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0년의 목회를 또 다시 한번 기꺼이-
-장로님들이 잘 세워지면 교회는 흔들림 없어-
지난 20년간 펼쳐진 사역만큼 하게 하신다면 "앞으로 20년의 이민목회를 또 다시 한번 기꺼이 순종하며 열심히 해봅시다! 자아, 하이 파이!!" 이것은 지난 9월 동북아시아 선교를 가기 전에 아내와 함께 나누었던 하나님 앞의 다짐이었다. 조선 팔도에서 온 온갖 상처와 아픔을 가진 채, 언제 터질줄 모르는 시한폭탄을 각자 한두 개씩 가지고 살아가는 Korean-American이민목회가 뭐 썩 보람되고 항상 유쾌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난 20여년간의 이민자들을 위한 목회가 과분한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 이루어졌고, 그저 하나님 앞에 감사할 따름이다.
한사랑장로교회(MD)가 12월 15일 오후 2시에 11년 만에 첫 장로를 안수하여 장립하며, 자체당회를 가진 조직교회로 선포하는 예배를 드리게 된다. 흔하디 흔한 존재가 목사요 장로이지만 사역의 특성상 6개월에서 길어야 3년 남짓 머물다 떠나는 특수목회를 해오면서, 장로교회이지만 아직까지 자체 장로를 세우지 못하였는데, 그 동안 노회에서 목사와 장로들이 파송받아 당회의 역할를 충실히 감당해주셨다. 어쩌면 당회원 각자가 섬기는 본교회 못지 않게 한사랑장로교회 사역과 목회자에 대하여 사랑과 애착을 갖고 협력하며 충성되게 섬겨주셨기 때문에, 부족한 내가 이민특수목회 사역을 이 정도 할 수 있었고, 훌륭한 당회원들과 성도들의 헌신된 봉사와 섬김으로 지난11년 동안 꾸준히 볼리비아에 11개의 교회와 원주민목회자 사택을 지을 수 있었으며, 여러나라에 원주민교회지도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선교를 계속해오는 등 참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통과 흐름을 이어받아, 금번에 첫 자체 장로로 세움을 받은 박방원 피택장로님은 췌사픽신학대학원 상담학 과정을 수 년간 공부해 왔는데, 남다른 영혼구원의 열정을 가지고 전도사역과 상담사역에 헌신하는 분이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금번에 우리교회의 첫 장로장립과 조직교회 선포예배를 준비하면서 나와 함께 동역한 당회원들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들은 연방정부 고위관료요, 군 고위 장교출신이요, 오랜 경륜이 있는 목사와 장로로서 참된 영성과 섬김의 본을 보이는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시지만 기꺼이 '나의 바나바'가 되어주셨고, 언제나 필요할 때면 기동성 있게 대처해주셨으며, 모든 목회 사역과 선교사역을 감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뒷받침하여 주셨다.
Charlie Morrison 목사님은 Naval Academy와 Covenant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고위급 장교출신 목사인데도, 처음 시작부터 은퇴하여 Georgia주 Savannah로 이사갈 때까지 10년 2개월 동안 친근하면서도 겸손하고 충실하게 섬겨주셨다. 공군 파일럿 출신인 Douglas Johnson 장로님은 지금까지 10여년간 당회서기로 모든 교회 서무와 노회 및 총회와 관련된 모든 업무 등을 충실히 잘 감당해주셨는데, 지난 주 75세가 되셔서 이번에 장로가 세워지면 내년부터 2선으로 물러날 생각을 하고 계신다. 최근 두어 달 동안 몸이 많이 아프셔서 마음이 안타깝고 애잔한 생각이 들어서 아침 저녁 수시로 장로님이 빨리 완쾌해지기를 기도하고 있는데, 언젠가 함께 한국도 같이 모시고 가고, 볼리비아에 일구어진 선교 현장도 직접 가서 보시게 하고 싶다. 장사무엘 장로님은 Westminster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 학위까지 마친 분으로서 수년간 나의 설교 통역을 감당하여 주셨고, 고 Gale Jahng 사모님은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아울러 섬겨주셨다. 장로 한분 한분들이 그냥 파송받아서 꾸어온 장로님(borrowed session)들이 아니라 자신의 교회 못지 않게 사랑과 선교열정을 가지고 헌신하여 주셨고, 목회자를 끔찍히 아끼며 돌봐주었기에 여태까지 이런저런 사역들을 잘 감당할 수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다.
강창욱 장로님(정신의학 박사, 전 췌사픽신학대학원 이사장)은 정신의학자로서 바쁜 업무와 일정 가운데서도 당회원으로 수고하여주실 뿐 아니라 볼리비아에 교회를 짓던 초창기에는 세운 교회마다 전도된 성도 수 만큼 성경을 받아볼 수 있도록 스패니쉬 성경을 공급하여 주시므로 선교사역에 큰 도움을 주셨다.
