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와 전망은?
끊임없이 요동하는 한반도의 정세 변화는 한국교회의 북한선교와 통일 준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복음통일을 이루고 통일한국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어떤 방향과 방법, 속도로 나아가야 할지 쉬지 않고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는 선교계, 교계 지도자와 통일 전문가 등 70여 명이 통일선교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논의로 열기가 뜨거웠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와 한국 기독교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2019 선교통일한국 컨퍼런스'는 선교통일한국협의회(선통협·대표회장 김종국, 상임대표 조요셉)가 주최했다. 세 차례의 기조강연과 7차례의 발표, 분야별 토론 등이 있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와 전망'에 대한 첫 세션에서 양창석 선통협 해외통일선교위원장(전 통일부 정책실장)은 "모든 북한 기업이 무역을 하고 있고, 기관 기업 명의이지만 사실상 기업과 건물이 개인 소유로 운영된다. 북한산 상품의 질도 현저히 좋아졌다"며 "교회가 북한의 경제개혁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기득권은 북한이 경제 개혁, 정치 개혁을 하면 흡수통일 당할 수 있다고 본다. 남한과 접촉을 원하나 반대로 가장 경계하며, 남한으로부터 얻을 수 있지만 그 속에 독이 들어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선교 방향도 '지원'에서 '다국적 기업'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하는 것을 제안하고, 북한에 교회를 설립할 때도 연합하지 않으면 북한의 우려를 깨지 못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성주 선통협 공동대표(KWMA 부이사장)는 "통일을 이루면 남북한이 동북 3성, 내몽고, 카자흐스탄, 터키까지 알타이권의 문화적, 정신적, 경제적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하나님의 선하심을 절대적으로 붙들고 통일한국을 위해 겨자씨처럼 작더라도 믿음의 씨앗을 계속 심어야 한다. 선통협이 선교통일을 위한 믿음의 씨앗을 심고, 물맷돌을 던질 다윗과 같은 역할을 감당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기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숙명여대 교수)은 "북한의 경제 사정과 의식주 소비상황이 좋아졌으나 1인당 1년 무상의료 예산은 1달러"라며 "보건 의료 복지나 교육은 재생산이 안 되고 투자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5세 미만 사망률도 2000년대 초와 비교하면 많이 개선됐으나, 폐렴과 설사가 여전히 아동 사망률의 가장 높은 원인이 되고 있다. 주민 절반 정도는 식량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린이의 3분의 1은 만성 영양실조"라며 "국제 제재 속 식량위기로 북녘의 노약자들이 힘든데 실질적인 지원으로 북녘 사람들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평화의 시기를 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 개발, 평화는 삼각체제로 돌아간다. 우리도 이를 통해 평화와 인도적 지원을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UN 안보리 대북제재 이후에도 북한 국영산업의 위기 징후는 없고, 시장과 사경제 활동은 평소 상황을 유지하고, 식량 및 석유 사정도 큰 변화가 없었던 것 같다. 북한 방문자들도 제재 효과를 관찰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북한이 밀수를 많이 해서 석유 공급에 별 어려움이 없으며, 소비생활 관련 품목도 2019년 1/4분기에 정상적 공급이 이뤄졌다. 당장 경제적 체감은 해외에서 상품의 수입이 계속돼 큰 문제가 없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남은 문제는 북한이 지금 속도로 저축한 외화를 계속 쓰다가 외화가 바닥났을 때"라며 "여러 정보를 모아 추정하니, 저축한 외화가 작년 연말 기준 최소 25억 달러, 많으면 60억 달러 가까이로, 지금처럼 상품 수입을 계속하면 1년 외화 적자가 10여억 정도 되어 빠르면 2년, 길면 4~5년 정도 쓸 것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작년까지 북한 경제가 아주 많이 어렵다는 소식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부터는 상당히 경제가 어려운 것 같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잘 안 되어 북한 사람들도 당황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예상해 경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시장과 사경제 활동이 활발해져 식량, 생필품 공급 능력이 꽤 향상되었기 때문에 과거 고난의 행군 때처럼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제재가 장기화하여 외화가 바닥나고 상품 수입이 안 되면 일반 주민에게도 상당한 피해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컨퍼런스 첫 번째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희 기자 |
통일을 위한 한국 기독교의 역할은?
