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5월 어느 날이었다. 운전 중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날따라 일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젊은 커플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자 아가씨가 입고 있던 짧은 치마가 위로 훌쩍 올라갔다. 아가씨는 깜짝 놀랐고, 그 후로는 손으로 치마를 잡고 걸아가야 했다. 아마 굉장히 불편했을 것이다.

 

날씨도 우리네 인생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인생의 날씨는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인생의 폭풍우가 몰아치면, 마음이 산만해지고 복잡해진다. 감정의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우리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바로 그때를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내면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날 예수님이 변화산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이신 후 동네로 내려오셨다. 그때 큰 무리가 예수님을 맞았다. 무리 중 한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 소리 질렀다. "선생님, 청컨대 내 아들을 돌보아 주옵소서. 이는 내 외아들이니이다(눅 9:38)."

외아들에게 몰아친 인생의 폭풍우를 감당하지 못해, 아버지가 예수님을 찾아온 것이다. "주여, 내 아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그가 간질로 심히 고생하여 자주 불에도 넘어지며 물에도 넘어지는지라(마 17:15)." 아버지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제자들에게 달려가 부탁하기도 했다. 제자들이 해결하지 못하자 다시 예수님께 달려온 것이다. 아들을 고치기 위해서. 아들에게 몰려온 폭풍우를 잠재우기 위해서.

그런데 한 가정에 폭풍우를 몰고 온 존재가 누구인가? '귀신'의 장난이다. "귀신이 그를 잡아 갑자기 부르짖게 하고, 경련을 일으켜 거품을 흘리게 하며, 몹시 상하게 하고야 겨우 떠나가니이다(눅 9:39)."

그렇다. 사단은 오늘도 우리들의 삶을 노린다. 그래서 젊은 시절 사단의 놀음에 놀아나는 실수를 한 적이 있는 베드로가 이렇게 경계한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라(벧전 5:8-9)."

우리 인생을 노리는 사단의 정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영적 안목이 필요하다. 인생의 문제는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니다. 영적인 존재와의 결투이다. 즉 영적인 전쟁이다. "마귀의 간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엡 6:11)."

욥에게 몰아친 거친 폭풍우를 보라. 바로 사단의 농간이 아니었던가. 사단은 믿음의 가정을 가만 두려 하지 않는다. 믿음으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자를 넘어뜨리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영적으로 무장해야 한다. 우리의 생각과 습관이 사단의 놀이개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우를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함께 뭉쳐야 한다. 폭풍우를 잠재우기 위해, 아니 폭풍우를 몰고 오는 사단과 어둠의 영들을 대적하기 위해 온 가족이, 온 교회가, 온 나라가 함께 뭉쳐야 한다. 아버지의 심정으로. 안타까움을 갖고.

폭풍우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게 있다. 사람에게 찾아가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고민하기 전에 폭풍우를 잠재울 수 있는 주님, 사단의 권세를 깨뜨리신 예수님께로 나아가야 한다. 인생의 궁극적인 해답은 주님에게 있으니까. 그래서 폭풍우 때문에 힘들고 고달플수록 주님의 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약 5:13). 복잡할수록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한다. 거기서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입을 수 있으니까.(히 4:16)

몇 개월 전부터 교회를 나오기 시작한 성도가 있다. 나이 45세.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어머니와 둘이 살아왔다. 서로에게 목숨과도 같은 사이리라. 그런데 이들 모녀에게 폭풍우가 몰아쳤다. 딸에게 직장암이 찾아온 것이다.

2013년 대심방 가서 '신앙생활하자'고 권했던 기억이 난다. 마음은 있지만 몸이 불편해서 교회 나가기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올 봄부터 휠체어를 타고 교회를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예배를 드리고 교회를 나설 때 활짝 웃으며 말한다. "목사님, 고마워요. 말씀을 들으면 마음이 평안하고 힘이 생겨요." 이제 그가 직접 쓴 간증문을 소개하려 한다.

"저는 2013년도에 직장암이 발병하여 3년째 투병 중인 송OO입니다. 저의 엄마는 제가 아픈 그날부터 성천교회 새벽기도에 매일 나가기 시작해 지금까지 다닙니다. 투병 중 3번 수술을 했고, 연이은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에 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그래도 엄마 덕분에 성천교회 목사님을 비롯하여 성도님들의 기도로 마음의 위안이 됐습니다. 그리고 권수연 권사님이 전해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매일 내 가슴을 두들겼습니다.

갖은 치료로 제가 힘들어 할 때마다 엄마는 함께 교회 나가자고 저를 설득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지금은 몸도 아프고 인공항문도 달고 있어 남 앞에 나서기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 못 나가니, 나중에 때가 되면 나가겠다'고, 나 자신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치료와 수술은 반복되었고, 세 번째 수술을 하고 나서 왼쪽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왼쪽 하복부에 있는 암세포가 다리 근육신경을 눌러 걷지도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습니다. 이제는 진통제 없이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 좀 빨리 데려가 달라'고 엄마도 울고 저도 울었습니다. 그때 엄마는 저의 손을 잡고 설득했습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먼저 하나님 앞에 나가자." 저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리에 오는 고통이 너무 심하다 보니, 그때 제 마음은 하나님께 내 병을 고쳐 살려 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하나님과 함께하지 못한 나의 죄를 회개하고 구원 받아서 하루속히 하나님 곁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삶에 대한 미련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권수연 권사님의 도움을 받아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너무 아파 주일만 나갔습니다. 오래 앉아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줄까 자모실에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매주 3층까지 송윤화 집사님께서 저를 업어 내리고 애써 주셨습니다. 이렇게 저를 위해 주위 여러분들의 기도와 격려와 목사님의 말씀에 큰 은혜가 오면서, 교회 나오기 전과 다른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제는 주님께 산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저를 위하여 모두들 힘쓰는데 저도 건강해져서 이웃의 도움이 되고 주님께 쓰임 받는 사람이 되고픈 욕심이 생겼습니다. 솔직히 내 모든 것, 주님께 맡겼습니다. '주님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하나님 곁으로 데려가 주셔도 좋고, 살아서 하나님께 쓰임 받게 해 주셔도 좋습니다. 지금 이렇게 하나님 가까이에 있게 허락해 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요즘은 하나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목사님 설교 말씀을 듣고 나면 일주일이 평온합니다. 이젠 주일이 기다려집니다. 집에서도 CTS 기독교방송 매일 듣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상 드라마보다 하나님 말씀 듣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합니다. 제가 사는 동안 세상의 기준보다 하나님 기준에 따라 살 수 있도록,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기를 기도드립니다. 목사님과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님을 사랑합니다. 찬양합니다. 은혜 감사드립니다."

이들에게 몰아친 폭풍우는 이들 모녀를 주님께로 나오게 하는 은혜와 복의 통로였다. 폭풍우 중에도 주님을 만나니 평안과 자유가 있다. 오직 주님만이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