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주권 강조, 인간의 부패와 무능 철저 인식
성경과 삼위일체 하나님, 참된 교회 중요성 강조
성숙한 신앙의 모습 제시, 교리와 실천 결합 관심
'개혁교회의 뿌리를 찾다'는 주제로 개혁신학포럼 제18차 정기세미나가 10월 28일 서울 당산 주님사랑교회(담임 여두성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오전 시간 김효남 교수(계약신대, 천호교회 담임)가 '청교도와 청교도주의'를 발표했다.
'청교도(Puritan)'라는 용어는 1560년대 국교회 내 작은 분파 혹은 회중들을 대상으로 처음 사용됐고, 17세기 들면서 '즐거워할 줄 모르고 논쟁적이며 참견하기 좋아해서 자신의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덕성과 경건이 부족할 때 책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의미했다. 하지만 1620년대에는 보다 신학적으로 '굳건한 칼빈주의자'라는 의미를 가졌고, 1640년대에는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을 첫 번째로 놓는 사람들'을, 1660년대에는 '장로교도'를, 1689년 이후부터 '거룩한 사람들'을 가리키게 됐다고 한다.
김효남 교수는 "청교도라는 말이 학술적으로 규정된 용어는 아니지만, 우리는 그 다양한 정의들 속에서 성경, 개혁, 거룩, 경건 등의 공통된 용어를 발견하게 된다"며 "그러므로 청교도란 잉글랜드 교회가 성경에 따라 개혁된 거룩한 교회가 되기를 갈망했으며, 이는 교회의 신학과 교리뿐 아니라 각 신자의 삶도 성경에 따라 개혁된 경건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대체로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한 반면, 인간의 철저한 부패와 무능을 인식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청교도 역사를 설명한 뒤, '청교도 신앙'의 주요 특징으로 먼저 '철저한 성경주의'를 꼽았다. 그는 "그들은 철저한 성경 중심주의를 생활 모든 면에 적용시켰다. 그들의 책을 보면, 얼마나 그들이 성경에 철저했는지 알 수 있다"며 "그들의 주석이나 설교를 보면, 그들이 성경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학문적으로도 탁월했다"고 말했다.
그는 후일 청교도주의 아버지로 불린 '토마스 후퍼'의 다음 어록을 인용하기도 했다. "성경은 하나님의 율법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도 성경이 명령하는 것을 한쪽에 제쳐두고 등한시하거나 그 명령에 다른 것을 첨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의 왕국은 영적인 나라입니다. 여기서는 교황이나 국왕도 다스릴 권세가 없습니다. 오직 그리스도께서만 자신의 교회를 다스리는 분이며, 율법을 주시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청교도 신앙의 두 번째 특징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이다. 이에 대해 "청교도들은 신학을 전개함에 있어 삼위일체적 측면을 강조했다. 하나님의 선택하시는 은혜, 속죄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사랑, 그리고 우리의 그것을 우리의 삶에 적용하시는 성령님의 역사를 강조했다"며 "그들은 경험주의자가 아니었지만, 경험을 중시했다. 모든 경험 속에 역사하시는 성령님을 발견해 삼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셋째는 '참된 교회의 중요성 강조'이다. 그는 "종교개혁이 로마가톨릭 교회를 대항하여 일어났듯, 청교도주의는 잉글랜드 국교회를 배경으로 일어난 운동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경적 복음을 실제로 구체화하는데 있어 교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분명하고 열정적인 설교, 영적 형제의식, 예전(liturgy) 개혁에 중심을 뒀고, 교회 정치와 예전, 설교를 핵심으로 봤다"고 했다.
넷째는 '신자의 삶에 대한 강조'이다. 그는 "청교도들은 육신의 삶과 영적인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참된 삶의 시작은 바로 중생과 회심에 있다고 믿었다"며 "그래서 중생과 회심을 위한 복음 설교에 힘을 쏟았고, 그것에서 시작되는 신자의 삶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양심을 살피는 일을 통해 날마다 거룩해져가는 성화를 강조했다"고 풀이했다.
