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십계명
백금산 글 | 김종두 그림 | 부흥과개혁사 | 282쪽
'만화'라고 하면, '아이들이 읽는 책, 깊이 없는 책...' 등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릅니다. 시각 중심의 세상은 글씨로만 되어 있는 책보다 디자인이 예쁘고 컬러풀한 그림까지 곁들인 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만화를 통해 영적 의미를 전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책이 다른 만화로 된 신앙서적과 다른 점은, 간단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겁니다. 신학서적만큼 깊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깊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저자는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도신경은 우리가 믿는 믿음의 요약, 십계명은 우리가 행해야 하는 행동의 요약, 주기도문은 우리가 바라야 하는 비전의 요약이다." 그래서 사도신경은 기독교 신앙(믿음)의 핵심이고, 십계명은 기독교 윤리(사랑)의 핵심이며, 주기도문은 기독교 비전(소망)의 핵심이라는 것이고, 기독교 신앙생활의 3대 지침서, 기독교인의 3대 보물이라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사도신경, 주기도문, 십계명은 초대교회 때부터 세례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가르친 내용입니다. 루터의 대소요리문답, 칼빈의 기독교강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웨스트민스터 대소요리문답도 결국 이 세 가지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교회 찬송가 표지에도 세 가지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세 가지 내용으로 만화책을 출판했는데, 먼저 '십계명'에 대한 이 책 내용을 보겠습니다.
십계명은 내용상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제1-4계명은 하나님께 대한 의무 계명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말로 요약되며, 제5-10계명은 사람에 대한 의무 계명으로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도덕법, 종교법, 시민법 등 613개로 이루어진 율법이 10계명으로 정리되어 모세를 통해 사람들에게 주어졌고, 그 10계명은 크게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으로 정리된 것입니다.
613개의 계명을 지키기 힘든 인간에게 하나님은 열 개의 계명, 그리고 예수님은 두 가지의 사랑 계명으로 정리해 주셨는데, 사람들은 이 계명조차 지킬 의지가 상실되고 있습니다. 1988년 미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15%만이 십계명 중 다섯 개 이상을 기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계명을 알지 못하니, 그 의미는 분명 이해하지 못하겠죠. "기독교 국가가 이 정도이니, 대한민국은 어떨까?" 생각해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그러면 간단히 각 계명의 의미를 살펴볼까요?
제1계명: 나 외에는 다른 신을 네게 두지 말라(바른 예배의 대상)
첫째 계명이니 가장 중요한 계명이겠죠. 세상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 사랑하고 신뢰하며 예배하라는 의미입니다. 인도에는 3억 3천의 신들이 있고, 일본에는 8백만의 신이 있으며, 메소포타미아인들은 하늘을 섬겼고, 그리스와 로마는 사람을 신으로 표현했으며, 중국·한국·일본인들은 조상을 신으로 섬겼습니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화를 면하고 복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이즘(ism)까지 우상으로 삼고 있죠. 사회주의, 민족주의, 공산주의, 물질주의, 개인주의.... 중독도 현대판 우상의 변형입니다. 돈, 권력, 알코올, 스포츠, 게임 중독.... 하지만 한 순간의 즐거움 뿐이지 영원한 기쁨이 되지 못합니다. 거룩한 백성은 하나님만 바르게 예배하는 사람임을 기억하며 사시기를 소망합니다.
제2계명: 형상을 만들지 말라(바른 예배의 방식)
두번째 계명은 예배의 방법에 대한 것인데, 하나님을 조각이나 그림의 형상으로 묘사하지 말고 그런 형상을 예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방인들도 하나님 아닌 신들을 섬기죠. 그 이유는 신을 통해 자신들의 화를 면하고 복을 얻어내기 위한 것입니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죠.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 신상을 만들면 신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통제하는 분이 아니라, 그 분의 성품을 닮아 가는 바른 예배를 통해 우리가 닮아가야 합니다.
