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와 아내는 아이들을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토록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해서 그들을 상전처럼 떠받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와 아내는 아이들에게 그 나이와 체력, 능력에 맞는 다양한 일을 맡겨 왔다(사실은 ‘시켜 왔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만). 그것은 집안일일 때도 있고, 교회 봉사일 때도 있고,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일 때도 있었다. 목숨보다 아끼는 아이들이라면서 이렇듯 일을 시키고 훈련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정과 교실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가르침과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지닌 모든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취하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사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도움이나 협조가 필요 없다. 우리가 직접 하는 것이 더 빠르고 잘된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와 함께 일하길 원한다. 우리와 함께 하는 일을 통해 아이는 성장하고 성숙해질 것이다. 하나님도 마찬가지 아니실까?
성경은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방법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람을 통해 일하시는 것임을 보여 준다. 하나님은 사람을 부르셔서 그분의 기쁘신 뜻을 위해 마음에 소원을 갖게 하시고, 그것이 완성될 때까지 역사하신다(빌2:13, 1:6).
모세가 없었다면 하나님이 홍해를 가르지 못하셨을까? 여호수아가 없었다면 여리고성을 무너뜨리지 못하셨을까? 결단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들과 일하는 것이 더 느리고 복잡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마치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신 것처럼 끊임없이 사람을 불러 말씀하시고, 훈련시키고, 능력을 주시고, 재능과 믿음을 자라나게 하신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자녀된 우리가 성장하고 성숙할 최고의 기회를 계속해서 주고 싶어 하시는, 좋으신 아버지이기 때문이다(마7:9-11; 요일 3:1).
그렇다면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사람에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가? 사람과 사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성경을 잘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부르심에 응답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character)과 사랑의 본질(nature)을 이해하고 깨닫는다(엡3:18). 하나님은 사람들을 만나실 때마다 친히 그분의 성품과 본질을 이름과 비전과 말씀으로 알려 주셨다. 그래서 하나님을 만난 모든 사람은 더 깊고 새로운 차원에서 그분을 알게 되었다.
둘째, 하나님을 깊이 체험하고 더 친밀한 관계로 초청받은 뒤에 반드시 그분의 일에 동참하게 된다. 하나님을 아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분의 뜻과 행하시는 바를 깨닫게 되고, 그분의 계획과 목적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살아가게 된다.
하나님은 지금도 이런 방식으로 그분의 마음을 시원케 해드릴 사람을 찾으신다(잠25:13). 결국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는 ‘사람’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