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환
(Photo : 기독일보) 최윤환 목사.

두 사람 팔 벌려 안을 만큼 네모 높은 기둥에 아로새긴
암각 글씨의 모세기둥.
두 사람 키만 한 돌 원판이 굴러 있어, 모세 무덤에 덮였었다던 돌덩이.
산정의 산안개 바람소리에 휘감겨, 흙 둔덕에 세워져 있어서,

그 바람 속으로 나, 휘 감 키어, 저 아래 쪽
어지럽게 돌담 아래의 방향 돌판 앞에 선 다.

산자락 넘어, 넘어 타고 아물 거리는 북쪽은 시리아
하늘과 파란 물이 아지랑이 엉켜 가물거리는 서쪽은 사해
구름아래 아득한 남쪽 또 산봉우리 넘어 로는
아마도 시나이 반도 동쪽으로 갈라진 아카바 만(灣)이, 아닐 가

흙 단 서너 개 언덕 위에 놋 기둥 높이에 배암, 철 조형(造型)이
휘 감 켜 하늘에 닿아,
저 곳 올려다보아서야, 살 수 있는
힘 찬 지팡이 끝자락, 모세의 백성 인도하는 지휘지팡이였었는데,

낮 달 막 한 지붕 아래 흙 담
교회당 안으로 들어선 다.
그 옛적 옛날 예배하던 흙 돌 제단, 서 너 단
왼편 바닥 가득
상형문자 닮은 에덴의 선악과 나무그림
짐승들의 모세 당시의 象形圖形 그림들 펼쳐져서
未知의 의미를 담아 있을 터인데,

정면에 윗 쪽으로, 자그만 히 열린 천정 들창 넘어 로
神秘의 비쳐드는 그 큰 하늘 빛 아래
創造의 言語를 그 누가 어찌 깨달을까.
아주 아주 자그마해진 나는, 어느 사이 무릎을 꿇어
祈禱의 손을 합친 다.

아무래도 내 힘으로는 生命의 神秘를 알 수 없어
걸어 온 구비 구비 굴곡의 生涯 발걸음들마다도
秘密의 속내를 알 수가 없어,
오늘의 육신 호흡 신비에 대하여서는 더더욱, 알 수 없어
장차 의 열리 울, 間 人間 관계 얽힘에는 그 나마, 더 알 수가 없어
山間 허물어져 내려 드는,
이, 한 아름 몸 무계에 눌려 안고서, 주저앉은 나의 祈禱여_

그 山頂, 말 그대로의 꼭대기 비탈은 그날도 세찬 바람이 회오리 쳐 돌고 있었습니다. 모름지기 그 옛 옛날에도 같은, 아니 더 세찬 바람이 불어치고 있었으리라고 마음 다짐어 보았습니다. 생각하면 노련한 늙으스레, 80년 세월을_ 저 불타 내리는 사막 열사의 모래 밭 긴 40년 旅路에서도 대군의 백성과 군사를 이끌어 내, 홍해바다 파도를 신의 힘을 받아, 갈라내고, 사막의 바위를 처 쓴물과 단물을 터 내고, 시내 산 절벽에서 하나님의 번개 빛을, 수건으로 얼굴 덮어서라도 살아남아, 십계명 판을 받아 내고, 反撥하는 백성들을 배암 기둥으로 지휘하며, 바위 돌바닥 같은 마음 판 사람들 즉 에돔, 그리고 모압 군사들을 장장 흩어 내버리며, 암몬까지 戰場과 戰場을 휘둘러 찾아올라 온 <느보>땅, 이제는 허연 백발의 승승장구해 온 老將으로, 더 이상에 前進에 있어서는 마음을 접어, 이 하나님의 백성들을 이끌어 내갈 비장(裨將)의 능력을, 다음 세대로 물려 줄 줄 아는 늠름한 老將의 눈길은, 저 요단 강 건너, 젖과 꿀의 고장 가나안 땅을 눈 아래 멀리 바라보며, 하나님의 사람 <여호수아>의 어깨에 넘겨주는, 이 파란만장의 牌將 모습을, 이 뜻 높은 <느보> 山頂에 올라서서, 마음 가득히 채워 새겨 보았습니다.

사람은 단련해 온 자신의 사역의 어깨 앞에서도 모세처럼 겸허하고도 그 늠름하게 끝을 맺어 내는 결단과, 아무리 거대한 대 과업이라 했어도, 하나님의 뜻을 받아서_ 다음 사역할 사람에게 다듬어 옮겨 주는, 저 대범하고 든든한 마음자리가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사람은 마음이 커져야 합니다. 앞 쪽을 향하는 예리한 안목에 노련해야 하고, 아무리 인간의 자기 공력이 대단하였다 혼자 생각하더라도 이를 뒤 엿보면서, 지난날의 자랑만 해대며 살아가는 졸부가 아니라, 앞날의 大槪를 펼칠, 마음 넒은 하나님의 사람을 찾아내는 안목을 다시 겸허하고 깊은 신앙 안에서 찾아 내 가질 수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이런 대역사의 앞날의 과업 앞에서도 졸렬하거나 자기 이해타산에 끝날 까지 편집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언제나 묵묵하게 대범하고 무엇보다 더 겸허한 자신 몸자세를 지켜 내어, 안으로는 아무리 불어쳐 오는 저 세찬 바람결 앞에서라 해도, 깊이 훈련된 신앙에 젖어 다듬어져 있어서, 어디까지나 추호도 흔들림 없는 나 스스로 진지하게 오늘의 현실 직시와 또 앞날을 바라 볼 수 있는 슬기를 갖추어 가질 것을, 나 자신부터 다시 되 다짐하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