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첫번째 동성결혼 증명서를 발급받은 제인 애보트(Jane Abbott 좌)와 35년 동안 그녀의 파트너였던 피트-E 피터슨(Pete-e Petersen 85, 우)를 다우 콘스탄틴 킹카운티 군수가 축하하고 있다.
워싱턴주 첫번째 동성결혼 증명서를 발급받은 제인 애보트(Jane Abbott 좌)와 35년 동안 그녀의 파트너였던 피트-E 피터슨(Pete-e Petersen 85, 우)을 다우 콘스탄틴 킹카운티 군수가 축하하고 있다. 정말 동성결혼은 이렇게 박수 받을 인권적 혁신인가?

동성결혼 혹은 동성애 문제가 인권에서 평등권 논쟁으로 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인권이란 개념이 평등권을 포함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동성애 논쟁과 관련해 역사를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걱정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628년 영국의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 1628)과 권리장전(Bill of Right, 1689) 등 17세기 초기 단계의 인권이 인간의 '정치적 권리'를 획득하는 데에 머물렀다면 근대적 개념의 인권을 가장 먼저 명시한 것은 역시 프랑스대혁명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1789년 프랑스인권선언(Dé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이다. 이 선언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중요한 이념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향후 모든 인권선언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 이념들의 바탕에는 역시 천부인권(天賦人權)이라는 자연권(natural rights, 自然權) 개념이 있었다. 즉, 풀어 쓰면 인권을 구성하는 자유, 평등, 박애는 하늘이 부여한 매우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인권을 논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주목할 단어는 천부와 자연스러움일 수 밖에 없다. 만약,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자유, 평등, 박애는 결코 인권적 주제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과거까지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주된 주장은 인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인권의 기초가 되는 가장 중요한 두 개념인 천부와 자연스러움이 동성결혼에 결여되어 있었기에 주장 자체는 그다지 받아들여질 수가 없었다. 서구적 혹은 기독교적 개념에서 볼 때, 동성애는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죄이자 가증한 것(레20:13)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일단 천부는 아니란 것이다. 그럼 자연스러운가? 하나님께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써 가정을 이루시고 생육과 번성하란 복을 주셨을 뿐 아니라 자연의 순리와 법칙에도 심각히 어긋난다.(롬1:26-27)

이런 시점에서 동성애자들이 들고 나온 비장의 카드는 바로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라는 주장이었다. 천부이자 자연스러움이란 것이다. 이를 의학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쏟아졌지만 아직도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동성애자가 된다는 근거는 없는 형편이다. 예를 들면, 1993년 동성애자 학자인 딘 해머가 동성애 유전자인 Xq28이 존재한다고 발표해 대대적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가 신봉하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는 열성 형질인 동성애 유전자가 유전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거니와 그가 1995년 이를 보강하기 위해 재차 연구를 했을 때, Xq28 유전자와 동성애가 아무 관계도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동성결혼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동성결혼을 할 인권"이란 것은 아예 인권의 범주에 포함조차 될 수 없다. 다만, 하나님과 자연 법칙 안에서 진실로 자유로우며 평등하고 사랑받는 가운데 상처와 고통을 치유받아야 할 권리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결혼이 인권"이라는 주장이 사회적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최근 CB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3%가 동성결혼을 지지한다. ABC와 워싱턴포스트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58%가 찬성했고 퓨리서치의 조사 결과 49%였다. 확실히 전세가 뒤집힌 것이다. 전략은 간단했다.

동성결혼 지지자들이 늘었다는 말은 그들이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내버려 두라"는 소위 싸구려 인권 개념이 대세가 됐음을 의미한다. 동성애가 인권의 기초인 천부와 자연스러움에 결코 부합될 수 없음을 깨달은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인권의 하위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자유, 평등, 박애로부터 동성결혼 합법화의 근거를 짜맞추기 시작했다. 그 중 첫째가 자유다.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데 뭐 어떠냐? 그냥 내버려 둬라. 동성결혼을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유뿐 아니라 평등이란 개념까지 동성결혼 지지자 사이에서 보편적 주장이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NBA 보스톤 셀틱스에서 활약한 제이슨 콜린스 선수가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 했다. 그가 한 말은 "I'm a 34-year-old NBA center. I'm black. And I'm gay."였다. 그보다 앞서 며칠 전에는 네바다 주상원의원이 동성결혼 법안 관련 회의 도중 갑자기 커밍아웃을 해 동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한 말은 "I Am A Black, Gay Male"이었다. 이 말들이 갖는 공통점은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 그리고 게이라는 것이다.

최근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 심리를 할 때, 대법관들이 고심한 화두 역시 평등이었다. 연방대법원이 1967년 판결하기 전만 해도 타인종간 결혼은 불법이었다. 백인과 흑인을 결혼하지 못하게 막는 것과 남성과 남성을 결혼하지 못하게 막는 것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인종간 편견의 문제가 동성결혼자에 대한 편견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이 논쟁이 시작된 것 자체가 인권적 평등에 대한 개념이 심각히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래서 최근 동성애를 커밍아웃하는 유명인사들은 "난 흑인, 그리고 게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흑인이라 차별받을 수 없듯이, 게이라서 차별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말을 좀 바꾸면, 흑인인 것과 게이인 것은 동일한 범주라는 것이다. "너희들은 차별하고 싶겠지만 차별할 수 없어"라는 항변이 담긴 표현인 것이다. 다른 것(different)과 틀린 것(wrong)의 차이를 무너뜨리는 평등권이 최근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주요 전략이다.

동성애가 개념적, 보편적으로 결코 인권의 범주에 들 수 없으니 아예 하위 개념을 개별 격파하는 식의 전략이 미국 사회 안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제 자유, 평등까지 왔으니 그 다음은 박애다. 동성결혼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박수라도 쳐 주게 만들 무슨 전략이 튀어 나올지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A가 B를 포함한다고 해서 B가 A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억지로라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동성애를 자유, 평등, 박애의 관점에서 아무리 조명한다고 해도 그것은 짝퉁 인권에 지나지 않는다. 인권의 기초는 천부와 자연스러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동성애자와 동성결혼 지지자들을 진정한 인권의 개념에서 진정 자유롭고 평등하며 사랑받는 존재로 대할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