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만나는 친구 목회자들을 보면 볼 때마다 흰 머리가 늘고 주름이 깊어가는 듯 싶다. 비단 나이가 있는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젊은 목회자들도 그러하고 목회가 어려워 힘들어 하는 분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름 목회를 잘 하고 있는 목사님들도 그러하다. 그럴 때마다 목회자들은 말없이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등을 쓰다듬어 줄 뿐이다.
이심전심이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애환을 아는 까닭이다. 목회란 참으로 영광스런 일이다. 피조물인 인간이 감히 하나님의 동역자가 되어 주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그래서 예전에는 목회를 성직이라 하여 특별히 귀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 으론 허물많은 인생이 주의 일 곧 하나님의 일을 하다 보니 그 어느 일보다 자신의 부족과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나 자신도 하나님 앞에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인생이 하나님의 일 즉 성직을 맡아 감당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이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목회자들의 모습 속에는 언제나 한 줄기 그늘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 한 줄기의 그늘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사역과 지극히 유한한 인간의 한계라는 괴리 속에서 많은 목회자들이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좌절, 겸손, 아쉬움, 안타까움, 미안함 등이 어우러져 있는 마음이다.
물론 때론 하나님의 은혜가 파도처럼 밀려와 감격과 기쁨이 넘쳐나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목회자들에게는 그런 아쉬움, 안타까움, 미안함이 훨씬 더 많다. 연초부터 비전 센터 건축을 추진해 오는 과정에 나로선 계속되는 하나님의 은혜의 파도를 체험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건축을 결단하긴 했지만 일단 당회가 오랜 연구와 기도 끝에 결단을 내리자 온 교회가 너무나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교회 내의 모든 절차가 압도적인 지지 하에 일사천리로 끝나고 우려했던 헌금도 성도들이 너무나 기쁘게 동참을 해 주셨고 하우스 하나를 처분하는 일도 최선의 결과가 나왔다.
이 모든 일들이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 한 주 한 주가 쾌청한 날씨처럼 은혜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또 지난 몇 주간은 왠지 모르게 다시 목회자의 본래 자리인 겸손, 아쉬움, 미안함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많았던 시기였다. 영적 기상도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바뀐 듯했다. 변화산의 베드로처럼 여기가 좋사오니 하고 은혜의 자리에 영원토록 머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베드로가 그 은혜의 산에서 현실로 내려가야 했듯이 목회자도 목회의 현실로 다시 내려와야만 하는가 싶다.
그래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죄송한 마음으로, 부끄러운 마음으로 주님 앞에 엎드렸다. 그러자 또 다시 맑은 하늘이 보인다. 그러고 보면 하나님께서는 목회의 기상도에도 고기압과 저기압을 적절히 배합하셔서 목회자든 성도든 날마다 십자가를 더욱 더 간절히 소망하게 하신다. 참 신비하고 오묘하신 주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