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선교의 계절이 끝나고, 청년들은 캠퍼스로, 직장인들은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선교한국 2014' 대회에서 주목받은 선교 신간들을 중심으로, 일터나 학교에서 '선교'에 대한 관심과 정보를 이어갈 수 있는 도서들을 소개한다.
문화와 선교
손창남 | 죠이선교회 | 256쪽 | 12,000원
<족자비안 나이트>, <직업과 선교> 등으로 호평받은 저자는 '영광스러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을 제안한다. 문화와 선교 간의 관계와 중요성을 다른 많은 책들처럼 학문적 접근이 아닌, 실감나는 경험들을 통해 풍성하게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선교훈련을 받은 후 1990년부터 회계학 교수로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했고, 2001년 한국으로 돌아와 7년간 OMF 대표를 지냈고, 동원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선교한국 2014의 '인기 강사'이기도 했다.
1부는 '타문화의 이해'에 대해 다룬다. 문화는 겉으로 드러난 행동 양식 뿐 아니라 여러 개념과 가치, 신념과 세계관 등을 포함하는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좀 더 쉽게는 '게임의 룰'처럼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자문화 중심주의나 성급한 판단 등 경계해야 하는 일들과 문화 충격, 오랜 시간 타국에서 보낸 선교사들이 본국에서 경험하는 '역(reverse)문화 충격'을 극복하는 방법 등도 제시한다.
2-3부에서는 타문화에서 증거할 복음의 메시지와 선교사(메신저)에 대해 이야기한다. 복음 증거도 결국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성공하려면 메신저가 아닌 듣는 사람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 이처럼 현지 문화에 맞게 복음을 전하는 '상황화'에 있어 혼합주의를 피해 복음의 본질을 전하고, 나아가 문화 변혁을 일으키는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이는 물론 현지인들이 메신저를 받아들여야 가능한 일. 부록으로 선교사의 최대 관건인 '언어' 습득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는 'LAMP'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예수님이 우리 가운데 어린 아기로 오신 것처럼, 선교사도 타문화에서 성육신의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며 "책을 통해 단일 문화권에서 주로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의 타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글로벌 미션 핸드북
스티브 호크·빌 테일러·한철호 | IVP | 388쪽 | 22,000원
미국에서 지난 2009년 출간된 'Global Mission Handbook'을 선교한국파트너스 상임위원장 한철호 선교사가 원 저자들과 협력, 한국교회에 맞게 '상황화'한 도서. 이를 위해 한정국·정민영·문상철 등 한국 선교 전문가 27인이 다양한 주제로 참여했다. 그래서 '핸드북' 치고는 꽤 크고 두툼해졌지만, 타문화권 선교 준비에 있어 고려할 요소들이 빠짐없이 담겼다.
선교사를 꿈꾸는 이들이 선교 사역을 실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준비하도록 '탐구하기-준비하기-시작하기'의 단계로 나누고, '개인 영성 형성', '교육과 후원 모집', '선교사 실습 훈련' 등 10가지 큰 주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철호 선교사는 "선교 헌신자가 선교지로 나갈 것을 결심한 단계에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일들부터, 선교 현장에 갔을 때 적응하고 사역하는 일, 사역을 마친 후 은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며 "그러나 모든 것이 다 준비된 후에 여정을 떠날 수는 없고, 단지 이 책을 공부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라도 실행하는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전했다.
원저자인 스티브 호크와 빌 테일러는 "타문화 선교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솔직히 매우 어렵고, 특히 장기로 헌신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며 "이 길은 길고 꾸불꾸불하며 미지로 가는 순례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인생이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성령과 함께 걷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인생"이라고 격려했다. 개인과 소그룹, 선교단체에서 모두 활용 가능하다.
변화하는 세상 변함없는 복음
레슬리 뉴비긴 | 아바서원 | 284쪽 | 13,000원
남인도 선교사이자 에큐메니칼 지도자로서 <교회란 무엇인가>,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이상 IVP)>, <죄와 구원(복있는사람), <타당한 확신(SFC)> 등을 쓴, 20세기 최고의 선교사상자 중 한 사람인 저자가, 영국 홀리트리니티브롬턴(HTB) 신학교에서 1994-1995년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엮었다.
저자는 책에서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 등 갖가지 '선교적 도전'들에 대해 강력하게 변증한다. 특히 비그리스도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하나의 수수께끼가 아니라, 현실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견지에서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의 '수수께끼를 푸는 해답'임을 설파한다. 인생의 기원 내지 만물의 원초적 실재가 폭력과 싸움으로 점철된 권력투쟁이 아닌, 사랑과 축복으로 가득한 교제임을 의미한다는 것.