'통일을 위한 한국 기독교의 역할'을 주제로 한두 번째 세션에서 박종화 평화와통일을위한연대(평통연대) 이사장은 "신앙을 가진 사람은 사랑으로, 선으로 악을 이기는 정직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며 "평화를 만들면 통일은 결과로 주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통일 당시 서독에서 동독에 총 62조 원(민간 지원 42조 원, 교회 3.3조 원, 외국인 1.5조 원 등)을 지불했고, 결국 62조를 주고 마음을 샀다고 본다"며 "통일을 결실로 바라보고 평화 선교, 평화 목회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일이 되면 미국, 중국, 한국, 일본의 4대국이 동북아 공동체를 만들고, 동북아 평화를 지키는 동북아기독교연합회(가칭)를 만들며, 판문점에 국제기구를 유치하고 비무장지대를 영구적 평화지대, 생태공원 등으로 삼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한길 예장합동 GNN 대표는 "북한 복음화를 위한 여러 전략 가운데 북한 내지에 예배자를 세우고 개척하고, 멤버케어, 국제적 지도력 개발, 북한 선교자원 동원 및 개발, 후배 북한교회 선교사 세우기 등을 하고 있다"며 "특히 탈북민 전도와 제자화로 헌신된 평신도 선교사들이 훌륭한 사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보안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선교에서도 팀사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팀사역은 성경적 원리이자 시대적 필요일 뿐 아니라 신뢰와 상호보완, 효율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기연 통일선교위원회 위원장(아신대 북한연구원장)은 "통일선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남과 북이 화해하고 서로 용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힘으로 지키는 평화가 아닌, 자기를 희생하며 생명을 내어주고 죽는 예수의 사랑과 평화를 가르치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이어 "탈북민을 받아들이는 교회 목회자, 3만3천 명 이상의 국내 탈북민, 남북의 미래 기독교 통일 세대 모두 성경적 통일선교교육으로 훈련되어 세계선교의 사명을 성취해야 한다"며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를 선교의 실크로드로 삼아 통일 한반도를 출발점으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까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병락 YWAM 뉴코리아네트워크 코디네이터는 "뉴코리아 운동'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통일선교교육으로 북한섬김학교를 진행하고 있다"며 "훈련받은 분들이 R국 선교사로 헌신하거나 탈북 여성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 선교지 방문 등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교회는 보수와 진보로 갈등이 있던 북한선교부가 복음통일로 하나 되고, 담당목사를 세우며 탈북민 초청 예배와 교제, 탈북민 성도를 교회 관리 직원으로 채용, 탈북민 초청 관광, 북한섬김학교 상설화, 통일 기금 모금 등을 하게 되었다"며 "한국교회에 복음통일 사역에 간절한 목마름이 있는데, 그분들을 계속 가르치고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성암 하나의코리아 이사장은 "탈북민 정착, 청소년 및 청년 리더 양육 등에 집중하고 있다"며 북한선교학교, 어깨동무캠프, 탈북민 자녀 장학금 전달, 탈북민 교회인 새생명교회 섬김, 탈북민 석박사들이 모이는 통일학술세미나, 북한을 위한 목요중보기도모임, 전도여행, 경남기독교총연합회 코리아합창제 등의 사역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교육을 좋아하지 않고 현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를 현장 중심으로 훈련할 것"을 제안했다.
▲두 번째 세션을 마치고 안성삼 공동대표, 조용중 KWMA 사무총장, 양영식 고문, 박종화 평통연대 이사장, 김종국 대표회장, 조봉희 공동대표, 조요셉 상임대표(왼쪽부터 차례대로) ⓒ선교통일한국협의회 |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국교회 통일선교의 한계로 정보와 지식의 한계, NGO적 접근이 많은 대신 일대일로 복음을 전하는 데 어려움, 교회 담임목사님부터 변해야 교회가 변할 수 있는 환경, 단계적 변화로 교회 전체 분위기가 통일선교에 적극 나서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외에 북한의 사회, 사상, 체재, 생활방식 등을 연구하여 북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토착적인 복음화 방안, 북한 내지의 그루터기 교인을 양육하여 파송하는 방안도 중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종국 선통협 대표회장은 "북한의 변화에 따른 전략을 세우는 것과 더불어 근본적인 기준과 연합의 뼈대를 이루어야 할 때"라며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준비하는 통일선교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한편, 조봉희 서울 지구촌교회 목사(선통협 공동대표)는 개회예배 설교에서 "하나님께서 은혜로 북녘땅의 절망적 현실을 희망의 현실로 바꾸어주실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가슴의 통일, 사람의 통일, 사랑의 통일, 신앙의 통일로서 만들어가는 통일 개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 목사는 "이제까지 북녘에서부터 복음, 부흥, 교회, 탈북자가 남진했다면, 이제부터 대륙선교를 바라보고 예루살렘까지 가는 '하나님 나라'의 큰 그림을 가지고 북진하여 선교적 통일을 이루고, 선교 대한민국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평식 한교총 사무총장은 "선통협이 전문성을 살려 민족문제에서 깊이 있게 훈련하는 기관이 되고, 남북문제와 통일문제의 담론을 확장하여 한국 사회에 민족통일의 방안을 제시하고 통일한국의 꿈을 확장시킬 것"을 당부했다. 조용중 KWMA 사무총장은 "통일 준비를 위해 협력이 관건"이라며 "북한선교를 위한 협력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선통협의 앞으로 활동이 기대된다"고 축사를 전했다. 이날 양영식 기독교통일포럼 공동대표(전 통일부 차관)는 "통일 문제는 부싯돌의 원리처럼 북한동포를 자꾸 만나 마음 밭에 복음을 심고, 사랑의 물을 주는 영농사업"이라며 "열매 맺기는 하나님께 맡기고 우리는 복음의 씨를 심고 사랑의 물을 주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