제3계명: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바른 예배의 자세)
출애굽기 20장 2절에 하나님 이름이 나오는데, 개역성경은 '여호와', 공동번역 성경은 '야훼', 표준새번역 성경은 '주'로 번역했습니다. 부모님 성함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 것처럼, 귀중한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땅에서 하나님의 이름은 어떤 취급을 받고 있을까요? 세상 사람들의 호칭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얼마나 경외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느냐 하는 질문입니다. 하나님만을 경외하고 의지하는 바른 자세의 예배가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제4계명: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바른 예배의 시간)
국가나 개인에게 기념일이 있어 그 날을 기념하며 지키는 것처럼, 안식일도 두 가지 의미에서 경축하는 날입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천지 창조 기념일이고, 또 하나는 우리를 구원하신 구원 기념일입니다. 따라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은 '예배와 휴식'이 균형을 이룬다는 의미입니다.
제5계명: 네 부모를 공경하라(하나님이 세우신 권위 존중)
제5-10계명은 '인간에 대한 계명'인데, 그 중 첫째 계명이 '부모를 공경하라'입니다. 인간 윤리 중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죠. 제5계명은 인간 사회가 질서 있게 유지되고 보존되기 위해 하나님이 명하신 가장 기본적인 계명인데, 사람들이 이 제도에 상호 의무로 잘 지킬 때, 복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6계명: 살인하지 말라(생명과 인격의 존엄성)
제6계명은 사람 생명의 존엄성을 다룹니다. 화가의 작품을 파괴하는 것이 화가를 죽이는 행위가 되는 것처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을 파괴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범죄가 된다는 겁니다. 또한 제6계명은 살인 뿐 아니라 살인이 일어날 폭력과 멸시와 분노의 씨앗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제7계명: 간음하지 말라(성의 가치와 결혼의 신성함)
십계명을 주실 때 가나안 땅은 '음행, 간음, 동성애, 수간'이 성행했습니다. 성적 타락이 극에 달했던 것이죠. 그래서 성(性)이 소중한 것이고, 결혼이 신성한 것임을 알려주기 위해 제7계명을 주신 겁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도 지나치게 성 개방 풍조로 아파하고 있죠. 따라서 이 계명의 실천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제8계명: 도둑질하지 말라(사유재산과 청지기 사상)
여기서 도둑질 또는 훔친다는 것은 남의 것을 불법으로 취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성경이 개인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의미죠. 그런데 성도들은 청지기 사상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청지기는 다른 사람의 재산을 관리해 주는 사람을 말하는데, 우리가 가진 돈도 하나님께서 맡기셨다는 의미로 하나님 원하는 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9계명: 이웃에게 거짓 증거하지 말라(진리와 정직)
이 계명은 세 가지 중요한 가치를 말합니다. ①타인의 명예가 중요함을 인식하고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②불이 온 집을 태우는 것처럼, 말이 한 가정, 한 기업, 한 교회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며 ③세상에 있는 진리와 비진리 사이에서 진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10계명: 탐내지 말라(자족하는 삶)
6계명부터 9계명까지는 외적 행동과 관련된 것이고, 제10계명은 내적 마음과 관계된 계명입니다. 세상의 법들은 외적인 행동만 다루지만, 하나님의 법은 외적인 행동 뿐 아니라 내적인 마음까지 다룸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십계명은 3가지 기능을 하는데, ①범죄를 억제하게 해 주고 ②죄를 깨닫게 해 주며 ③구원받은 성도들의 삶의 지침서와 매뉴얼이 되게 해 줍니다.
전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이 참 공감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표현을 쓰고 싶네요. '어른들을 위한 만화' 일반 신앙서적을 읽기 힘들다면, 이렇게 만화로 된 양서를 읽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부터 자녀까지 모두 볼 수 있는 '만화 십계명'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새기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사랑합니다. 하늘뜻섬김지기 이훈 목사(www.servingod.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