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무인전투기 공습으로 2009년 이후 파키스탄과 예멘에서 미국 시민권자 4명을 사살했다는 사실을 22일 공식 확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이날 상원 패트릭 리히 법사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2011년 9월 예멘에서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핵심인물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안와르 알 올라키를 직접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무인전투기 공습으로 사살했다"고 밝혔다. 서한에 따르면, 당시 공습은 알카에다 및 연계 조직들을 대상으로 한 대테러작전 지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반미 성향의 이슬람 성직자인 안와르 알 올라키는 오사마 빈 라덴 사망 이후 알카에다의 최고 거물로서 아라비아 반도의 알카에다 활동을 총 지휘한 인물이다. 2009년 텍사스 미군기지 총격사건과 성탄절 미국행 여행기 폭파 기도, 2011년 예멘발 미국행 화물기 폭파 미수 사건의 핵심 배후로도 지목됐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올라키의 활동을 예의 주시하며 추적해 왔다. 2011년 초 오바마 대통령은 올라키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결국 올라키는 그해 9월 30일 오전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동쪽으로 140킬로미터 떨어진 알 자우프주 인근에서 미국 무인전투기의 공습을 받고 사망했다.

올라키의 사망 당시 함께 있었던 사미르 칸 역시 파키스탄계 유학생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였으며, 영어판 알카에다 웹진 '인스파이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인스파이어'를 제작하다 예멘으로 들어가 알카에다 전투요원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밖에 올라키의 아들인 압둘라만 알 올라키, 파키스탄에서 사망한 주드 케난 무함마드도 미국의 대테러 대응 작전 과정에서 무인전투기의 공습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미국 내에서는 무인전투기 공습이 최소한의 사법 절차 없이 대통령의 승인만으로 이뤄지는 데다 민간인 희생자까지 발생하면서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23일 워싱턴 국방대학교 연설을 통해 해외에서 이뤄지는 무인전투기 공습 작전에 대한 일부 통제권을 기존의 중앙정보국(CIA)에서 국방부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담은 새로운 테러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