이후 '청교도 신학'에 대해선 "청교도들은 잉글랜드에서 개혁파 신학을 발전시켰던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대륙의 개혁파 신학, 특히 네덜란드와 환경적 차이가 있었다"며 "네덜란드는 개혁파 신학이 국가에 의해 보호받는 입장이어서 자유롭게 신앙생활과 신학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잉글랜드는 국가교회의 탄압을 받으며 개혁을 부르짖어야 했기에 교회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효남 교수는 "참된 교회를 이루려면 참된 신자들로 이뤄져야 했기에, 청교도들은 구원론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신자의 회심과 성화에 깊은 이해를 가졌다"며 "고난 가운데 살던 이들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하늘나라를 소망으로 삼았고, 이는 그들의 종말론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들은 철저한 개혁주의자들이었기에 이 모든 것을 하나님 작정의 실행으로 봤고, 그 결과 절대적 주권을 가지신 하나님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연구했다"며 "결국 이들은 하나님 말씀이 신자의 삶의 모든 부분을 규정해야 하고, 그럴 때 가장 복되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그것을 위해 수고했던 철저한 성경주의자였다"고 정리했다.
그는 "오늘날 개혁신학 교리를 잘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교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그것이 교회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지 아는 이들은 적다"며 "청교도들은 신학이 신자의 삶의 모든 영역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아는 자들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인간에 대한 그들의 이해가 누구보다 탁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청교도들은 인간이 얼마나 죄악되며 얼마나 속기 쉽고 자기를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결과 청교도들의 가장 큰 실천적 특징 중 하나인 '자기 점검(self-examination)'이 발달하게 된 것"이라며 "이러한 청교도들의 인간 이해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의 탁월성에서 비롯되고, 그들이 많은 교리들을 발전시킬 때 매우 철저하고 깊이있게 연구하고 분석하는 동기가 됐다"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왜 오늘날 우리에게 청교도가 필요한가'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청교도들은 성숙한 신앙의 모습을 제시한다"며 "고난과 역경이 청교도들을 만들었고, 그들은 이 땅을 살되 천국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윗필드의 말처럼, 시련 아래 있을 때 주님의 사역자들은 가장 훌륭하게 저술하고 설교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청교도들은 자신의 삶을 하나님 말씀에 근거해 이뤄 나가면서 '일상의 통합', 교리와 실천을 결합시키고자 했다. 인간의 지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자신의 양심을 하나님 말씀 앞에 드러내고자 한 것"이라며 "그들은 그리스도에 집중하면서 시련을 견뎌냈다. 이를 통해 어떻게 신자가 이 땅을 살면서도 항상 영원한 나라를 소망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참된 영성을 추구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청교도들이 진정한 개혁주의자들인 이유는, 자신들이 가진 많은 개혁주의 신학의 유산을 개인과 가정에서의 삶, 교회 생활과 국가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모든 생활의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알았다"며 "그 근본은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부정과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온전한 인식과 열망이었다. 그런 지식을 가졌던 청교도 시대는 진정한 부흥의 시대"라고 역설했다.
그는 "제임스 패커는 '청교도 운동이 가장 바르게 이해되기 위해, 바로 그것이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부흥으로 이해되고 연구될 때'라고 했다"며 "청교도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학을 어떻게 대하고, 신학과 삶을 어떻게 통합시켜야 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탁월한 안내자"라고 결론내렸다.
오후 시간에는 포럼 고문 박상봉·서문강 박사의 인사 후 이인혁 목사(여수룬교회)가 '제네바 성경의 특성', 라은성 박사(총신대)가 '왈도파 신앙'을 각각 발표했다.
세미나에 앞서 '약한 것의 은혜(행 9:23-25)'라는 설교를 전한 최더함 박사(개혁신학포럼 책임전문위원, 바로선교회)는 "바울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 약하디 약한 바구니를 통해 바울을 달아 내려 그를 구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연약함으로 강함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며 "바로 이 비결로 하나님은 당신의 교회를 위기에서 구출하시고 보호하신다. 교회는 세상이 부딪쳐 오면 맞서지 않고 희생으로 감내하며 그 충격을 흡수하는 곳이다. 그리고 십자가를 따르는 많은 제자들과 사도의 후예들을 보호하여 세웠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한국 기독교가 성경적 기독교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결단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뼛속까지 유교적 사상에 물들어 있는 '유독교(유교+기독교)' 아닌가"라며 "특히 권징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교회에서 '회개하라'고 부르짖을 수 있는가. 우리가 살 길은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시 '오직 성경'을 기치로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 대표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는 "이정표 없이 방황하던 중세 기독교가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개혁의 기치를 든 것은 '원전으로 돌아가자(ad fontes)'는 뿌리 찾기 운동이었다"며 "종교개혁이 루터의 '오직 성경'에서 시작되어 칼빈의 '기독교 강요'에서 완성된 것은, 루터의 '오직 성경'이 칼빈의 '오직 성경의 해석학'에 의해 완성됐다는 뜻"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