한사랑장로교회 당회는 일년에 적어도 6-10번 정도 당회 모임을 자주 가졌는데 그럴 때마다 서 너 시간은 기본이었다. 왜냐하면 함께 말씀을 나누며 경건의 시간을 가진 후, 당회 업무를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성도들 한명 한명을 다 점검하고 그들의 영적 상태를 놓고 기도하였고, 펼쳐진 수 많은 해외 선교사역과 지역 전도사역 등 기도제목을 놓고 꼬박꼬박 점검하고 간절히 기도하였기 때문이다. 그 중에 잊지 못할 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9년 2월 5일 저녁 목요일 6시부터 당회가 시작되었다. 당회원 중에 연방정부산하 고위관료였던 고 John Spearga s장로님은 당시 온 몸의 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암에 걸려서 오랜기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던 때였었는데, 나는 당회장으로서 회의를 진행하면서 "요즘 봄기운이 돌면서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당회원 중에 감기 든 사람이나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은 그냥 가셔도 좋다"고 거듭 말씀드렸다. 물론 John Speargas 장로님을 염두해 두고 말했었다. 그런데 Speargas 장로님은 밤 10시가 넘도록 진행된 당회에서 끝까지 같이 참여하면서 '교회를 위해서, 성도들을 위해서, 곧 있게 될 나의 선교여행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며 이 땅에서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순간이었고, 여섯명의 당회원이 있으므로 투병을 이유로 안 나오셔도 되고, 몸이 편찮으시므로 먼저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먼저 들어가셔도 되는데도, 당회원으로서 끝까지 사명을 다해 헌신해주신 것이다. 지금도 그 맑은 눈동자에 선한 양심을 가지고, 그 당시 우리 교회의 하던 모든 일들을 즐거워하며 도우시던 그분을 생각할 때마다 감격의 눈물이 나곤 한다.
그런 후 2주 남짓 지난 후 2월 21일 토요일 저녁에 Speargas 장로님은 주님 품에 영원히 안기셨고, 나는 그분의 마지막 장례예배도 참여하지 못한 채 그해 2월 23일 저녁부터 Bolivia 장로교 신학대학원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기에 눈물을 머금으면서 선교여행을 떠나야만 했었다. 사실 모든 분들이 그토록 당회원으로 충실하였고 헌신적으로 섬겨주셨다.
다섯개의 외국어를 능통하게 잘하며 현재 국무부의 고위관료로 일하고 있는 Dave Borch장로는 앞으로도 원한다면 Guest Ruling Elder로서도 한사랑장로교회의 당회를 계속 섬기겠다고 의사표명을 함으로써, 앞으로도 한사랑장로교회 당회에 참석하여 계속 협력하게 될 것 같다.
많은 목회 사역자들이 2-3년 혹은 3-4년만 되면 위치가 흔들리고, 잦은 분쟁과 혼란을 겪는 것을 가까이서 보아오면서 나는 새삼스럽게 "당회원들이 바른 말씀 신앙에 분명하게 서 있고, 헌신된 자세로 겸손하게 섬겨주신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교회가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회자의 영적지도력도 중요하겠지만, 장로님들이 성숙하게 잘 세워진다면 어떤 풍파와 시련과 위기도 끄떡없이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동안 우리 당회를 섬겨준 분들을 통해서 깨닫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한사랑장로교회가 교회 크기에 비해 많은 선교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던 배경은 교회와 사무실을 무료로 사용하면서도, 교회의 모든 시설물을 마침 주인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 미국교회(Severn Run EP Church)의 Arch Van Devender 목사님과 성도들의 선교적 마음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증거하고 싶다. 지난 11년 동안 매주 주일마다 친교 시간에 김치와 된장국, 삭은 열무 김치와 육개장, 꼬리곰탕은 물론 온갖 자극성 있는 한국 음식을 교회에서 다 해먹고 우리가 맡아도 싫은 냄새를 그토록 피워도, 음식문화의 차이로 이해하고 관용해온 청교도 신앙의 후예들인 미국성도들의 성숙함이 무엇보다 돋보였고 감동을 주었다. 참고로 이 교회는 성도들이 각자 가진 건축에 대한 은사를 드려서 손수 지었는데, 입당 후 2년후부터 한사랑장로교회와 더불어 사용해왔다. 그들은 "하나님의 교회를 Korean 형제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늘 말하곤 한다.
나는 지난 20여년의 목회와 선교 등 여러 면에서 하나님의 과분한 은총을 받으면서 여기까지 목회해 왔던 것 갔다. 그 큰 은총을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 "천하고 무능한 나에게도 귀중한 직분을 맡기셨다 그 은혜 고맙고 고마와라 이 생명 바쳐서 충성하리" 찬송가 378장이 지난 35년간 나의 18번지 찬송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크고 커서 스트레스 받을래야 받을 수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은총 앞에서 그저 시시하고 하찮은 일들일 뿐이다.
성도들을 사랑해야지 미워해서는 안돼지만, 하나님의 그 크신 구속의 은혜와 사랑 때문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여태까지 수고하고 헌신했던 '나의 바나바'같은 장로님들과 목사님들을 언젠가 여건이 되면 한국 구경 한번 시켜드리고 싶고, 그 동안 하나님께서 한사랑장로교회를 통해서 일구어논 선교지를 모두 모시고 가서 보여드렸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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