2부 '신앙과 교리'에서는 데카르트 이후 서구 사회가 의심과 과학에 의한 '객관성'이라는 신기루와 착각에 속고 있음을 통렬하게 지적하고, 우리의 앎이 존재와 별개의 것이 아님을, 그리고 이분법을 넘어 하나님의 성육신을 통한 진리의 깨달음의 세계를 안내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창조와 구원, 교회와 종말은 새롭게 정의한다. 3부에서는 죽어가는 문화에 복음적인 지식의 틀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선교사 바울
에크하르트 슈나벨 | 부흥과개혁사 | 664쪽 | 30,000원
<초대 기독교 선교>로 잘 알려진 저자는 책을 시작하면서 중국 선교사 출신 롤런드 앨런이 귀국 후 바울의 선교방법에 대해 1912년 저술한 <바울의 선교 vs 우리의 선교(IVP)>를 언급한다. 100년 전(1912년) 나온 이 책에서 앨런은 선교단체들과 선교사들에게 방법과 태도를 바꾸도록 촉구할 목적으로 바울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한다. 당시 선교사들이 인종적·종교적 교만과 원주민의 독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패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
저자는 "이 책은 모든 면에서 앨런의 저작을 갱신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관련 있는 신약 본문들을 이전보다 더 자세히 읽고, 바울의 선교 사역에 영향을 끼친 그리스-로마 세계의 실재에 더 정확하게 주목하자는 제안"이라며 "자신의 목회 및 선교 사역의 목표와 방법을 바울 사도의 선교 사역에 비추어 평가해 보도록 촉구할 목적이 있다"고 썼다.
책은 사도 바울의 선교 사역과 선교적 메시지 및 방법·목표, 바울 서신에 따른 선교적 과업 등을 분석한 후 21세기 선교 사역의 과제를 제시한다. 현대 문화와 교회의 특징들도 바울의 사례와 비교해 평가한다. 선교 사역자들이 '초심'을 점검할 수 있는 통찰들로 가득하다.
무슬림의 생활 지침서 하디스를 읽다
필 파샬 | 죠이선교회 | 340쪽 | 15,000원
50여년간 아시아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사역해 온 저자는 우리의 '성경' 격인 이슬람의 꾸란 외에 '하디스'에 주목한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언행(수나)에 대한 기록인 이 하디스는, 제목처럼 무슬림들의 '생활 지침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산상수훈'이나 교리서 정도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꾸란과 마찬가지로, 무슬림에게 하디스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이는 무슬림 신앙의 '전제'로, 이를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은 알라를 모독한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무슬림에게 증거를 제시할 때 하디스 구절을 활용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며, 물론 민감하게 사용하고 결코 조롱하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면서 "그러면 무슬림들은 매우 놀라며, 당신이 하디스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에 오히려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여러 하디스 모음집들 중 가장 권위 있다고 알려진 알-부카리 선집에 따라 꾸란, 구원, 무함마드, 기도, 금식, 지하드와 폭력, 지옥, 낙원, 예수, 무함마드의 아내들, 음식 등 21가지 주제들을 해설해 준다.
무슬림 사역을 꿈꾸는 이들 또는 국내에 부쩍 늘어난 무슬림들과 자주 만날 기회가 있는 이들이라면, '지피지기(知彼知己)'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에 흔치 않은, 하디스 관련 서적이다. SIM선교회 소속인 저자는 <십자가와 초승달>, <무슬림 전도의 새로운 방향>, 「Bridge to Islam」, 「Beyond the Mosque」 등을 저술했다.
현대 선교의 프레임
안승오 | CLC | 264쪽 | 12,000원
필리핀 선교사 출신으로 <현대 선교학 개론>, <현대선교의 핵심주제 8가지(이상 CLC)> 등을 쓴 저자가, 현대선교의 구조를 7가지 요소로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에큐메니칼 선교신학을 중심으로 선교의 ①개념 ②목표 ③방법 ④내용 ⑤주체 ⑥대상 ⑦우선순위 등 기본이 되는 요소들을 설명한다.
저자는 선교의 방법만을 고민하던 이전과 달리, 1960년대부터 선교에 대한 개념이 다양화되면서 기본적인 사항마저 혼란이 발생해 효율적인 선교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독교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실천 과제 중 하나인 '선교'의 이 같은 불명확성을 극복하고, 특히 한국교회의 역동성 회복과 성장을 위해 선교의 기본 틀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책은 로잔 언약 이후 복음전도와 사회참여가 조화를 이루는 '통전적 선교'보다, '에큐메니칼 선교'를 강조하면서 '전통적 선교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다 보니 '선교의 개념'에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나 해방신학이 주로 소개되고, 자연스럽게 선교의 목표는 전통적 선교에서 강조된 '회심'은 배제된 채 인간화와 JPIC(정의·평화·창조질서 보존), 화해와 일치 등이 나열되고 있다.
이들 도서 외에도 선교한국 2014 대회에서는 '대회의 책'으로 <하나님 백성의 선교(IVP)>, <무슬림 기적이 되다(예수전도단)>, <이름없는 선교사들의 마을, 블랙마운틴을 찾아서(홍성사)> 등이 선정됐으며, 대회 마지막 날 <선교사처럼 살라(토기장이)>가 소개돼 현장에서 '완판'됐다.
또 현장에서는 <하나님의 선교를 열망하라>, <어느 이슬람 여인의 회심(이상 좋은씨앗)>, <나귀의 순종(홍성사)>, <세계 교회의 미래(IVP)>, <죄와 구원>, <열방에 빛을(이상 복있는사람)>, <로고스호프 이야기>, <세계화에 맞서는 기독교적 증언(이상 새물결플러스)>, <믿음은 행동이 증명한다(아바서원)>, <기독교 문명 운동사(예수전도단)> 등이 특별도서로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