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서재
코넬리우스 플랜팅가 | 복있는사람 | 226쪽 | 11,000원
지난 2003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설교를 위한 독서 세미나'를 열고 있는 저자는, 책에서 목회자들을 향해 "(설교에 세속의 불순물이 섞일까) 두려워 말고, 작가들이 안내하는 다양한 세계에 발을 담그라"고 권한다.
저자는 설교에는 기초가 되는 성경과 두꺼운 신학서적들 못지 않게 (좋은) 소설과 시, 전기, 심지어는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의 기사들까지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창조적 설교'에 유익이 되는 '일반 독서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면서 목회자들을 향해 "죄책감 없이 이런 독서를 즐기라"고 말한다.
"성경 본문을 설교하는가, 아니면 복음을 설교하는가?" 1장부터 도발적인 질문이 시작된다. 저자는 둘 중 어느 것이 맞다고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어느 쪽이든, 설교자는 다른 신자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자'이며, 좋은 설교가 지니는 힘은 이러한 설교의 진정성에서 나오기도 한다는 입장이다. "진정성 있는 설교는 설교자가 인격적으로 헌신한 설교다." 독서는 은혜의 복음을 더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말씀으로 만드는 도구이지, 세련미와 품위로 설교자나 청취자의 지적 요구를 만족시키려는 행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독서는 효과적인 설교를 위한 장치인 '예화'에 많은 자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저자는 예화를 '찾기' 위한 독서가 아닌,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기 위한 차원의 독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독서를 통해 기른 생각의 힘은 주변 일상에서 '설교의 소재'를 얻을 수 있는 관찰력과 주의력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 설교자들이 언제까지나 찾아 헤맬 '창조적이고 신선한 또는 마음을 감동시키는 예화'는 이렇게 탄생된다. 단, 주어진 상황을 고려하면서 어떤 예화를 어느 만큼 적용해야 할지 바르게 판단해야 하고, 성령의 임재를 구해야 한다.
'목회자'라는 제한된 삶을 사는 설교자에게 독서는, 특히 '삶의 다양성'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교회에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 같은 이야기도 제각각 다르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설교자는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하고, 이 복잡다단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 선하시지만 예측할 수 없는 하나님을 올바르게 증거할 지혜를 얻어야 한다.
"설교자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사실이 아닌지에 대한 인식을 뒤흔들어 놓고, 세상에 임한 하나님의 전능한 손길에 대해 온통 궁금증을 품게 만들어야 한다. 성경은 초자연적인 하나님께서 행하신 창조와 구속의 초자연적 이야기가 담긴 초자연적 책이다. 초자연적 이해와 기대가 없는 설교자는 실망스러울 만큼 말라빠진 하나님에 대한 쩨쩨한 복음을 설교하는 데 그칠 것이다."
저자는 독서의 중요성 뿐 아니라 설교에 있어 화법이나 서사 구조, 단어 선택 등을 조언하기도 한다. 또 '지혜의 창고'인 성경 다음 가는 '중량급 지혜'를 독서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경험담도 전하며, '죄와 은혜'에 대한 개념들이 흐릿해진 이 시대에 우리가 읽었던 책들만큼 이를 설명하기 좋은 도구가 없음도 피력하고 있다.
굳이 설교자가 아니라도 부담이 가질 않는 내용들이다. 읽고 나면, 이 책 자체가 '독서의 유익'을 보증하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독서량이 쌓이면 이렇게 매혹적 글쓰기도 가능해진다는 말일 테니.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나 <에덴의 동쪽>,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 등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고, 이외에도 영미권 위주의 책이긴 하지만 저자가 진행했던 독서 프로그램 도서 목록들을 열거해 놓았다.
책은 저자의 '워필드 강좌' 강연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원제는 'Reading for Preac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