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UN 유엔)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유엔에 내야할 분담금을 제때 내지 않은 게 원인이라는 데 유엔이 벌여온 평화 유지 활동과 인도주의 임무 실천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 

유엔의 재정적 위기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분담금 42억800만 달러(약 6조 4500억 원)을 내지 않은 데다 중국까지 상습적으로 납부를 지연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은 국제 분쟁 해결 등 본연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미국의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해 왔고 중국 또한 정치적인 계산으로 분담금 납부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 

결국 유엔 사무국은 직원 3000명을 감축하고 일부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긴축에 들어갔다. 또 아프리카 분쟁 지역의 병력 일부를 축소하고 평화유지군 활동비용도 삭감하는 등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유엔 본연의 임무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전 세계 분쟁지역의 평화유지 임무와 세계식량계획(WFP)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인도주의 사업의 중단이 불가피할 거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의 열쇠는 미국이 틀어쥐고 있다. 미국은 현재 분담금 납부를 전제로 유엔의 조직 개편과 정책 변화를 요구한 상태다. 미국이 지난 1월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유엔인구기금(UNFPA) 등 유엔 관련 기관 31곳을 포함해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한 데서 보듯이 더 이상 유엔의 호구 노릇을 하지 않으려는 심사인 거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상징해 온 전 세계 국가들의 연합체다. 76년 전 북한 공산집단의 기습 남침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우리니라는 당시 유엔 산하 16개 국가병사들의 숭고한 희생 덕에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런 우리의 입장에서 유엔이 처한 오늘의 상황에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지금의 유엔은 그 때의 유엔이 아니다. 덩치가 커지면서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노골적인 패권주의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등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다. 유엔 사무총장이 전 세계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으나 유엔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금전적인 수혈만으로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다. 전 세계 도처의 분쟁의 구경꾼노릇이 아니라 해결사의 위치에 서는 게 유엔이 해야 할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