고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나 본질적으로 좋다. 이런 건 대의명분을 갖고 그를 설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광훈 목사나 세종로에 나가는 사람들처럼 (정권을) 당장 갈아치우자는 사람들도 있고, 절차를 밟아서 선거로 바꾸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지 부딪칠 필요 없다. 강약의 차이요 방법론의 차이일 뿐 본질은 같기 때문이다. 기독교 정부를 세우자는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 실현하는 바른 정부를 세우자. 통일도 대한민국 헌법에 기초해서, 세계선교하는 아름다운 통일한국을 이루자. 그런 일에 헌금도 하고 참여도 하고, 전광훈 목사 일도 열심히 밀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