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원장 박재윤 변호사) 주최 제11차 기독교 화해사역 세미나가 '교회 분쟁의 화해적 해결'이라는 주제로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중국홀에서 개최됐다.
먼저 박재윤 원장(전 대법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교회 안에는 분쟁을 해결할 마땅한 기구도 인물도 없기에, 상급기관인 노회와 총회 재판국 등 법적 해결기관에 각기 맞소송을 제기하여 다투지만, 패소한 측에서 재판결과가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사건을 세상 법원으로 갖고 간다"며 "1심에서 대개 교단 재판국 판결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고, 항소와 상고를 제기하면 세월은 한없이 흐르고 해결의 종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 분쟁의 발생 원인으로 △교회 성도들이 성경에 따른 사랑과 관용의 원리에 충성하지 않고 독선과 아집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 △담임목사에 대한 성도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 △목회자들이 교회 운영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하지 않고 독선적이고 비밀스럽게 하는 것 등을 꼽았다.
또 △가치관과 국가관, 시국관을 달리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교회 분위기나 설교가 사회에서의 진영 논리를 반복하거나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장로들이 교회 일에 대한 열성과 관심이 지나친 나머지 목회자의 목회 방향과 충돌하는 것 △담임목사가 정년 등으로 퇴임하면서 후임 목사가 취임하고, 전임 목사를 원로로 추대한 경우, 둘 사이 갈등이 생기면서 당회원과 성도들이 양분돼 다투는 것 등 총 6가지를 열거했다.
박 원장은 이러한 교회 분쟁에 대한 교회 내부 해결과 관련, "교회 치리회인 당회는 범법자에 대한 권징 권한이 있고, 권징에 있어 사태의 원인을 가려 합리적 처리가 요구된다"며 "분쟁 원인행위자를 가려 권징하는 경우 수사관이나 재판관처럼 결과만 놓고 책벌을 가하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관여자를 면담하고 대립된 의사를 교환케 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화해를 유도한 후 그래도 미진한 부분에 대해 최소한의 책벌을 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상급기관인 노회와 총회 재판국에 의한 해결에 대해서는 "평신도 간의 사소한 분쟁이 아니라 목사와 장로가 당사자가 된 분쟁의 경우 노회와 총회의 재판국이 분쟁 해결의 1차적이요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렇게 교회 내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재판기관에서 그 직무와 권한에 따라 행하는 재판을 교회재판이라 부른다"며 "교회재판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재판의 실체(결론)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의 기준이 되는, 실체법과 절차법(소송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교회재판에 대한 국가(법원)의 자세는, 우리나라가 헌법 제20조에 의해 종교의 자유를 가지므로 교회재판 중 종교 교리 문제로 생긴 권징 재판과 교회의 순수한 내부적 지위(교인 자격이나 각종 직분)의 박탈이나 정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다만 내부적 지위에 의한 사항 중에서도 어느 개인의 일반 시민으로서의 권리의무와 직결되는(다시 말해 그것의 당부를 가리는 데 필요한 선결문제가 되는) 사항일 경우, 교리에 관련되는 문제가 아닌 한 직접 관여해 타당 여부를 가리겠다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교회재판에서 패소하거나 징계를 받은 측에서, 교회법상 불복 절차를 다 거친 뒤에 또는 불복을 포기한 채 국가법원으로 사건을 옮겨가는 사례가 근래에 부쩍 늘었다"며 "이러한 사건은 지방법원 합의부에서 담당하는데, 명색이 교단의 최고법원 격인 총회재판국 판결이 유효보다는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에는 "교회재판국의 재판이 세상법원에 가서 무효화되지 않고 효력이 유지될 가능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살폈다.
먼저 교회재판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박재윤 원장은 "교회 동료들과 설령 사이가 나빠져 서로 질시하고 트집만 잡는 사이가 됐더라도, 거기서 그쳐야지 이를 빌미로 상대방의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를 적발해 침소봉대하면서, 여기저기로 탄원서와 폭로문 같은 것을 보내다 마침내 교회 재판부서에 고소를 제기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며 "이런 일은 신성한 교회의 재판기관과 재판절차를 개인적으로 농단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둘째로 '교회법 규정들이 전문적 검토를 거쳐, 적절하고 알기 쉬우며 합리적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교단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지만, 아직 미국 선교사 전래 당시의 옛 문장과 단어와 체계로 된 교회법전을 고치지 않는 교단도 있더라"며 "비논리적이고 부정확하며, 필요한 조문은 없고 불요불급한 조문은 많이 남아있는 식의 교회법으로 이뤄지는 재판 과정의 마지막 모습은 묻지 않아도 뻔하다"고 했다.
셋째로 '교회재판을 담당하는 재판관들의 자질과 열성과 능력의 향상'을 제언했다. 박 원장은 "국가법원 판사들과 같지는 못하더라도, 이에 버금갈 정도의 법률지식과 재판 관여 경험을 갖추고, 자신이 내린 재판의 결론에 대한 정당성을 정확한 문장으로 서술하는 판결문을 작성할 수 있는 자질과 열성을 갖춘 분들만이 각급 교회재판 기관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기관의 규모는 국가 법원처럼 3인조, 많아도 5인조를 넘기면 안 되지 않나' 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재판부가 지금처럼 일반 목사와 장로 수십 명으로 구성된다면, 그것은 재판관들의 협의나 토론이 아니라 회의의 마당일 수밖에 없다"며 "각 교단에 소속된 변호사 등 인력을 과감히 활용하면 가능할 것이고, 법률가만으로 구성하기 어렵다면 법률가와 비법률가의 혼성 연합체로 구성하거나, 법률가인 자문위원을 재판부서에 부속시켜 실체적·절차적 법률 조언과 판결문 감수 등의 역할을 하도록 하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윤 원장은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은 9년 전 초교파적으로 기독법조인 그룹 및 교회의 지도급 목회자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설립됐고, 몇 년 전부터는 대법원 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는 사단법인으로 개편됐다"며 "현재 서울 소재 고등법원과 5개 지방법원과 업무협약 관계를 맺고 법원에 계류중인 교회분쟁 소송사건을 위촉받아 법원 외 조정의 일익을 맡고 있는 공적 기관으로 발돋움했다. 화해중재원이 발전해 교회분쟁의 평화적 해결기구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후 곽종훈 변호사(법무법인 이경)가 '회의체 방식의 의사결정에 관한 분쟁과 문제점', 김지한 목사(예장 통합 정치부장)가 '교회 분쟁의 화해적 해결에 있어 화해중재원의 역할', 고승환 판사(서울중앙지법)가 '분쟁의 발생과 해결(조정을 중심으로)'을 각각 주제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