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트랜스젠더 군인 복무 제한 정책에 대해 일부 제동을 걸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워싱턴 D.C. 순회항소법원은 1일 판결에서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가진 현역 군인을 군에서 배제하는 정책의 시행을 막은 하급심의 예비금지명령을 유지했다. 다만 트랜스젠더 지원자의 신규 입대를 제한한 정책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향후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27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행정명령을 통해 "개인의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성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은 군 복무에 요구되는 엄격한 기준과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은 또한 "성전환 관련 의료 조치뿐 아니라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성 정체성을 채택하는 것 자체가 군인에게 요구되는 명예와 진실성, 규율 있는 삶과 충돌한다"고 규정했다. 

이후 미 국방부는 성별 불쾌감 진단을 받았거나 관련 병력이 있는 군인을 전역 절차에 회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현역 트랜스젠더 군인들과 입대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은 "해당 정책이 미국 수정헌법 제5조가 보장하는 평등보호 원칙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로버트 윌킨스(Robert Wilkins) 판사는 원고 측 주장에 상당 부분 동의했다.

윌킨스 판사는 "국방부 정책은 임의적이며 적대감에 기반하고 있다"며 "원고들의 법 앞의 평등 보호를 받을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부가 현역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안보에 어떤 피해를 초래하는지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은 "원고들은 합산 130년 이상의 군 복무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80회 이상의 표창을 받았다"며 "정부는 이들이 군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항소법원은 아직 복무 중이 아닌 트랜스젠더 지원자들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신규 입대를 원하는 원고들이 일정한 권리 침해를 주장할 수는 있지만, 이미 군 복무 중인 군인들이 겪는 피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윌킨스 판사는 "입대를 희망하는 원고들은 본안 소송이 끝난 뒤에도 충분한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역 군인의 강제 전역은 당분간 중단되지만, 신규 트랜스젠더 지원자의 입대 제한은 계속 유지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은 2대 1로 내려졌다. 주디스 로저스(Judith Rogers) 판사는 다수 의견에 동참하면서도 "트랜스젠더 지원자들의 입대 제한 역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저스틴 워커(Justin Walker) 판사는 일부 반대 의견을 통해 법원이 군사 정책 결정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커 판사는 "군대는 민간 사회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헌법적 체계를 가진 조직"이라며 "군 구성과 관련된 정책 판단은 궁극적으로 행정부와 의회의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은 오랫동안 군사적 판단에 상당한 존중을 보여 왔다"며 "이번 결정은 그러한 전통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둘러싼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현역 트랜스젠더 군인들은 당분간 복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신규 입대 문제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행정부가 추가 상고에 나설 경우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에서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