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우 변호사
(Photo : 천관우 변호사)

최근 미국 이민 사회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지침이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5월 21일, 미 이민국(USCIS)은 일선 이민 심사관들을 대상으로 미국 내 영주권 신청(신분 조정·AOS)을 엄격히 제한하는 원칙을 담은 심사 지침 메모를 하달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영주권 취득 과정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고, 편법적인 신분 변경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이민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 체류 신분을 변경하고자 하는 한인 및 이민자 사회가 반드시 유의해야 할 이번 지침의 핵심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1. 신분 조정(AOS)은 '권리'가 아닌 '예외적 구제책'

이번 지침의 가장 뼈대가 되는 원칙은 영주권 신청 시 '영사 수속(Consular Processing)'이 기본이라는 점입니다. 미국 이민법의 본래 취지는 신청자가 본국에 위치한 미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거쳐 비자를 발급받고 입국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 이민국을 통해 영주권으로 신분을 변경하는 I-485 신분 조정은 신청자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이민 당국의 '행정적 배려이자 예외적인 구제책(Extraordinary Relief)'에 불과함을 명확히 했습니다.

2. 비이민 비자 목적 위배에 대한 엄격한 단속

이민국은 유학생(F), 임시 근로자(H/L 등), 관광객(B) 등 단기 방문 비자 소지자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할 방침입니다. 이들은 미국에 '단기간 특정 목적'으로 입국한 것이므로, 입국 자체가 영주권 취득을 위한 첫 단계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영주권 신청이 거부된 후 미국 내에 숨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막고, 애초에 본국으로 돌아가 합당한 비자를 받아 오도록 유도하겠다는 목적입니다.

3. 심사관의 재량권 확대와 깐깐해진 심사 기준

이민 심사관들에게 내려진 구체적인 지침을 살펴보면, 향후 신분 조정 심사가 얼마나 까다로워질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전면적 재량 심사: 신청자가 단순 자격 요건을 갖추었더라도 기계적으로 승인하지 않으며,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저울질하여 심사해야 합니다.

부정적 요인의 엄격한 검토: 과거 이민법 위반이나 비자 조건 위반 행위, 허위 진술 및 서류 위조 이력은 매우 치명적입니다. 특히 관광 비자로 입국 직후 영주권을 신청하는 등 입국 당시 영사나 이민관에게 밝힌 목적과 상반되는 행동을 한 경우 엄격한 제재 대상이 됩니다.

탁월한 긍정적 사유 입증 책임: 부정적인 요인이 단 하나라도 존재할 경우, 신청자는 이를 상쇄할 만한 '이례적이거나 탁월한 인도적 사유(Unusual or Outstanding Equities)'를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부정적 요인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영주권이 자동 승인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거절 사유서: 심사관이 재량권을 이유로 영주권을 거절할 때는, 어떤 요인들을 비교하고 평가했는지 거절 사유서에 서면으로 상세히 명시하도록 하여 심사의 실효성을 높였습니다.

4. 이중 의도(Dual Intent) 비자 등 예외 규정

물론 예외는 존재합니다. 취업비자(H-1B)나 주재원비자(L-1)처럼 법적으로 단기 체류와 이민 의도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이중 의도(Dual Intent)'가 인정되는 비자 소지자가 신분 조정을 신청하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심사관의 재량권 심사에서 무조건적인 자동 승인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민국은 일반 단기 체류자의 신분 조정을 제한하여 아낀 행정 리소스를 강력 범죄 및 인신매매 피해자 구제(T/U 비자), 시민권(귀화) 신청 처리 등 본연의 우선순위 업무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철저한 대비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

이번 이민국 메모는 단순한 내부 지침을 넘어, 미국 내 신분 조정에 대한 이민 당국의 잣대가 근본적으로 보수화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앞으로는 서류상의 자격 요건을 맞추는 것을 넘어, 최초 입국 의도의 순수성과 체류 기록의 합법성을 완벽히 증명하는 것이 영주권 승인의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체류 신분 변경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섣부른 신청보다는 사전에 본인의 이민법적 히스토리를 철저히 점검하고 보수적인 접근을 취해야 할 때입니다. 변화하는 심사 기준의 파고 속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꼼꼼한 대비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