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녀석이 저를 보자 아이처럼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어릴 적에 졸졸 따라 다니던 '목사님'의 얼굴을 봐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카일아 힘내..." 아이에게 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열아홉이란 나이는, 어머니를 잃기엔 너무나 서글픈 나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며칠 전 칼럼에 썼었던 한 성도님의 장례식에 참석했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엄마를 잃고, 친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 것입니다. 예배를 드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한 가지를 잃어버린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큰 슬픔을 당했는데도 하나님을 예배하는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라는 것입니다.
어제 교회에서 눈을 치우다가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김재술 목사님이 사고로 손가락을 크게 다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응급실로 급히 달려갔더니 '별일도 아닌데 왜 바쁜데 왔냐'고 목사님이 야단이십니다. 얼핏 봐도 검지 손가락이 거~의 잘릴 뻔한 큰 사고였는데도 목사님은 별일이 아니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거 큰일이네... 내일 예배에 가려면 수염도 깎고 샤워도 해야 하는데..." 돌아오는데 웃음이 났습니다. 손가락이 거의 잘릴 뻔하신 것을 별일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예배 때 수염 못 깎고 나오실 것을 염려하시는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에 쌓인 눈을 치우면서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과연 내일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눈을 다 치워도 내일 길이 꽁꽁 언다고 하는데 성도들이 과연 안전하게 오실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이 지역 목회자 단톡방을 보니 몇몇 교회가 내일 예배를 캔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차라리 쿨하게, 우리도 내일은 가정 예배로 대체하자고 장로님들과 상의를 해볼까?" 그런데 이런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에게 예배할 이유가 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엄마를 잃은 19살 카일이 눈물을 꾹 참고 예배 중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사랑하는 엄마가 지금 하나님과 함께 계신 것을 믿습니다!" 바로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한 가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모여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 바로 그것이, 손가락이 잘릴 뻔한 큰 사고를 당하셨던 목사님이 손가락 보다 내일 예배 잘 드릴 것을 염려하셨던 이유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날씨가 좋지 않습니다. 예배하러 오시는 길이 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하나님을 예배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 교회와 가정에서 하나님을 예배하실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