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적절한 시기”(Timing)라고 말할 것입니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습니다.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열정만 갖는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적절한 때가 있습니다. “때”를 놓치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든, 없든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때를 아는 것이 최고의 지혜입니다. 미국에서 신학교를 다닐 때,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물을 정해진 시간 안에 제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습니다. 아무리 잘 쓴 “리포트”나 “발제물”이라 할지라도, 마감시간을 넘기게 되면 제 점수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처럼 “공평성”(Fairness)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늦게 제출한 과제물에 대해서 엄격합니다. 어김없이 한 단계 내지는 두 단계의 감점을 줍니다. 그래야 공평한 것입니다. 조금 부족한 것 같아도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때를 놓치고 나서 완벽한 것보다 낫습니다.
마라톤 선수가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힘이 남아서 스타디움을 한 바퀴 더 돈다면, 그는 정말 “돈 사람”입니다. 더 좋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그 힘을 주어진 시간 안에 다 소모했어야 합니다. 야구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펑펑 홈런을 날리며 몸을 풀던 선수가 정작 경기가 시작되어서는 매번 삼진 아웃만 당한다면, 그 또한 안타까운 일입니다. “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입니다. “때”를 놓친 사람들은 항상 “껄”이라는 아쉬움의 접미사를 남깁니다. “좀 더 열심히 할 껄”, “그때 그렇게 할 껄”, “그냥 한번 더 시도해 볼 껄”, “좀 더 아내에게 잘 할껄”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서 질병에 시달리고, 사업을 망치고, 인간관계가 깨어지고, 인생이 뒤틀리는 비극을 겪게 됩니다. 주어진 시간을 현명하게 살아내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희 교회의 새벽예배에 열심히 출석하시던 성도님이 한분 계셨습니다. 참 인자하시고 재능도 많으신 분입니다. 멀리 출석하시는 교회가 따로 있었지만, 새벽예배만 저희 교회로 오셨습니다. “목사님, 조금만 기다리시면 제가 하는 일을 빨리 은퇴하고, 이 교회로 와서 열심히 목사님을 돕겠습니다!” 토씨하나 빼지 않고 저를 볼 때마다 똑같은 나팔을 부셨습니다. “저를 도우시려면 지금 당장 하시지, 왜 은퇴 후에 하시려고 하시나요? 그때는 가만히 계시는 것이 저를 돕는 것 같은데요! 그러지 말고 그냥 다니시는 교회에 충성하시지요!” 목구멍까지 솟아오르는 말을 다시 입 속으로 밀어 넣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분이 공교롭게도 은퇴와 함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고혈압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그분의 장례식에서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절대로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다짐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