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법적 공세가 드디어 시작됐다. 연방대법원이 결혼보호법(DOMA)를 위헌으로 판결하자, 동성결혼 지지자들과 그 법률단체들은 각 주를 대상으로 소송을 벌여 전국에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 첫번째 타깃이 된 주는 펜실베니아 주다. 한 명의 동성애자, 열 커플, 동성애자들의 10대 딸 두 명, 타주에서 결혼하고 펜실베니아에서 거주하는 네 커플이 펜실베니아 주지사와 법무장관 등을 상대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동성애자 측 법적 대리인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다. 인권과 자유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 단체는 최근 반기독교 소송을 전국적으로 이끌며 그 악명을 떨쳐 왔다. 특히 최근 수년간 학교 혹은 공립기관 내 성경 공부 및 기도 금지, 십자가 혹은 십계명 철폐 등을 주도해 왔다.
이들이 펜실베니아 주를 첫번째 공격 목표로 삼은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는 미국 대륙 북동쪽 주들 가운데 유일하게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주이기 때문이다. 최근 로드아일랜드와 델라웨어 주 등에서 줄줄이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면서 펜실베니아 주는 그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주다.
게다가 합법화가 다소 쉬운 곳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대하는 각 주의 입장은 크게 6가지로 나뉜다. 합법화, 헌법상 금지, 법령에 의한 금지, 동거인(DOMESTIC PARTNERSHIPS), 시민결합(CIVIL UNIONS), 불명시다.
합법화 상태에선 이성결혼자와 동일한 혜택이 동성결혼자에게 주어진다. 메인, 뉴햄프셔, 버몬트, 로드아일랜드, 매사츄세츠, 뉴욕, 코네티컷, 델라웨어, 매릴랜드, 아이오와, 미네소타, 워싱턴 등 12개 주와 워싱턴DC에서 합법화가 이뤄졌다. 캘리포니아 주는 이번에 프로포지션8 소송이 연방대법원에서 기각되며 사실상 합법화 주가 됐고 조만간 공식적으로 합법화가 선포된다. 이미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는 결혼증명서는 발급이 시작된 상태다.
헌법상 금지는 법이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가장 강력한 단계다. 주 헌법상에 금지돼 있기에 둘 간에 동거는 가능하겠지만 결혼 지위는 원천봉쇄된다. 미국 내에선 아직 오레곤, 네바다, 아이다호, 몬태나, 유타, 아리조나, 콜로라도,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네브라스카, 캔사스, 오클라호마, 텍사스, 미주리, 알칸소, 루이지애나, 위스콘신, 미시간, 오하이오, 캔터키, 테네시, 미시시피, 앨러배마, 조지아, 플로리다,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알래스카 등 29개 주에서 동성결혼이 헌법상 금지돼 있다. 이 주들은 절대적으로 동성결혼이 불가능하지만 콜로라도, 오레곤, 네바다, 위스콘신 등에서는 편법적으로 동거와 시민결합을 허용해 준다.
그 다음 단계는 헌법은 아니지만 그 하위 법이 금지하는 단계다. 와이오밍, 일리노이, 인디애나, 웨스트버지니아, 펜실베니아, 하와이 등 6개 주에서 동성결혼을 금지한다. 이들 주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위 법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하와이 주는 동거와 시민결합을 허용한다.
동거인은 말 그대로 동거인이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타주로 여행을 간다면 둘은 동거인 자격 조차 인정되지 않는다. 1992년 워싱턴DC에서 통과됐지만 극한 저항에 직면했다가 1999년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먼저 발효된 법이다. 동거가 허가되긴 하지만 결혼 관계가 갖는 은퇴, 양육, 의료보험, 재산 취득 및 세금 등에 있어 법적 혜택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동거인 자격은 동성결혼 합법화의 가장 초기 단계다. 오레곤, 네바다, 위스콘신, 하와이 등 4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시민결합 역시 그들이 거주하는 주를 벗어날 경우 부부로 서로 법적 능력을 상실한다. 예를 들어, 타주 여행을 하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수술을 할 경우, 서로 간에 법적인 대리인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동거인과는 달리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지며 여러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경우에는 추가적 혜택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부부가 갖는 법적 지위에는 미칠 수 없다. 콜로라도, 일리노이, 뉴저지, 하와이 등 4개 주에서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불명시 한 주는 금지하지도, 허가하지도 않은 곳으로 뉴멕시코와 뉴저지 주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뉴저지 주는 시민결합을 허가하고 있다.
소송이 제기된 펜실베니아 주는 헌법이 아닌 법령이 동성결혼을 막고 있으면서 동거인 자격과 시민결합까지 허용하고 있지 않은 주에 속한다. 즉, 헌법보다 재판에서 대항하기 쉬우며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 좋은 토양이다. 이에 유례없다 할 정도로 많은 동성애자들이 소송에 참여했으며 그 자녀들까지 원고인으로 동원됐다.
이 케이스는 해리스버그의 연방법원에 정식 소송과 함께 동성결혼이 즉각 시행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원까지 접수됐다. 소송 당사자들은 만약 펜실베니아 소송을 이길 경우, 법령으로만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대다수의 주들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 시킬 수 있다 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헌법으로 금지하는 주까지 확대할 수 있다 전망하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는 1996년 주 의회에서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동성결혼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이 법문을 작성한 하원의 앨런 이골프 의원은 "이 법은 누구로부터 무엇인가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 펜실베니아가 동성결혼을 도덕적 측면에서 반대한다는 전통적이고 오랜 규정을 명시했을 뿐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민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 캘리포니아의 프로포지션8도 법원에 의해 묵살된 마당에 펜실베니아 주의 미래도 상당히 불투명 한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