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저 ㅇㅇ에요. 전화 좀 부탁드립니다..." 오래 전 함께 교회를 섬겼던 한 제자의 메시지를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녀석이 왜 제게 전화를 부탁했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입니다. "목사님... 엄마가..." 애써 울음을 참으면서 뭔가를 설명하려는 녀석의 말을 끊고 말했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돼... 목사님이 알아..."
지난 목요일 오후, 지인의 전화를 통해 하루 전 에버딘의 한 호텔에서 벌어졌던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전에 함께 교회를 섬겼던 한 성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것도, 정신이 온전치 않은 한 범죄자의 칼에 찔려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남편 장로님과 아이들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눈물이 났습니다. 그러던 차에 녀석과 통화가 되었던 것입니다. 엄마의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녀석이 몇 번이나 이 아픈 사고를 사람들에게 설명했어야 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실로 죽음의 권세란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륙을 정복했던 용사들도 죽음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습니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보겠다던 현자들도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를 알지 못한 채 세상과 작별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편 기자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귀인들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지니 그의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그 날에 그의 생각이 소멸하리로다..."(시 146:3-4) 오늘 엄청난 돈을 벌고 있어도, 죽어라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도, 목숨이 아깝지 않을 만큼 뜨겁게 사랑을 하다가도 죽음을 만나면, 그냥 거기서 멈춰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애쓰고 수고하는 것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오후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자훈련 준비를 하다가 로마서의 말씀이 빛처럼 제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기록된 바 우리가 종일 주를 위하여 죽임을 당하게 되며 도살 당할 양 같이 여김을 받았나이다 함과 같으니라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5-39) 초대 교회 성도들 앞에는 엄청난 핍박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고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만을 본다면 그들은 예수를 부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가운데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았고, 그 사랑을 신뢰하며 마침내 세상의 위협들을 넉넉히 이기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성도님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했습니다. 얼마 전 권사로 임직 받으실 때 찍으셨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 속의 권사님은 환하게 웃고 계셨습니다. 권사님의 사진이 로마서의 말씀과 오버랩 되며 제게 확신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그렇습니다. 끝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는 것입니다. 이 믿음을 가지고 주어진 믿음의 광야를 넉넉히 이겨낼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